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서울서 2시간 남짓, 섬 속의 섬 ‘강화 석모도’

아기 달맞이 2010. 7. 5. 09:09

시월애’를 보면 이정재, 전지현 두 주인공이 살고 있는 바닷가 집이 나온다. 서로 다른시간에 살지만 우편함을 통해 편지를 주고받는 영화 속 배경이 바로 강화 석모도다. 2000년 개봉된 이 영화로 인해 알려지기 시작한 석모도는 서울에서 가까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섬 속의 섬, 석모도를 가기위해 길을 나섰다. 강화도 초입에 들어서자 어둑어둑하던 하늘에서 비가 떨어진다. 변덕스런 섬 날씨는 석모도 역시 마찬가지다. 섬 속의 섬이라고 하지만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다. 강화도 까지는 다리로 연결돼 있고 강화에서 석모도는 불과 1.5km의 거리를 배로 들어간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다. 짧은 거리에 차도 타고 배도 타니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석모도로 들어가는 배는 언제나 갈매기 떼가 쫒는다. 과자를 던져주면 순식간에 몰려와 채간다.

석포선착장외포리에서 석모도의 입구 석포리로 배가 들어왔다. 1.5km의 짧은 거리라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배 주변에는 사람들이 주는 과자를 얻어먹기 위해 갈매기가 따라다닌다. 과자를 하늘을 향해 던지면 갈매기들이 채가거나 손을 높이 들어 과자를 들고 있으면 기특하게도(?) 과자만 물어간다. 승용차부터 트럭, 버스까지 석모도로 오는 모든 차와 사람은 이 배를 타야 한다. (이다일기자)

사라져가는 석모도의 옛 풍경

석모도는 어업과 농업이 함께 공존한다. 넓은 염전에선 소금도 생산된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섬이다. 여기에 멋진 낙조를 비롯해 보문사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 해수온천같은 관광지가 알려지면서 펜션이 들어섰고 섬은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석포항에 내리자 호객행위가 한창이다. 비수기나 평일에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 새 숙박업소와 식당들은 꾸준히 늘어났다. 석포리 입구엔 흉물스런 건물도 있다. 호텔을 짓다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다고 한다. 석모도의 조용한 정취가 흉물로 아쉽지만 아직까지 섬의 대부분은 옛 모습 그대로 있다.

석모도 구경은 선착장을 나오자마자 삼거리에서 갈라진다. 하지만 오른쪽, 왼쪽 어디든 좋다. 섬을 일주하는 도로는 하나뿐이고 이정표를 따라가면 보문사, 민머루해수욕장, 삼량염전 등이 펼쳐지니 어느 곳을 향해가도 좋다. 궂은 날씨를 뒤로하고 북쪽의 작은 포구 ‘하리’로 향했다. 42.841㎢의 작은 섬에서 내비게이션은 무용지물이다. 불과 2km떨어진 육지의 것들이 줄줄이 검색된다.

석모도의 남쪽, 간척지를 따라 곧게 뻗은 길이다. 예전에는 염전이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 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염전이었던 땅은 대기업에서 매입해서 골프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염전의 옛 모습은 사라지게 된다니 아쉬움이 남는다. 곧게 뻗은 길은 석모도에서 가장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로 꼽힌다. 길이 넓지 않으니 천천히 창문을 열고 달리거나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이다일기자)


섬에 남은 ‘섬’의 풍경

하리 선착장은 섬의 서북쪽에 있다. 바로 앞 바다가 북한과 맞닿아 군에서 경계근무를 서는곳이다. 또한 영화 ‘시월애’의 아름다운 집이 있던 곳이다. 하지만 영화속 집은 촬영 후 얼마 되지 않아 태풍에 사라졌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초저녁, 멀리서 배가 들어온다. 선착장에는 트럭을 중심으로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 어선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는 병어다. 어둠속에서도 은빛 병어는 반짝 인다. 석모도 인근에는 병어와 새우, 숭어같은 생선들과 꽃게가 주로 잡힌다. 이곳의 생선들은 인천의 경매장으로 팔려나가거나 섬 안에 있는 횟집에 넘겨진다. 덕분에 석모도의 횟집에서는 자연산 회를 맛 볼 수 있다.

생선을 트럭에 싣고 나갈 즈음 한 무리의 군인들이 군견을 앞세우고 선착장에 들어섰다. 민간인은 일몰 시간부터 출입이 통제된다. 작은 선착장 하리 구경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위해 어류정항으로 향했다.

(이다일기자)



어류정은 섬의 남쪽이다. 섬을 한 바퀴 도는데 차로 10여분 남짓 걸린다. 북쪽은 몇 개의 산이 있는 반면 남쪽은 평탄한 간척지다. 간척지 사이로 곧게 뻗은 길옆이 예전 염전이었던 곳이다. 지금은 대부분 염전이 문을 닫았고 ‘석모도 소금집’이라고 불리는 작은 염전 한곳만 소금을 만들고 있다. 길의 끝에서 좌측으로 불빛을 따라 들어가면 어류정이 나온다. 북쪽의 하리 보다 배도 많고 횟집도 많다. 인근에 민머루해수욕장이 있어서 남쪽을 찾는 이가 더 많다. 배에서 잡아 포구의 작은 가게에서 회를 떠 판다. 그 중 불이 훤하게 켜진 집으로 들어가니 시끌벅적 꽃게 잔치가 열렸다.

