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돌미역 2 농어 3 성대 4 참돔 5 전복 6 뿔소라 7 성게 8 가시리 9 문어 10 톳 (오른쪽) 바다가 험한 날에는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하는 매물도. 매섭고 강한 바람은 장독 뚜껑도 들썩이게 해 뚜껑에 돌덩어리를 얹는 건 필수다. ‘빼때기 죽’은 바다 일을 나가지 못할 때 양식으로 삼던 전통 죽이다. 빼때기란 생고구마를 썰어 햇볕에 바짝 말린 것을 이르는 방언으로, 팥죽을 쑬 때 넣으면 쫀득쫀득 씹는 맛이 일품이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배가 하루 세 번 오가는 곳. 그마저도 안개나 강풍으로 끊길 때가 많은 섬. 매물도 주민들은 물건을 사거나 은행일 또는 관공서 일로 뭍에 다녀오려면 하루 생업을 포기해야 한다.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매물도 주민들은 바다를 통해 부를 얻는다. 미국 FDA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청정 해역 그리고 그곳에서 얻는 신선한 해산물은 이 섬 주민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든다. 해녀가 물질로 수심 15m 바닷속에서 직접 건져 올린 성게는 알이 꽉꽉 들어차 있고, 꿈틀거리는 전복에선 싱그러운 바다 냄새가 난다. 그들이 채집한 성게와 전복은 산 채로 바닷속에 보관했다가 일정량이 모이면 일본으로 수출하는 효자 상품이다. 2월부터 9월까지 마을 사람의 손길을 바쁘게 하는 건 돌미역이다. 양식이 아닌, 해녀가 직접 딴 자연산 돌미역을 어른 키만 한 길이로 해풍에 말리는데, 오래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특상품인지라 귀한 몸값을 받고 육지로 팔려나간다. 어부들이 낚시로 또는 가끔은 배를 띄워 그물로 잡아 올리는 참돔, 농어, 성대는 잡는 족족 부르는 게 값이다. 그중 5월부터 10월까지 잡히는 성대는 매물도의 별미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붉은 몸통 양옆에 날개처럼 넓은 지느러미가 있어 헤엄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해서 ‘천사 고기’라 부르며, 회로 뜨면 야물고 단단한 살점이 다디달다 해서 ‘달갱이’라고도 불린다. 이밖에도 해녀가 잡아오는 문어와 뿔소라, 섬을 둘러싼 바다에서 언제나 얻을 수 있는 가시리와 톳, 산속에 지천으로 자라는 방풍나물 등이 모두 매물도를 대표하는 먹을거리다. 도시 사람들은 구경도 못하는 자연산 해산물이 넘쳐나는 매물도는 그동안 밖에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섬이었다. 인근 소매물도가 관광객으로 넘쳐나도 전혀 부럽지 않았다. 되레 마을 사람들의 생활이 방해받지는 않을까 염려하며 타지인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제 마음을 바꿔 즐겁게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 진흥 프로그램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된 후 섬 주민들과 전문가가 힘을 모아 매물도 고유의 자연을 보존하면서, 잊힌 문화를 재생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훅훅해진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매물도의 ‘맛’을 복원, 개발하는 작업에 한창인 식문화 컨설팅 그룹 ‘그린 테이블’과 함께 매물도에 다녀왔다.
(왼쪽) 말린 가자미 조림 날씨가 험한 날은 바다에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비상식량을 저장해두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생선은 대체로 말려서 보관했다가 조려서 먹는다. 가자미처럼 넓적한 생선은 통째로 말리고, 삼치처럼 두꺼운 생선은 포를 뜬 후 뼈는 버리고, 살만 따로 말려서 쓴다.
가자미 말린 것 2마리 분량에 대파, 양파를 듬성듬성 썰어 넣고 고춧가루 1큰술, 진간장 21/2큰술, 마늘과 된장 1작은술씩, 고추장 1 1/2큰술을 넣고 약한 불에서 자작하게 조린다.
