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방

밥 반찬 무·연근·우엉… 말려서 볶으면 색다른 차 되지요

아기 달맞이 2012. 10. 19. 08:09

 

아름지기 ‘끽다락(喫茶樂)’ 기획전에서 만난 일상 속의 차

 

바싹 말린 연근을 갈색이 나도록 볶아 식히고 있다. 이렇게 만든 연근 조각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구수한 연근차가 된다.
녹차·홍차만 차(茶)란 법은 없다. 반드시 ‘도’나 ‘예’를 따져가며 의식처럼 차를 마셔야 한다는 법도 없다. 무와 연근·우엉 등 생활 속 재료를 활용해 쉽게 차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많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가 지난 11일부터 서울 안국동 아름지기 한옥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획전 ‘끽다락(喫茶樂): 차와 하나 되는 즐거움’에선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마시는 차’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끽다락’ 전시회의 자문과 시연을 담당한 전통음식 연구가 조희숙(54)씨를 만나 ‘생활차’ 이야기를 들었다. 전시회는 이달 31일까지 계속된다.


“차 재료 말리기 제일 좋은 때”

“이런 날씨에는 채소를 잘라 2~3일만 햇볕을 쪼이면 바짝 말라요. 지금부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전까지가 채소 말리기 제일 좋은 계절이죠.”

조희숙씨는 청명한 가을 날씨에서 채소차를 끌어냈다. 연근과 무 같은 뿌리채소가 차 재료가 됐다. 연근은 두께 3㎜ 정도로 얇게 잘라 찬물에 한 번 헹군 뒤 채반에 널어 말린다. 헹구는 물에 소금과 식초를 약간씩 넣으면 변색을 막을 수 있고, 차로 우렸을 때 간이 더해져 차 맛이 더욱 풍성해진다. 소금간은 약간 싱거운 국물 정도로 맞추면 된다. 말리는 장소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라야 한다. 아파트 등에서 바람을 찾기 어렵다면 선풍기를 활용한다. 전기 건조기 등을 이용해도 된다.

말린 연근을 볶고 있는 전통음식 연구가 조희숙씨
연근이 바싹 말랐으면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넣고 색이 날 때까지 볶는다. 볶을 때 너무 세게 뒤적거리면 부서지기 쉬우니 주의한다. 볶은 연근을 채반에 담아 식힌 뒤 밀폐용기에 보관했다 차로 우려내 마시면 된다. 연근차를 컵에서 우려낼 때는 뜨거운 물에 볶은 연근을 3~4조각 넣고 3분 정도 기다린다. 두세 번 우려 마셔도 괜찮다.

연근 중 하얀 연꽃을 피우는 백연근이 일반 연근보다 가늘고 독성이 없으며 맛과 향이 좋아 차로 마시기 적당하다. 차를 우려내고 남은 연근 조각은 버리지 말고 밥을 할 때 얹어 활용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연근의 향이 밥에 배어 영양밥 효과를 낼 수 있는 데다 연근의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무차도 연근차와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무는 겉껍질을 얇게 벗긴 뒤 사방 2㎝로 나박썰기를 한다. 썰어놓은 무를 채반에 널어 말린 다음 깊이 있는 팬에서 갈색이 날 때까지 볶으면 된다. 볶는 과정에서부터 구수한 냄새가 난다. 무는 향이 강해 차 한 잔 우릴 때 2조각 정도만 넣으면 된다. 국화차, 메밀차 등과 함께 우려내도 잘 어울린 맛이 난다. 무에는 소화효소가 들어있어 배에 가스가 잘 차는 사람에게 특히 좋은 차다. 도라지 뿌리나 우엉으로도 차를 만들 수 있다. 얇게 썰어 말린 뒤 볶거나 구워 만들면 된다.

백연근차. 메밀차. 무차. 이들 차는 하나씩 마셔도 좋지만 두세 가지를 ‘블렌딩’해도 맛과 향이 잘 어울린다.