30년 전 꽃다운 17세의 나이에 전남 화순에서 석모도로 시집 온 ‘창성호’ 유화숙(47)사장은 “석모도는 전기도 일찍 들어왔고 농산물, 해산물이 풍부해 먹고 살기는 좋은 곳”이라며 “이곳의 회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지역에서 잡은 생선이라 맛이 일품이다”며 회를 맛 볼 것을 권했다.

바닷가에서 직접 잡은 꽃게로 만든 간장게장. (이다일기자)


석모도를 찾는 사람들

이곳 석모도는 차를 타고 잠깐 돌아보기엔 너무 아쉽다. 노을지는 바닷가를 거닐어 보고, 새벽에 보문사에 올라 바라보는 바다풍경 등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바다낚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북한과 가까워 낚싯배를 타고 멀리 나가진 못하지만 2~3kg가 훌쩍 넘는 숭어라도 잡으면 손맛이 그만이다. 여기에 아기자기한 펜션에서 하루 밤 지내고 간다면 어느 여행지 부럽지 않은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경향닷컴 이다일기자 crodail@khan.co.kr〉

(가는길)
서울에서 국도 48호선을 이용, 김포를 지나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까지 간다. 여기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된다. 시외버스는 신촌, 안양, 영등포 등 여러 곳에서 출발한다. 강화터미널에 내린 뒤 외포리행 군내버스를 타면된다.

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수시로 운항된다. 하절기엔 9시까지 들어가는 배가 있지만 계절에 따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섬 안에선 버스나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하면 편리하다.


산길 사이로 갯벌이 내려다보인다. (이다일기자)


염전 석모도의 염전은 이제 거의 다 사라졌다. 염전들은 사각형 모양으로 바닷물을 채울 땅을 만들고 타일을 붙여 단단하게 바닥을 발랐다. 자연 바람과 햇빛으로 소금이 만들어지면 반짝반짝 빛나는 소금이 바닥에 그대로 남았었다. ‘석모도 소금집’이라 불리는 작은 염전을 제외하면 모두 사라진 셈이다. 염전의 흔적은 허물어져가는 소금창고와 바둑판처럼 나눠 돋아난 잡초들로 추측해 볼 뿐이다. (이다일기자)


돌모루 선착장에서 우회전해 길을 따라 달렸다. 길게 뻗었던 길은 작은 산을 넘어 막다른 마을에 다다랐다. 몇 안 되는 상점들과 농협, 버스정류장이 이곳이 번화가임을 증명해준다. 낮은 벽을 분홍색으로 칠한 노래방이 눈길을 끈다. 높다고 해봐야 2층, 그마저도 가건물로 세운곳이 허름해 보인다. ‘허름해 보이는 번화가’, 석모도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다일기자)


섬마을 논섬의 북쪽 ‘하리 선착장’에서 뒤로 돌아서자 낮은 산 아래 마을이 보인다. 그 앞은 녹색의 논이 펼쳐있다. 옛날부터 석모도는 농업과 어업이 모두 번창했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데도 땅이 비옥해 농작물이 잘 자란다. 여주 이천 쌀 못지않게 맛있다는 석모도 고시히카리 쌀은 해풍을 맞으며 자란다. 석모도의 음식점들은 대부분 석모도 쌀을 사용한다. 꼬들꼬들한 밥 맛의 비결이다. (이다일기자)


병어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 하리 선착장에 들어온 고기잡이배에서 병어를 뭍으로 올려놓는다. 인천의 경매장이나 석모도의 횟집으로 팔려가게 된다. “오늘은 많지 않네”하는 아쉬운 말소리가 어두운 날씨만큼이나 무겁다. (이다일기자)


갯벌 영화 ‘시월애’의 촬영지였다는 하리의 갯벌. 태풍으로 사라진 영화 속 세트장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멀리 서해바다쪽으로 송전탑을 하나씩 머리에 얹은 섬들이 보인다. (이다일기자)


펜션과 갯벌 최근 석모도의 모습은 갯벌, 펜션으로 설명 될 수 있다. 섬을 빙 둘러 곳곳에 펜션이 자리했다. 경치좋은집, 낙조가 좋은집 등 석모도의 빼어난 풍광을 자랑삼아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다일기자)


도로변에 낡고 낮은 집이 있다. 집 앞의 넓은 논은 녹색 물결로 넘친다. 하루 일과가 끝난 초저녁. 집 주인은 난간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태우고 있다. 고즈넉한 농촌의 풍경이다. (이다일기자)


갈매기석모도 가는 배에서 갈매기가 과자를 집어가고 있다. 하루 수십 차례 강화도와 석모도를 오가는 배는 갈매기들의 호위를 받는다. 관광객들은 10여분 남짓한 짧은 순간에 갈매기에게 과자를 주고 이것을 사진으로 남기려 애쓴다. 혹시 갈매기가 과자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이다일기자)

경향신문발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