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정환 문화부 차장 = 낙지 요리를 파는 집은 많지만 대부분 수입 냉동낙지를 쓴다. 기껏 잘 먹는다고 해야 횟집에서 파는 산낙지인데, 왜 그런지 비리비리하다. 몸은 비록 토막이 났어도 빨판으로 접시에 딱 달라붙어 있는 탓에 간신히 떼어내 먹는 게 산낙지를 먹는 또 다른 재미다. 그런데 그것들은 젓가락에 조금만 힘을 줘도 맥없이 떨어진다. 먹으면서도 아쉬울 따름이다.
갯벌의 힘, 바다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낙지집이 있다. 바로 '목포낙지(02-712-1237)'다. '낙지집은 낙지로 말해야 합니다'라는 다소 자만에 가까운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음식점답게 서울에서 전남 해남 북평의 싱싱한 낙지를 맛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 3번 출구로 나와 가든호텔을 바라보고 왼쪽 골목으로 들어간 뒤 첫 골목에서 바로 좌회전해 30m 걸어가면 우측에 있다. 주소는 마포구 도화동 179-16이다.
맛있기로 소문난 '철판낙지'(1인 1만9000원) 2인분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세발낙지'(1마리 9000원)를 먹기로 했다. 주문을 하니 백김치, 청포묵, 젓갈, 더덕, 깍두기 등 갖가지 밑반찬이 나온다.
세발낙지는 발이 3개인 낙지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세'는 '가느다랗다(細)'는 뜻이다. 즉 '가는 발을 가진 낙지'를 의미한다. 잠시 후 세발낙지가 나온다. 접시에 힘차게 붙어 있는 것을 간신히 떼어냈다. 그리고 젓가락에 돌돌 감아서 입 안에 쏘옥 넣어본다. 기름장이 함께 나오지만 날것 그대로 먹는 것이 더 좋다. 고소함을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쫄깃쫄깃한 육질이 씹을수록 감칠맛 난다. 침 속의 아밀라아제가 더해져서일까.
잠시 후 철판 낙지가 나왔다. 큼직한 철판 위에 방금 전까지 수족관 유리벽에 붙어 있던 낙지 세 마리가 토막난 채 올려져 있다. 콩나물, 배추, 깻잎, 미나리 등 각종 야채가 가득하다. 직원이 불 위에 올려놓고 쓱쓱 싹싹 맛깔나게 구워준다.
달궈지는 철판 위에서 낙지 조각들은 잘린 것이 아파서인지, 뜨거워서인지 계속 몸부림친다. 중국산 냉동낙지가 아닌 만큼 낙지는 덜 익었어도 야채만 익기만 기다려서 함께 바로 입 안에 털어 넣는다. 살짝 데워진 것이 산낙지와는 또 다른 별미다.
너무 오래 구우면 냉동 낙지를 구워먹는 것과 별 차이 없으니 스테이크 레어로 굽듯이 먹는 것이 좋다. 또 양념은 손님이 원하는 대로 맵게도 해준다지만 낙지 먹으러 온 것이지 고추장 먹으러 온 게 아니니 가급적 순하게 먹는 편이 낫다.
어느 정도 먹은 뒤 밥을 볶아 먹으면 그 맛 또한 잊을 수 없다. 무, 미나리, 청양고추 등을 가득 넣고 끓인 칼칼하고 시원한 맛의 맑은 육수에 낙지를 산채로 넣어서 기절시킨 뒤 건져 내 잘라 먹는 '연포탕'도 인기 메뉴다. 뜨거운 물에 들어갔다 나온 낙지의 야들야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먹는 사이사이 주인 최문갑씨의 낙지 강좌가 신나게 펼쳐진다. 자신이 취급하는 낙지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맛, 신뢰도, 친절 모두 만족스럽다. 하지만 결정적인 아쉬움이 있다. 역시 만만찮은 가격이다. 특히 요즘은 이상 기온으로 채집량까지 확 줄어 가격이 천정부지다. 원가 부담 때문에 힘들어 하는 주인이 오히려 미안해한다. 그래서 더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좌석은 20여 석, 주차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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