(오른쪽) 레몬 콩피 드레싱을 곁들인 농어구이 레몬 콩피 compie란 칼집 낸 레몬을 소금에 절여 한 달 정도 저장한 것이다.사용할 때는 맑은 물에 씻은 다음 속은 발라내고 껍질만 쓴다. 싱싱한 농어는 회로 먹기에도 좋지만 올리브유를 살짝 발라 달군 팬에 구우면 훨씬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농어는 뼈를 바른 후 2등분한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를 앞뒷면에 뿌리고 올리브유를 바른 뒤 달군 팬에 굽는다. 레몬 콩피에 껍질을 벗긴 대추 토마토(주황, 빨강색), 다진 셜롯,레드 와인 식초, 올리브유, 케이퍼를 약간 넣고 쓱쓱 버무린다. 당근 퓌레는 푹 삶은 당근과 졸인 오렌지 주스, 말린 살구를 섞어 갈아 만든 것으로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당근 퓌레를 숟가락에 담아 접시에 세로로 죽 그은 후, 레드 와인 식초에 버무린 매물도산 가시리(해초류)를 얹고, 레몬 콩피 드레싱을 넣어 노릇하게 구운 농어를 올린다.
(왼쪽) 방풍나물무침 척박한 땅, 매서운 바람 때문에 논농사와 밭농사가 수월하지 않은 매물도에서 유일하게 흔한 채소가 방풍나물이다. 뒷산에 오르면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밥상에 김치는 없어도 이 방풍나물무침은 꼭 오른다. 겨울에 뜯은 방풍나물은 줄기까지 다 먹고, 4월부터는 연한 잎만 똑똑 따서 먹는다.
방풍나물 200g을 살짝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 후 된장 1작은술, 식초 2작은술, 다진 마늘, 진간장, 참기름, 깨소금을 약간씩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오른쪽)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성게 알 한여름 매물도에서 해녀가 물질로 잡은 성게는 쓰거나 비리지 않다. 워낙 맛이 고소해 완전 날것으로 먹는 게 가장 좋은데, 색이나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 토마토소스를 맑게 만들고 매물도산 해초인 꼬시래기를 넣은 젤리를 곁들였다.
토마토소스는 토마토를 갈아 소금, 후춧가루, 바질을 넣고 고루 섞은 다음 면포에 걸러 맑은 물만 내린 후, 바지락 육수와 라임즙을 넣어 만든다. 젤리는 앞서 내린 토마토 물과 자몽 주스에 젤라틴과 해초를 부어 굳힌다. 접시 한쪽에 젤리를 얹고 토마토소스를 담은 후 주변에 바질 오일을 흘려 향과 색감을 더한다. 여기에 성게 알을 조심스레 올린 후, 시트러스 에어 citrus air(오렌지, 레몬, 라임 즙에 레시틴이라는 인체에 무해한 화학 성분을 넣어 만든 거품)를 올리고 레몬즙과 올리브유를 살짝 뿌린다.
(왼쪽) 수박 소스와 문어 세비체 세비체 cebiche는 싱싱한 해산물을 레몬즙이나 라임 주스에 절인 다음 신선한 채소와 함께 먹는 요리로, 주로 해안가에서 즐겨 먹는다. 제철인 수박으로 소스를 만들어 곁들이면 신선한 문어의 쫄깃함과 상큼한 소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문어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도톰하게 자른 후, 시트러스 드레싱(레몬즙, 올리브유, 레몬 제스트, 다진 파슬리와 차이브, 소금, 후춧가루를 섞은 것)에 1시간 정도 재운다. 새빨간 수박 소스는 잘 익은 수박과 토마토를 함께 으깬 후 은근한 불에 끓인 다음 올리브유와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소스 위에 매운 향이 나는 마늘종 피클을 얹고, 재운 문어를 올린 후, 스페인산 햄인 초리조 말린 것을 작게 잘라 얹는다.
