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에는 젊고 발랄한 미술과 권위가 풀풀 풍겨나는 갤러리가 공존한다.
특히 화개길은 그 중에서도 아트숍과 갤러리, 박물관이 늘어서 있어 그야말로 예술의 거리 중 최고봉.
삼청동 화개길에는 갤러리와 카페, 그리고 로드숍들이 동거한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천차만별 다양할 것 같지만
사실은 두 갈래로 흐르고 있다. ‘품위의 예술’과 다소 ‘키치적인’ 감수성, 이 두 갈래길로 말이다.
이곳에서는 고급 예술과 대중이 어렵지 않게 만나고, 유행과 자유로운 창작이 곳곳에서 하나가 되었다가 둘로 나뉘며 떠돈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순수 예술의 극한이라도 되는 듯한 갤러리와, 서울시 공공 미술 프로젝트 ‘인사이드
아웃사이드’가 삼청동의 거리를 다양한 미술 작품으로 수놓고 있다. 반면 최근 급속도로 늘어난 디자이너 숍들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대중적이고 노골적인 감수성을 지닌 장식들은 숍들 여기저기에 속속 자리를 잡고, 키치문화는 이곳에서 더욱 견고하게 똬리를 튼다.
‘아트 벨트’로 선정된 이 숍들은 화개길을 일종의 쇼핑 공간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이 쇼핑 공간에서는 고유의 예술가 정신이 잊혀지고 있다. 여기에 마치 상업 매거진의 지침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차림새의
행인들과 자유로운 작가 정신 정도야 벌써 오래 전에 실종된 프렌차이즈들이 그 의구심을 더욱 강화시킨다. 또 한켠으로는 다분히
키치적인 의상과 소품들, 그리고 채 예술적이거나 감각적인 향취를 내지 못하는 식당들의 외관이 골목 안쪽 구석을 장식한다.
고전적인 예술과 생기 넘치는 예술, 그리고 파격적인 감수성이 공존하는 이곳은 오늘도 더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유명한 거리들이 그러했듯 변형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삼청동 화개길에는 예술성과 키치문화의 갈림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는 전통과 외산, 그리고 고풍스러움과 혁신이 공존하며 서로 다른 길로 달리고 있다.
오래된 전통 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레스토랑과 카페에는 다국적 식문화와 유러피언 타입의 익스테리어가 이목을 끈다.
전통적인 장식 소품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몇 발자국 더 걸어가면 뉴요커들처럼 브런치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카페와 프랑스 세느
강변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노천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이렇듯 화개길 안쪽에는 우리 시대가 현재 겪고 있는 수많은 문화적 갈림길이 한꺼번에 소용돌이 친다.
이 소용돌이는 오래된 고민이자, 낡아 빠진 미래의 고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고민은 발전의 기로에 서 있는 역사 속 모든 거리와
미래에 더욱 발전할 도시들의 공통분모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어떤 길로 나아갈지, 어떤 문화를 고수하며 어떤 감수성을 선택적으로
수용할지, 그렇게 어떠한 거리를 만들어 나갈지는 우리시대, 대중들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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