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별로 입을 일이 없는 우리는 한복을 선택할 때 멋보다 한복을 주로 입는 설과 추석 모두 입을 수 있는 사계절용 천을 선택한다. 하지만 일 년 내내 한복을 일상복으로 입었던 선조들은 각 계절의 특성을 살린 천으로 자신만의 멋스러움을 살렸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는 조지훈 선생의 시 ‘승무’의 첫 연에사는 비단(견직물)의 한 종류다. 삼국 시대 이전에 들어온 비단은 재료를 구하기 힘들어 주로 귀족들의 옷감으로 쓰였다. 비단 하면 윤기가 나는 천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는 비단 중에서 가장 얇게 짠 천이다. 사라고 하면 조금 낯설어할지도 모르지만 문헌 기록과 유품을 통해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이 사다.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사극에 등장하는 왕과 왕비나 대신 관료들의 의상을 떠올려보면 쉽게 사를 떠올릴 수 있다. 왕과 왕비의 정초 의대에 주로 사용했는데 이런 기록은 조선 시대 궁중에서 사용한 의대와 직물 목록을 적은 <궁중발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는 색과 문양에 따라 종류를 구분하는데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소사, 주사, 광사, 은조사, 숙고사, 생고사, 공사, 저우사, 서양사, 문사, 옥사 등 200여 종의 다양한 사가 쓰였다. 아름답기는 하나 실용성이 다른 천에 비해 떨어지는 천이다 보니 이 많은 사 중에서 현재까지 제작되고 있는 것은 관사, 국사, 숙고사, 진주사, 갑사, 옥사, 생고사 정도다. 전해오는 사 중에서 인접문, 화문 등의 문양에 진분홍, 보라, 다홍 등 다양한 색을 내는 갑사는 곡식이 익는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추석 무렵에 입으면 적당하다. 조선 시대 문헌에 기록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것도 갑사다. 이 외에도 모시옷을 입은 것 같은 시원한 느낌을 줘 여름에 많이 사용되는 생고사. 특히 생고사는 같은 감으로 안을 넣어 겹으로 깨끼 치마저고리를 지어 입으면 은은한 어른무늬가 드러나 얌전하고 시원해 보인다. 지금은 비단이 흔해서 생고사에 깨끼옷을 지어 입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지만 옛날에는 부잣집 부인들만 즐길 수 있는 호사였다. 사는 일반적으로 봄가을과 늦여름 천으로 사용하는데 고문헌에 따르면 겨울에도 의복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명이나 삼베처럼 일반인들이 사용하기보다 재산적으로 여유가 있던 관료들이 주로 사용한 최고급 천이라고 할 수 있다. 백갑사 핫봉지’라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은 갑사(여름에 사용한 성긴 비단)에 솜을 두어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숙고사 항라(亢羅, 씨를 세 올이나 다섯 올씩 걸러서 구멍이 송송 뚫어지게 짠 여름 옷감)에 얇게 솜을 넣어 남자의 바지, 저고리, 마고자, 두루마기를 지어 늦겨울 초봄에 호사스럽게 입었다. 안팎으로 겹쳐서 깨끼를 지어 입은 사로는 은조사, 생고사 등이 있다. 사는 여인들의 저고리에도 솜을 두어 포근하면서도 명주보다 선선한 계절의 옷으로 사용했다. 한복을 자주 입지 않으면서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천 중 하나인 사. 어찌 보면 사치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천에서는 볼 수 없는 아련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천이 바로 사다. 올가을 사를 이용한 소품으로 색다른 멋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
'규방공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동군 한글교실(주머니 만들기 수업)/펌 (0) | 2011.07.19 |
---|---|
오월모시 (0) | 2011.07.16 |
아름다움에 결정체 오방색 (0) | 2011.07.15 |
한복에 깃든 선조들의 지혜 (0) | 2011.07.15 |
<펌>토끼 도시락 가방 (0) | 2011.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