“흔한 재료, 쉬운 레시피 무궁무진”

과일과 곡물도 차 재료가 된다. 조희숙씨는 “대부분의 식재료가 차 재료가 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며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도 많다”고 말했다.

곡물차는 아침 빈속에 마시기 특히 좋다. 아침 식사를 걸렀을 때 곡물차를 마시면 속이 편안해진다. 메밀차는 시판하는 차도 많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 알이 자잘한 수입 메밀로 만든 것이다. 집에서 만들 때는 국산 통메밀을 사용하면 더 진하고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메밀차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메밀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깊숙한 팬에 넣고 약한 불에서 짙은 갈색이 될 때까지 오래 볶으면 된다. 볶은 메밀은 완전히 식힌 뒤 밀폐용기에 담고 습기 없는 서늘한 곳에 두고 사용한다.

복숭아·매실·오디 등 과일은 설탕에 재워 발효시킨 뒤 효소차로 즐기는 게 좋다. 설탕과 과일을 1대1로 섞어 실온에 두면 되는데, 기포가 오를 정도로 발효가 되면 내용물은 건져내고 효소액만 따라 냉장고에서 저온 숙성시킨다. 대략 매실은 석 달, 복숭아·오디·복분자 등은 한 달 뒤에 내용물을 건져내면 된다. 효소차는 효소가 열에 파괴되지 않도록 차갑게 마시는 게 좋다.


요리연구가 조희숙씨의 ‘차와 어울리는 다과’

말린 과일 버무리 계절 과일을 다양하게 말려 활용할 수 있는 음식이다. 말린 과일과 쌀가루의 양은 1대1로 맞춘다. 요리 전 말린 과일은 소금간을 약간 한 생수에 담가 1시간 정도 불린 뒤 사용한다. 불린 과일을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뺀 뒤 쌀가루와 버무려 찜통에서 15분 정도 찌면 된다. 꺼내기 전 찜통에서 5분 정도 뜸을 들이고, 젖은 면 보자기를 덮어 식힌 뒤 한 입 크기로 떼어 그릇에 담아 낸다. 이때 말린 과일 대신 비빔밥 재료를 넣어 버무리를 만들어도 차와 잘 어울린다. 당근·호박·쇠고기·버섯 등을 비빔밥 할 때처럼 볶아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만든 ‘채소 버무리’는 식사 대용으로 먹기 좋다.

달고나 대추 국자에 설탕을 녹인 뒤 소다를 넣어 부풀려 먹던 ‘달고나’를 응용한 다과다. 스테인리스 냄비나 국자를 불에 달군 뒤 설탕 반 컵을 넣고 낮은 불에서 나무 젓가락으로 서서히 저어가며 녹인다. 설탕 입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녹았으면 젓가락 끝에 식용 소다를 살짝 묻혀 녹인 설탕물에 넣고 재빠르게 휘저어 섞으면서 불을 끈다. 녹인 설탕물이 부풀어오르면 스테인리스 양푼에 탁 치면서 쏟아부은 뒤 5㎝ 정도 길이의 꼬치에 꽂아둔 생대추를 돌려가며 ‘달고나’액을 덮어씌운다. 설탕 반 컵 분량이면 대략 대추 다섯 알 정도를 ‘코팅’할 수 있다.

 

긴 매작과 전통음식 매작과를 테이크아웃 메뉴처럼 만들어봤다. 긴 매작과에 탄산수를 섞은 오미자차를 곁들여 ‘팝콘+콜라’를 대체할 극장 간식으로 제안한 것이다. 매작과를 만드는 법은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밀가루(2컵)에 소금(8분의1 작은술), 생강즙(3큰술)을 넣고 반죽한 뒤 얇게 밀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노릇하게 튀기면 된다. 반죽이 얇을수록 바삭하고 고소하게 만들어지므로 최대한 얇게 민다. ‘긴 매작과’는 밀가루 반죽을 폭 1.2㎝, 길이 17~18㎝ 정도로 잘라 튀겼다. 튀김온도는 섭씨 160~170도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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