바싹 말린 연근을 갈색이 나도록 볶아 식히고 있다. 이렇게 만든 연근 조각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구수한 연근차가 된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가 지난 11일부터 서울 안국동 아름지기 한옥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획전 ‘끽다락(喫茶樂): 차와 하나 되는 즐거움’에선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마시는 차’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끽다락’ 전시회의 자문과 시연을 담당한 전통음식 연구가 조희숙(54)씨를 만나 ‘생활차’ 이야기를 들었다. 전시회는 이달 31일까지 계속된다.
“차 재료 말리기 제일 좋은 때”
“이런 날씨에는 채소를 잘라 2~3일만 햇볕을 쪼이면 바짝 말라요. 지금부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전까지가 채소 말리기 제일 좋은 계절이죠.”
조희숙씨는 청명한 가을 날씨에서 채소차를 끌어냈다. 연근과 무 같은 뿌리채소가 차 재료가 됐다. 연근은 두께 3㎜ 정도로 얇게 잘라 찬물에 한 번 헹군 뒤 채반에 널어 말린다. 헹구는 물에 소금과 식초를 약간씩 넣으면 변색을 막을 수 있고, 차로 우렸을 때 간이 더해져 차 맛이 더욱 풍성해진다. 소금간은 약간 싱거운 국물 정도로 맞추면 된다. 말리는 장소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라야 한다. 아파트 등에서 바람을 찾기 어렵다면 선풍기를 활용한다. 전기 건조기 등을 이용해도 된다.
말린 연근을 볶고 있는 전통음식 연구가 조희숙씨
연근 중 하얀 연꽃을 피우는 백연근이 일반 연근보다 가늘고 독성이 없으며 맛과 향이 좋아 차로 마시기 적당하다. 차를 우려내고 남은 연근 조각은 버리지 말고 밥을 할 때 얹어 활용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연근의 향이 밥에 배어 영양밥 효과를 낼 수 있는 데다 연근의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무차도 연근차와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무는 겉껍질을 얇게 벗긴 뒤 사방 2㎝로 나박썰기를 한다. 썰어놓은 무를 채반에 널어 말린 다음 깊이 있는 팬에서 갈색이 날 때까지 볶으면 된다. 볶는 과정에서부터 구수한 냄새가 난다. 무는 향이 강해 차 한 잔 우릴 때 2조각 정도만 넣으면 된다. 국화차, 메밀차 등과 함께 우려내도 잘 어울린 맛이 난다. 무에는 소화효소가 들어있어 배에 가스가 잘 차는 사람에게 특히 좋은 차다. 도라지 뿌리나 우엉으로도 차를 만들 수 있다. 얇게 썰어 말린 뒤 볶거나 구워 만들면 된다.
백연근차. 메밀차. 무차. 이들 차는 하나씩 마셔도 좋지만 두세 가지를 ‘블렌딩’해도 맛과 향이 잘 어울린다.
“흔한 재료, 쉬운 레시피 무궁무진”
과일과 곡물도 차 재료가 된다. 조희숙씨는 “대부분의 식재료가 차 재료가 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며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도 많다”고 말했다.
곡물차는 아침 빈속에 마시기 특히 좋다. 아침 식사를 걸렀을 때 곡물차를 마시면 속이 편안해진다. 메밀차는 시판하는 차도 많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 알이 자잘한 수입 메밀로 만든 것이다. 집에서 만들 때는 국산 통메밀을 사용하면 더 진하고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메밀차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메밀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깊숙한 팬에 넣고 약한 불에서 짙은 갈색이 될 때까지 오래 볶으면 된다. 볶은 메밀은 완전히 식힌 뒤 밀폐용기에 담고 습기 없는 서늘한 곳에 두고 사용한다.
복숭아·매실·오디 등 과일은 설탕에 재워 발효시킨 뒤 효소차로 즐기는 게 좋다. 설탕과 과일을 1대1로 섞어 실온에 두면 되는데, 기포가 오를 정도로 발효가 되면 내용물은 건져내고 효소액만 따라 냉장고에서 저온 숙성시킨다. 대략 매실은 석 달, 복숭아·오디·복분자 등은 한 달 뒤에 내용물을 건져내면 된다. 효소차는 효소가 열에 파괴되지 않도록 차갑게 마시는 게 좋다.
요리연구가 조희숙씨의 ‘차와 어울리는 다과’
긴 매작과 전통음식 매작과를 테이크아웃 메뉴처럼 만들어봤다. 긴 매작과에 탄산수를 섞은 오미자차를 곁들여 ‘팝콘+콜라’를 대체할 극장 간식으로 제안한 것이다. 매작과를 만드는 법은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밀가루(2컵)에 소금(8분의1 작은술), 생강즙(3큰술)을 넣고 반죽한 뒤 얇게 밀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노릇하게 튀기면 된다. 반죽이 얇을수록 바삭하고 고소하게 만들어지므로 최대한 얇게 민다. ‘긴 매작과’는 밀가루 반죽을 폭 1.2㎝, 길이 17~18㎝ 정도로 잘라 튀겼다. 튀김온도는 섭씨 160~170도가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