* 매물도의 토속 음식인 빼때기 죽, 성게 알 미역 쌈, 말린 생선 조림, 방풍나물무침은 매물도 전역에서 두루 맛볼 수 있다. 서양 요리는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그린 테이블’의 김은희 셰프가 개발 중인 메뉴로, 8월 중순부터 그린 테이블(02-591-2672)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오른쪽) 성게 알 미역 쌈 해산물 수확에 나선 해녀들이 식사 대신 먹은 음식. 생미역에 성게 알을 싸서 먹는 간단한 음식이지만 물질로 허기진 해녀들에겐 훌륭한 간식이 된다. 가정에서 즐길 때에는 입맛에 맞게 미역에 양념을 더해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생미역 1컵에 식초와 설탕을 1큰술씩 넣어 무친다. 양념한 미역에 성게 알을 올려 싸 먹는다.
삶의 풍경을 담은 공공 예술 매물도 사람처럼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한 매물도는 ‘매물도 사람처럼’이라는 주제의 설치 미술 작품으로 여행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섬을 이해하고, 지역 주민과 교감하는 여행을 권장하는 곳. 그 정신을 담은 매물도 이야기가 담긴 조형물을 소개한다.
매물도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들. 이처럼 작가가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만드는 예술 작업을 ‘커뮤니티 아트’라고 한다. 매물도의 여러 조형물 역시 작가와 마을 주민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생활하며 대화를 나누고 공감한 뒤 제작한 것이다.
매물도 여행 정보매물도에는 가장 높은 장군봉을 기준으로 섬 양쪽에 두 곳의 마을이 있다. 동쪽의 당금마을은 탁 트인 바다와 마을 어부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곳이고, 반대편 대항마을은 시골스러운 소박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다.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두 마을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이 외지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점은 비슷하다. 마을 입구와 당산나무 터, 우물 터 등 주요 지점은 물론 각 가정의 대문과 물탱크에는 어김없이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 조형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가고 싶은 섬’ 사업의 일환으로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와 유알아트가 협력해 제작한 것이다. 주제는 ‘매물도 사람처럼’으로 삶의 풍경을 자연스러운 설치 미술로 돋보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일 먼저 시작한 작업은 물탱크 꾸미기. 섬이다 보니 물이 귀해 집집마다 물탱크가 있는 점에 착안해 물지게를 진 사람, 물동이를 인 사람, 물고기, 그물 등 물과 관련한 조형물을 설치했다. 문패도 달았다. 집주인의 이름이 아닌 ‘고기를 잡는 어부’ ‘제주에서 해녀를 데려온 할머니’ ‘꽃 심는 할머니 집’ 등은 그 집에 거주하는 주민의 특성을 담은 표현이다. 이 외에도 ‘텃밭’ ‘우렁이 사는 도랑’ ‘매갱이 노는 곳’ 등 이야기가 있는 곳도 표시해 마을을 걷는 내내 찬찬히 살펴보는 즐거움이 매우 크다. 각각의 조형물에는 저마다 담고 있는 이야기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매갱이 노는 곳’이라는 조형물 아래에는 아크릴 판에 “이곳에서는 해달을 ‘매갱이’라고 부릅니다. 천연기념물인 매갱이는 족제빗과 포유류에 속하며 바다수달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몸 크기는 1미터 정도이고 장난을 좋아합니다. 새벽이나 이른 저녁, 선착장에 자주 나타나 살림망 안의 물고기를 훔쳐 먹거나 배 위에서 도둑잠을 잡니다”란 글귀가 적혀 있다. 매물도는 마을을 장식할 조형물 설치를 시작으로 2011년 여름까지 제주 올레길처럼 걷기 좋은 탐방로를 조성하고, 그 옛날 어부들이 즐기던 밥상을 복원하며, 문화 체험 프로그램과 장소를 마련해 본격적으로 여행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마을 주민의 집에서 직접 마을 주민처럼 살아보고 섬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적 생활 문화 여행지로 거듭날 매물도의 모습이 사뭇 기대된다.여행 문의 055-650-4580~3(통영관광안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