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나오세요. 불 들어갑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형형색색 꽃상여도 만장도 없었다. 겉치레의 추도사도, 사리를 수습하는 절차도 없었다. 지난 13일 오전 11시41분, 순천 송광사 전통다비장에서 거화(炬火)와 함께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영혼이 불길로 타올랐다. 스님의 정신을 닮은 다비장 주변 편백나무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흐느끼는 손상좌스님전남 순천 송광사 전통다비장에서 13일 열린 법정스님 다비식 도중 영정을 모신 법정스님의 손상좌(손자뻘 상좌) 혜산스님(25)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닦고 있다. 순천 | 서성일 기자
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이 ‘화중생연(火中生蓮)’이라고 외쳤다. 스님은 불길 속에 계시지만 스님의 가르침은 연꽃처럼 다시 피어나길 바라면서 추도객들도 따라 외쳤다. 자신의 몸을 자식들에게 다 던져주고 가는 가시고기처럼 스님은 가셨다. 관조차 거부하고 낡은 가사 한 장 덮은 채 맨몸으로….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욕망을 키우고, 제 편하자고 자연을 훼손하고, 죽어서까지 큰 무덤을 만드는 중생들. 그네들에게 스님은 ‘버려라, 버려라’ 하셨다. 당신 스스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실천하며 세상으로부터 얻은 지폐는 세상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내 것이라고 남은 것이 있다면 다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위해 쓰라고 하셨다.
이제 스님은 희디흰 뼈로 남았다. 그러나 스님의 말씀과 행동은 몇 겹의 종이로 향(香)을 싸도 향기가 배어 나오듯 세상에 널리 퍼질 것이다. 어디 중생들이야, 스님처럼 살 수야 있을까만. 그냥 덜 먹고, 덜 쓰고, 덜 싸우면서 살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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