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요리시간

우리 음식 이야기 - 고등어 추어탕

아기 달맞이 2012. 9. 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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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 미식가들이 떠올리는 음식 중 하나가 추어탕(鰍魚湯)이다.

요즘은 사계절 추어탕을 맛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논두렁에서 여름 내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미꾸라지를 찬바람 부는 가을철에 잡아 끓여 먹었다. 추어탕은 예로부터 동양의학서 등에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미꾸라지를 고아 갈아서 걸러낸 국물에 배춧잎, 숙주, 고비, 파 등을 넣고 된장과 고추장으로 간을 해서 끓여 먹으면서 무더위로 부실해진 몸의 원기를 회복했었다. 농민들의 가을철 보양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논두렁 등에서 잡아올린 미꾸라지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추어탕집에서 재료로 끓여 내놓는 미꾸라지들 대부분이 수입산이고, 그나마 국산이라고 해봤자 양식으로 키운 것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부터 경상도 일대 바닷가 마을에서는 '고등어 추어탕'이라고 해 미꾸라지 대신 고등어로 추어탕을 많이들 끓여 먹었다. 마침 고등어도 미꾸라지처럼 가을이 제철인 생선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여름의 태풍과 폭염에도 불구하고 고등어가 대풍이라고 한다.

고등어는 영양성분에서도 미꾸라지에 뒤지지 않는다. 미꾸라지는 단백질, 칼슘, 무기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며 칼슘과 비타민 E가 다른 물고기보다 더 많다. 고등어는 등푸른 생선으로 불포화지방산인 DHA, EPA의 주요 급원으로서의 영양적 가치가 있다. 고등어의 불포화지방산은 학습능력을 높이고 치매 예방 효과까지 지녔다.

고등어 추어탕을 끓이기 위해선 먼저 싱싱한 고등어를 구입해야 한다. 이어서 육수를 만들어야 하는데 준비된 고등어를 물에 넣고 삶아 내면 육수가 만들어진다. 이 육수에 우거지, 고사리, 시래기, 얼갈이배추, 근대, 숙주, 부추, 토란대 등을 입맛대로 준비하여 된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으로 잘 주물러서 넣고 익힌 고등어를 넣어 끓여 내면 된다. 양파, 다진 마늘, 청양고추 다진 것을 고명으로 곁들여 내고 먹을 때 입맛에 따라 산초가루를 뿌려 먹는다.

고등어 추어탕은 구수하면서도 개운한 뒷맛이 일품이다. 또 여러 채소와 양념을 넣고 함께 얼큰하게 끓여냈기 때문에 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속도 든든하다. 바닷가 마을 사람들이 고등어 추어탕 한 그릇으로 매서운 한겨울 해풍을 이겨냈다는 것이 실감 난다. 고등어 추어탕은 부산, 울산, 포항 등에 가면 여러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서초동의 포항물회집에서 고등어 추어탕을 팔고 있다.

공주대교수·전한국가정과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