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미

전통 혼례복 활옷

아기 달맞이 2011. 7. 8. 17:09
아름다운 시선

전통적인 것이 선사하는 단아함과 소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인의 염원을 담은 전통 혼례복

 

남녀 두 사람이 만나서 백년해로하고 생사고락을 평생 같이한다는 관계를 맺는 혼인. 예로부터 사람들은 혼인을 인륜 도덕의 근본이요, 만복의 근원이라 하며 중요시했다.

 
요즘의 결혼식 풍경을 살펴보노라면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고운 신부와 턱시도를 차려 입은 신랑, 그리고 양가의 부모와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떠들썩한 잔치가 벌어진다.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해진 혼례. 혼례 역시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세월이 흐른 지금, 예(禮)로써 두 남녀의 결합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지만 활옷에 화관을 쓰고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는 그리 많지 않다. 폐백을 할 때나 한 번 입어볼 뿐, 웨딩드레스와 면사포를 쓰는 것이 보편화했다.
 
혼례는 예나 지금이나 여자의 일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치장해야 하는 인륜대사다. 과거 전통 사회에서도 혼례는 매우 중요한 의례였기에 신랑, 신부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혼례식에서만은 신분적 제약에서 벗어나 상류 계층의 예복을 혼례복으로 착용할 수 있었다.
 
조선 시대 여자의 혼례복은 궁중에서 착용된 명부의 복식을 기본으로 했다. 예복 중에서 의복 전체를 화려한 문양으로 표현한 것으로는 왕비의 대례복인 *적의(翟衣)와 왕비의 예복인 *원삼(圓衫), 그리고 공주의 대례복인 활옷(闊衣)을 들 수 있다. 그 중 한 땀 한 땀 정성껏 수를 놓은 활옷은 인생의 반려자를 맞이해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데 대한 희망과 행복을 향한 염원이 담긴 옷이다. 활옷에는 여러 가지 화문을 비롯해 장수와 길상을 상징하는 물결과 바위, 불로초, 연꽃, 모란, 원앙 등의 동식물 문양 외에 이성지합(二姓之合), 만복지원(萬福之源), 수여산(壽如山), 부여해(富如海) 등의 글씨를 수놓았다. 활옷의 뒷면에도 의복 전체가 하나의 장식 공간이 되어 화려한 문양을 자수로 장식했다. 이렇게 활옷에 표현된 문양들은 예의 기본 사상과 장생, 길상 등의 의미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마치 회화와 같은 구도를 가지며 하나의 화폭으로 탄생했다.
 
우리 선조들은 혼례를 치를 때는 이렇게 고운 활옷을 입고, 머리에 화관(花冠)을 얹고 갖가지 비녀로 장식했다. 족두리와 마찬가지로 미적인 장식품으로서 가치를 지닌 화관은 비취, 진주 등으로 장식하고 사이사이에 칠보 떨새를 달아 작은 움직임에도 하늘거리며 화려함을 더해주었다. 화관의 형태가 화려함은 혼례가 일생에서 가장 경사스러운 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지곤지를 찍어 단장을 한 새색시 머리 위에서 아름답게 빛나던 화관은 일생에 단 한 번 써볼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다.
 
신분 차별이 엄격하던 그 옛날, 궁중에서나 착용할 수 있던 활옷과 화관을 사용하도 록 허락한 것을 보면 혼례는 아름다운 우리네 풍속이 꽃피는 가장 화려한 날이었다.
 

옷의 아름다운 장식이 단지 멋을 내기 위한 것에서 더 나아가 소망을 담은 마음의 무늬임을 일깨워주는 활옷과 화관. 이 하나하나에 예를 담아낸 우리 전통 혼례는 음양의 이치를 따져 의례에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그 당시 최고의 행복 요건인 부귀다남을 기원하며 혹시 침범할지도 모를 액을 막고자 했던 풍부한 상징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통문화의 깊이를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우리 것이 아닐 수 없다. 비록 활옷과 화관이 서양식 웨딩드레스와 면사포로 바뀌었을지라도 결혼식에서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치장하고 싶은 여인의 마음은 변함없이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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