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백자 철화쌍어문 항아리. 80×60㎝. 물고기를 뜻하는 어(魚)자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진 북촌민예관]1960~70년대 서울 인사동엔 키 크고 홀쭉한, 무늬 없는 백자항아리가 간혹 돌았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엔 화려한 그림을 얹힌 준(樽·키 큰 항아리)이나 호(壺·옆으로 퍼진 항아리)가 흔해졌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북한에서 들어온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돈이 되니 내다 팔고, 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황해도 해주(海州) 가마에서 만든 백자 얘기다. 서울 가회동 북촌민예관에서 '해주가마, 또 다른 백자의 발견'전이 열리고 있다. B급 유물로 치부되던 해주 백자로만 전시를 열기는 처음.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만들어진 백자 100여 점이 나왔다. 조선 왕조의 공식 자기 제작소였던 분원이 해체되면서 분원 자기를 본 딴 도자기들이 지방 각지에서 제작되던 때였다.
격식을 벗어난 형태가 재미를 더한다. 누런 빛깔의 몸집 큰 자기에 물고기·모란·국화·파초 등을 큼직큼직하게 그려 넣었다. 청화 안료로 누각을 그리고는 '光寒樓(광한루)'라 쓴 것도 있다. '廣寒樓'의 오기다.
'이것 사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돈자붐니다(돈 잡습니다)'라고 한글로 적은 항아리도 있으니 말 다 했다. 7월 15일까지. 성인 2000원. 02-766-8402.
권근영 기자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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