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 글
먹염색이라 좋지요
회색 계열은 무채색이라 하지요
말 그대로 색이 없다는 소리인데 그말은 천연염색과
꼭 어울리는 말이지요
자연의 섭리 중에 가장 순리적인 것은
제자리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지요
인간만이 그것을 거부해 영악하게 몸부림 치다 결국은
자연으로 가지만 모든 사물은 무채색 같은 거지요
무채색은 단순히 색이 없다는 개념보다 색이 있다가
점점 없어지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쉽지요
천연염색은 자연에서 순하게 왔다가 또다시 순하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지요
천연염색은 화학염색과 달리 색이 잘 빠지잖아요
그것은 철저하게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이죠
어떤 녀석이 죽지도 않고 죽어서도 썩지 않는다면
얼마나 징그럽고 끔찍한 일이겠어요
천연염색은 색이 그렇게 빠지면서 또다른 색이 나타나지요
그 색은 정말로 오묘하고 은은하고 깊어서
계절따라 옷을 갈아 입는 자연의 속성 그대로인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작위가
그만큼 뒤로 물러나는 것이기도 하구요
색깔이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다가 다시 생겨나는
무채색의 경지.
색즉시공 공즉시색 멋있잖아요
천연염색을 하면서 그런걸 더 많이 생각하면
삶이 아름다운 색 만큼이나 풍요롭지 않을까요?
먹염색은 이렇게 하세요
우선 먹은 화방에서 구입 하는데 보통 5천원에서
일만원 사이면 훌륭 합니다(면 10마면 먹 반정도가 적당,
송연은 황색기운의 회색, 죽연은 청색기운이 있는 회색)
그것을 갈아서 쓰려면 염색 이전에 지쳐 쓰러지지요
힘이 덜 들게 우선은 햄머로 잘게 부수세요
힘 좋은 남자들이 하면 좋지요
아주 잘게 할수록 좋겠지요
그런 다음 약 이주일 정도 서늘한 곳에 물에 담궈
숙성을 시킴니다
숙성된 먹을 곱게 갈아 아주 미세한 체에 걸러
염료로 합니다(급하면 바로 하세요)
천을 잘 정련하여 습기가 있는 상태에서
염료에 넣고 골고루 잘 치대여 줍니다
이때 물의 양은 천이 잠길 정도만 되면 좋고
염액이 진 할수록 염색이 쉽습니다
염색이 원할 만큼 됐을 때 꺼내어 수세하면 계속해서
먹물이 빠집니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하려면 힘이 들 뿐만 아니라
애써 염색된 색이 모두 빠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모두들 애를 먹거나 실패를 하고 말지요
그래서 비법 하나를 공개 하자면
일단은 물을 팔팔 끓입니다
끓는 상태에서 물과 명반을 넣고
천을 뒤적이며 3분정도 같이 끓이고서 수세를 하면
거짓말 같이 맑은 물을 볼 수 있습니다
색이 고정된 것이지요
발췌:막사발과 조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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