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미

우리의 원초적 모음(母音), 다듬이 소리

아기 달맞이 2010. 7. 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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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원초적 모음(母音), 다듬이 소리
해거름이면 할머니는 약간 덜 마른 빨래를 걷어 오셔서 솔기를 펴고
너덜너덜한 실밥을 튿어내고나서 네 귀를 맞춰 둘로 접으신다.
그리고 고모를 불러내어 빨래의 한 쪽을 잡게 한 후
양쪽에서 팽팽하게 힘을 주어 살살 잡아 당기신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고모가 세게 당겨 버리면
할머니는 뒤로 넘어지시고 할머니가 잠시 빨래를 놓치시면
이번엔 고모의 윗몸이 앞으로 쏠려 넘어진다.

이런 과정이 몇 차례 되풀이 되고나서
할머니는 빨래를 다시 귀가 딱 맞게 접어
옥양목 보에 싸서 자근자근 밟으면 구김이 서서히 펴진다.

그런 다음 쪽마루에 있는 다듬이 위에 빨래를 올려놓고
할머니와 고모는 마주보고 앉아 다듬이를 두들기기 시작한다.

또닥또닥 또닥또닥 또닥 딱딱딱 따다닥 딱딱딱딱

처음 자진모리로 시작된 다듬이 소리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중중모리로 느려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휘모리로 바뀌어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그렇게 寂滅(적멸)을 가르며 점점이 태어난 소리들은
가을밤의 허공을 흔들어 깨우고 그 울림이 만드는 동심원은
점점 넓어져 내 마음의 深處(심처)에 와 닿는다.
난 어쩐지 그 평화로운 다듬이 소리가 좋았다.

또닥또닥 또닥또닥 또닥 딱딱딱 따다닥 딱딱딱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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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다듬이 소리에 방안의 호롱불이 고요히 흔들리기라도 하면
난 호롱불이 꺼질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곤 했다.
내 유년의 추억 속에서 떠오르는 가장 정겨운 소리의 하나인 다듬이 소리...
멀어질 듯 가까워지고 가까워질 듯 멀어지는 투박하고 경쾌한 그 소리는
한국 사람의 원초적 母音이었다.

"또닥또닥"이란 다듬이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속에는
우리들 어머니의 들숨과 날숨이 묻어 있다.
또닥또닥이 평화스런 의성어는 바로 사람의 상처를 달래고
보듬어 줄 때 쓰는 말이 아니던가.
그러기에 다듬이는 단순히 옷의 주름을 펴는 소리에 머물지 않고
삶의 구김살을 펴주는 신명나는 소리다.
또닥또닥 아이를 어루는 이 의성어는 또한 아이에게
엄마가 옆에 있으니 안심하고 자라는 수신호이기도 한 것이다.

이제 내 어린 날의 평화는 저물고 마음은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깊은 적멸에 잠겨있다.
다시 무슨 소리를 꿈꿀 것인가...
세상의 모든 노래는 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나 또한 시방 내 젊은 날의 소중했던
옛노래를 마음에 간직해두지 못했다.
그러니 그 무엇으로 또닥또닥 내 상처를 어루만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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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다듬이 소리를 듣다(夜聽擣衣聲) / 양태사(楊泰師)

霜天月照夜河明 서리가 차가운 하늘에 달빛이 비추어 은하수 밝은 밤,
客子思歸別有情 나그네는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厭坐長宵愁欲死 이 긴 밤을 조용히 앉아있자니 수심에 애가 타는데,
忽聞鄰女擣衣聲 홀연히 들려오는 것은 이웃 아낙네의 다듬이 소리.

聲來斷續因風至 끊어질듯 이어지며 바람결에 실려와서,
夜久星低無暫止 밤이 깊어 별이 기울도록 잠시도 그치지 않습니다.

自從別國不相聞 고국 떠난 뒤로는 저 소리 들어보지 못했는데,
今在他鄕聽相似 이제 타향에 있으면서 고향에서 듣는것 같습니다.

不知綵杵重長輕 다듬잇방망이 그 무게가 어떤지 모르고,
不悉靑砧平不平 푸른 다듬잇돌이 평평한지는 미처 모르지만,

遙憐體弱多香汗 멀리 가녀린 몸은 구슬같은 땀에 젖어 가련하고,
豫識更深勞玉腕 이미 옥같이 고운 팔은 점점 지쳐가고 있겠지요.

爲當欲救客單衣 홑옷으로 길 떠난 나그네 구하려는가,
爲復先愁閨閣恨 규방에서 외로이 있는 시름 잊으려는가.

雖忘容儀難可問 그대 모습이 가물거려도 물어볼 수도 없으니,
不知遙意怨無端 멀리서 무단히 원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寄異土兮無新識 낯선 땅에 붙어사니 새로운 알음알이 없어,
想同心兮長嘆息 한 마음 그대 생각에 탄식만 길어집니다.

此時獨自閨中聞 이런 때 홀로 규방의 다듬이 소리 듣게 되니,
此夜誰知明眸縮 이 밤에 누가 알까, 맑은 눈동자가 눈물로 흐려지는 것을...
憶憶兮心已懸 그립고도 그립습니다, 마음은 이미 매달렸는데,
重聞兮不可穿 들리고 또 들려 답답한 마음 뚫을수 없으니.

卽將因夢尋聲去 꿈속에서라도 그 다듬이 소리 찾아가고 싶어서,
只爲愁多不得眠 그저 수심만 깊어져서 잠조차 이루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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