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법정스님 다비식 엄수… 유골 송광사·길상사 등에 안치
ㆍ추모열기 계속 이어져… “유언에 맞지 않다” 훈장 거절
무소유의 가르침과 마음의 때를 닦아내는 청정한 글을 남기고 떠난 법정스님의 유골이 전남 순천 송광사와 송광사 불일암, 서울 길상사에 14일 안치됐다.
법정스님 문도들은 정부가 훈장을 추서하려 했지만 “스님의 유언 등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분향소 추모 발길 무소유의 삶을 가르치고 떠난 법정스님의 다비식이 거행된 이튿날인 14일 스님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신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법정스님의 습골의식(유골을 수습하는 의식)은 이날 오전 10시쯤 조계산 자락의 송광사 전통다비장에서 50여명의 스님이 참석한 가운데 경건하게 거행됐다. 상좌 스님들은 밤새 숯으로 변한 장작 더미를 조심스레 걷어내고 유골들을 하나하나 모았다. 법정스님의 유언에 따라 제자 스님들은 사리는 수습하지 않았다.
유골함에 옮겨진 법정스님의 유골은 10여명의 스님에 의해 1시간여에 걸쳐 송광사로 옮겨졌고, 정오쯤 송광사 지장전에 마련된 분향소에 안치됐다. 스님의 유골은 지장전 외에 스님이 직접 짓고 홀로 수행한 송광사 불일암, 스님이 창건하고 정기적으로 대중법문을 해온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도 모셔졌다.
유골은 49재 이후 길상사에서 쇄골 의식을 거쳐 불일암과 강원도 수행처에서 산골될 예정이다. 스님의 추모법회(21일)와 불교의식에 따른 재는 17일 초재를 시작으로 21일 6재까지 길상사에서 거행되고, 49재는 송광사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법정스님의 다비식이 13일 송광사 다비장에서 엄수됐다. 길상사를 떠나 출가본사인 송광사 문수전에서 밤을 지낸 법정스님의 법구는 오전 10시 범종 소리와 함께 다비장으로 향했다.
법구는 스님의 뜻에 따라 관 대신 대나무 평상에 모셔졌고, 가사가 덮어졌다. 대웅전 앞에서 부처님께 3배를 한 법구는 학인 스님들에 의해 1시간에 걸쳐 편백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다비장으로 이운됐고, 다비대는 장작·숯 더미 위에 법구가 놓이고 다시 참나무 장작을 쌓는 형식이었다. 11시41분, 스님 9명이 다비대에 불을 붙이자 다비장을 둘러싼 1만5000여명의 추모객은 “스님, 빨리 나오세요. 불들어 갑니다” 등을 외쳤다.
또 합장을 한 채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며 연방 눈물을 쏟아냈다. 거화의식 후 법정스님 제자인 덕현스님(길상사 주지)은 “스님은 불길 속에 계시지만 그 가르침은 불길 속에서 연꽃처럼 다시 피어날 것”이라며 “화중생연”을 외쳤다. 다비식에서는 특히 영정을 모신 법정스님의 손상좌(손자뻘 상좌) 혜산스님(25)이 연방 눈물을 흘리며, 영정을 쓰다듬어 추모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법정스님 추모열기는 휴일인 14일에도 계속돼 송광사, 길상사 등에는 추모객이 몰려들었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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