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미

대바구니 보리밥/펌

아기 달맞이 2010. 7. 6. 10:37
 


 

여름에는 찬기가 많아 포실포실한 보리밥이 으뜸이다.
식욕을 잃어 근근이 한끼 식사 때우는 요즘은 특히 그렇다.
끼니 때 마다 밥하는 것도 귀찮은 일인지라 얼마전에 담양 특산물전 할 때
큰맘 먹고 장만한 대바구니에 보리밥을 지어 담아 두고 퍼먹는다.
그리하니 쉽사리 밥이 쉬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아 시원한 밥맛을 즐긴다.
대바구니의 특성상 숭숭 뚫린 구멍이 있어 통풍이 잘 되 그보다 더 좋은
밥통이 따로 또 있을까 싶다.

옛날 사람들이야 자연에서 얻어낸 것 외에 흔치 않던 생활 용품들이었겠으니
내 어머니도 여름철 밥 보관을 그리 했던 기억이 솔솔 난다.
물론 박을 타서 반으로 쪼갠 박바가지가 훌륭한 양푼이기도 했겠지만...
문득 바가지를 들고 밥을 얻으러 다니던 거지들의 모습이 떠 오른다.


식욕 없는 여름철은 또 멸치 국물 푹 우려 낸 국물에 감자 숭덩숭덩 썰어 넣고 끓인 감자국과 보리밥에 그저 장독대에서 갓 푼 고추장에 풋고추 찍어 먹는 수수함이 최고다. 또는 묽게 반죽한 밀가루를 넓죽한 주걱에 얹어 넣고 젓가락 하나로 뚝뚝 떼 넣고 끓인 충청도식 수제비도 여름철 별미겠다.

어릴적엔 그 묽은 수제비가 탐탐치 않았었다.
후루룩 마셔 버리면 그만인 그 물렁물렁한 느낌이 정말 싫었다.
엄마는 가늘게 떠 넣은 것이 비결이라는 소리를 수제비 뜰 때마다 강조 하셨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었기에 나는 일찍부터 부엌에 들어가는 일을 했었다.
일터에서 늦게 귀가 하시는 엄마 대신 오빠와 남동생을 위해 그 일을 했었다.
물론 언니는 더 일찍 그 일을 했었지만 언니가 없는 날은 내 차지 였다.
엄마처럼 수제비를 뜨려 했지만 내가 끓인 수제비는 늘 뚱뚱한 수제비 국이 되곤 했다.
어쨌든 일찍부터 엄마 일손을 돕기 위해 수제비국 끓이는 일부터 설거지 등 궂은 일을 했지만 아직도 내 관심사중 하나로 꼽으라면 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이 후 나는 조금 되직하게 반죽해서 손으로 뚝뚝 떼 넣는 방법으로 수제비를 끓였다.
그런데 오늘은 후루룩 마시기 까지 좋은 그 묽은 수제비 생각이 난다.
아직 부모님 건재하시니 며칠 있다 청평에 가면 엄마께 주문 해야 겠다.

담양의 대바구니는 비싸다는 것이 흠이지만 싼 중국제품 보다 탄탄 하기는 하다. 밥을 퍼 담은 채로 뜨거운 물에 중탕을 해도 상태가 그대로인 대나무의 효험 가치는 대단한 것 같다.

알고보면 재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모셔둔 그릇이나 생활용품들이 많다.
아껴야겠다는 일념으로 미련하게도 자꾸만 써줘야 빛이 난다는 사실을 잊고 만다.

그래서 요즘 아껴 두기만 했던 소품들을 생활도구로 마구 쓰려고 한다.
아... 식욕 없는 계절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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