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우리가 물이 되어/강은교

아기 달맞이 2010. 6. 22. 13:22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 들어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 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씨는 아이를 낳자 곧 이별해야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 시는 그 아픔을 표현한 시라고 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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