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방

불을 이겨낸 흙…도자기 共感

아기 달맞이 2012. 2. 9. 08:23

세라믹스 코뮌 전
한상구·신상호 등 작가16명 `우리들의 눈`등 5개그룹 참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인류는 불을 발견한 뒤 음식만 익히지 않았다. 불에 흙을 구워봤다. 불에 타 사라질 것 같았던 흙은 또 다른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이처럼 도자기는 흙으로 빚어서 만든 그릇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도자기의 기원은 인류가 흙과 물, 불, 바람 같은 원초적인 질료들의 특성을 인식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자기 역사가 언어와 도구의 사용으로 문명의 초석을 놓으며 비약적으로 전개된 인간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서다.



▲ 신상호 `구조와 세력-말`

더군다나 우리 민족에게 도자기가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르다. 11세기부터 만들어진 고려청자는 한민족의 문화적 혼과 예술성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선시대 특유의 은은한 백자들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인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탐미의 대상이기도 했다. 해방 이후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복원하려는 도공들의 열망은 민족 정체성과 결부돼 국가의 이데올로기로까지 확장됐다.

도예 명장 한상구와 전남 강진의 강진관요(강진청자박물관)를 비롯해 나현, 신미경, 신상호, 김나형, 엄정순 등 16명의 작가와 `우리들의 눈` 등 5개 그룹의 참여로 개최되는 `세라믹스 코뮌` 전은 이와 같은 도자기 예술에 얽힌 우리의 문화적 기억을 환기하고 지금은 예술의 주류에서 한걸음 빗겨간 도자기 예술에 다시 말을 건네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애초 지난해 '201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를 위해 구상됐지만 무산됐고 올해 여러 사람이 다시 뜻을 모아 전시가 열리게 됐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도자기를 단순히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처럼 정물화된 작품으로 규정하지 않고 조각과 그림, 영상, 건축, 소리, 문학 같은 장르들과 뒤얽힌 도자기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또한 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분화되고 파생되는 여러 의미들에 대한 작가들 개개인의 생각을 함께 담았다.

그 생각들은 결국 한 지점에서 공감대를 이룬다. 도자기의 연원을 쫓아 올라가다보면 인류 공동체가 처음 불을 이겨낸 도자기의 탄생을 보며 `더불어 함께 하는 행복한 세상`을 꿈꿨을 것이란 확신이다. 26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와 홍지동 7번지 스페이스 제로에서, 또 10일부터 26일까지는 화동 우리들의 눈 갤러리에서 열린다. 02-733-8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