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은 계절. 형형색색의 장미들이 아파트 울타리와 학교 담장에 피어 우리 눈을 행복하게 한다. 이 중 원예종 장미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은은한 향과 색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장미가 있다. 수수하고 소박한 우리나라 자생 장미 ‘찔레꽃’이다.
찔레꽃은 도심지에서 약간 벗어난 외곽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냇가나 길가 또는 논두렁이나 밭고랑·비탈 여기저기서 흰 꽃을 피우는, 낙엽 지는 눈높이 크기의 장미과 나무이다.
온몸에 가시가 있어 꽃을 꺾다가 손을 찔리게 돼 ‘찌르네’하다가 찔레로 부르게 되었다. 영실, 다화장미, 야장미, 야객, 설레나무, 찔구나무, 찔룩나무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려진다.
봄철 하얗게 핀 소박한 꽃도 어여쁘지만 은은하고 향긋한 향 또한 일품이며 가을철에는 빨갛게 익은 열매가 앙증맞고 귀여워 꽃꽂이 소재로도 사랑받는다.
대중가요 노랫말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이란 가사가 있다. 간혹 분홍빛을 띠는 꽃이 있긴 하지만 찔레의 대부분은 흰색이다. 아마 해안가에 많이 피는 같은 장미과의 붉은 해당화를 보고 이런 노랫말이 나온 것 같다.
찔레의 꽃말은 ‘고독’이다. 고려 때 몽고로 끌려간 한 소녀가 고향의 부모와 동생을 잊지 못하다 어렵게 되돌아와 집근처에서 죽게 된다. 그 후 소녀가 부모와 동생을 찾아 헤매던 골짜기와 개울가에는 소녀의 애타는 마음을 담은 흰꽃이 피어 나게 된다. 그리고 그 꽃은 진한 향기를 품어 소녀의 가족을 부르는 소리가 되어 온 천지에 퍼졌다는 가슴 찡한 전설을 전한다.
찔레꽃은 꽃의 여왕인 장미의 원종으로, 우리 선조들은 이 찔레꽃을 증류하여 화장수로 즐겨 사용하였다. 이를 꽃이슬이라고 하였으며, 이 것으로 몸을 씻으면 미인이 된다고 믿었다. 향수 속에는 정유성분이 있어서 더위를 식히고 위장을 조화롭게 하고 출혈을 멎게 하는 효능도 가졌다.
이뿐 아니다. 봄철에 올라오는 찔레 순은 어린 시절 향수어린 추억의 간식거리이기도 하다. 새순에는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이 있어 어린이들의 성장에 효과가 좋고 혈액순환도 돕는 약초의 역할을 한다.
아파트와 학교 울타리 붉은 넝쿨 장미 사이사이에 하얀 찔레꽃을 심어보자. 찔레의 정겨운 꽃담이 이웃들에게 은은한 향과 추억을 전할 것이다.
윤정귀 <숲해설가>
지인농장에서 채취한 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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