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글

'무소유' 서점서 판매 급증하며 품절… 출판사는 '절판 유언'으로 인쇄 못

아기 달맞이 2010. 3. 15. 17:16

법정 스님이 11일 입적하자 서점에는 스님의 대표작인 '무소유'의 '소유' 열풍이 불었다. 1976년 범우사에서 처음 출간된 이 에세이집은 12일 오후 현재 교보문고·영풍문고·예스24·알라딘 등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모두 품절된 상태다. 온라인서점 예스24는 "'무소유'는 법정 스님 생전에 하루 16부 정도 팔렸으나 입적 당일에는 1835부, 오늘 오전 10시까지 894부가 나갔다"고 밝혔다. 샘터사가 출간한'홀로 사는 즐거움' '산방한담(山房閑談)'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등도 품절됐다.

문학의숲에서 출간한 '아름다운 마무리' '일기일회(一期一會)' 등 법정 스님의 다른 저서들은 스님의 입적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치솟았다. 교보문고는 "법정 스님이 위독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스님의 저서가 평소보다 2배 가까이 팔렸고, 입적한 뒤 8배 이상 팔렸다"고 밝혔다. 교보문고 온라인 서점의 11일 베스트셀러 집계 결과는 법정 스님 책이 상위 20권 가운데 17권을 휩쓸었다. 온라인서점 알라딘도 "평소에는 법정 스님 저서 판매량이 하루 평균 40부 정도였으나, 스님이 입적하신 11일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후 2시까지 총 6000권이 팔려 판매량이 15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법정 스님 입적 다음 날인 12일 광주광역시 충장서림에 마련된‘법정 스님 저서 모음 코너’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 연합뉴스

법정 스님은 입적 직전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며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기를 당부했다. 이 유언 때문에 법정 스님의 저서를 출간한 출판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범우사 윤형두 회장은 "법정 스님 입적 직전에 '무소유' 1만부를 인쇄하려고 준비했다가 유언을 듣고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샘터사 김성구 대표는 "스님이 이사장으로 계셨던 시민단체 '맑고 향기롭게'의 결정에 따라 절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의숲 고세규 대표는 "지난 4일 스님을 찾아뵈었지만 절판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서 "스님과의 마지막 약속은 '계약서'이므로 계약서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