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요리시간

남자 요리사의 손맛 담긴 3첩 반상 2

아기 달맞이 2011. 12. 6. 04:30

한식은 제대로 만들려면 공이 많이 든다. 방방곡곡 지방 농가에서 재배한 친환경 재료를 찾아내고 천연 조미료로 밥상을 차리는, 남자 요리사들의 정성 가득한 요리를 만났다.



용산구 이태원 소방서를 옆에 두고 제일기획 방향으로 오르다 보면 이스트빌리지를 만날 수 있다. 오픈한 지 이제 겨우 석 달. 그의 요리를 맛본 이들은 아름다운 한식 세팅에 눈이 먼저 즐겁고 살살 녹는 맛에 또 찾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색하고 ‘한식 레스토랑’ 분위기를 풍기지 않고 영국식 펍 분위기가 나는 현대적인 공간이다. 문의_02-790-7782


이태원의 한식 레스토랑 이스트빌리지의 정성스러운 밥상
갈빗대에서 일일이 살을 발라 칼로 다져 만든 떡갈비, 고기 한 장마다 칼집을 넣은 다음 한국의 명주인 죽력고(대나무를 숯불에 얹어 뽑아낸 액즙인 죽력을 섞어 빚는 술)에 재운 다음 간장 양념을 해 말린 육포. 권우중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이스트빌리지’ 메뉴판에는 음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기재되어 있다. 설명만 읽어봐도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힘들겠다 싶다. 여느 레스토랑이라면 떡갈비는 기계로 다져놓은 고기로 간편하게 만들 테고 육포는 완제품을 사다 스타일링만 하는 일이 일반적일 텐데 말이다.

“재료를 구하고 요리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셰프의 설명. 우리가 즐겨 먹는 한식 메뉴를 좋은 식재료를 구해다 셰프가 정성들여 만든 양념으로 새롭게 조리하겠다고 결심했단다. 사실 그는 이력이 화려한 셰프다. 경희대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맨해튼과 도쿄에서 한식 레스토랑의 최고 주방장으로 활동하다 레스토랑 ‘메드포갈릭’ ‘비스트로 서울’ 등에서 메뉴 개발을 담당했다.

이탈리아 유명 요리학교 ICIF에서 진행하는 한식 갈라 디너 행사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식 오너 셰프로 초청도 받았다. 이스트빌리지를 오픈하기 전에는 자칭 ‘싸고 맛있고 푸짐한 고깃집’을 운영하며 상업적인 성공도 맛봤다. 그 고깃집을 두고 프렌차이즈 사업을 하자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내가 개발한 메뉴가 한식 세계화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열망을 실천하기로 맘먹었다고 한다.


떡갈비


재료
_(3인분) 쇠고기 갈비(립) 1.5kg(갈비살 600g), 양념(양파 300g, 대파·생강·마늘·물엿·백설탕·잣 100g씩, 참기름 50g , 소금·후춧가루 10g씩, 간장 약간)
만들기 1_갈빗대에서 살을 바른 뒤 칼로 다진다. 2_분량의 재료로 양념을 만든 다음 1과 섞어 치댄다. 3_살을 바르고 남은 갈빗대에다 2를 뭉쳐서 붙인 뒤 약한 불에 10분 정도 굽는다.


묵은 나물밥


재료
_고사리·참취·곤드레 50g씩, 들기름·간장 약간씩, 양념(간장·참기름·다진 마늘·후춧가루·설탕 약간씩)
만들기 1_고사리, 참취, 곤드레를 뜨거운 물에 하루 정도 불려 쓴맛을 우린다. 2_1을 짜서 물기를 제거하고 양념 재료를 모두 넣고 각각 볶는다. 3_밥에 2를 넣고 들기름과 간장을 넣고 비빈다. 4_돌솥에 3을 넣어 살짝 데운 뒤 낸다.


옛 한식의 맛을 고증한 현대적인 세팅
그가 요리하는 방식은 참 깐깐하다. 사용하는 천연 조미료는 대부분 직접 만든다. 그래서 가평에 사는 부모님 댁에 메주콩 삶는 가마를 만들어 두고 직접 간장, 된장을 담근다. 그러곤 지방 농가에서 자신들이 먹을 요량으로 짓는 친환경 농산물을 찾아내기 위해 종종 식재료 여행을 떠난다. 힘들지 않으냐고 물으니 “얼마 전엔 샐러드에 사용하는 들기름을 짤 때 필요한 1년치 들깨를 확보해서 기쁘다”며 웃어 보인다.

그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자신만의 다양한 요리법을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새우와 두부를 으깬 다음 달걀 흰자와 참기름을 넣어 동그랑땡을 만들어 잣, 꿀, 겨자, 크림을 넣어 만든 잣 크림소스를 곁들이는 식이다. 또 음식의 염분이 높아지지 않도록 고추장이나 소스에 볶는 요리는 지양한다. 나물 비빔밥이 좋은 예다. 묵은 나물과 밥을 섞은 뒤 돌솥에 데워 안동 헛제사밥처럼 간장 소스에 비벼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육포는 전북 정읍에서만 생산되는 죽력고와 자신이 직접 만든 간장에 재워 말린다. 맛은 프로슈토 햄과 비슷하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육포보다 부드럽고 향긋한 술 향이 배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