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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재료에는 생것도 있고 말린 것도 있는데, 서로 어떤 차이가 나고 언제 어떻게 쓰는 게 좋은지 묻는 이들이 많아요. 늙은 호박을 말려서 찐 떡과 생호박으로 찐 떡은 맛과 향에서 차이가 나잖아요? 다른 음식들도 딱 그만큼 차이가 납니다. 생것으로 만든 음식은 신선하고 아삭해서 감촉은 좋지만 감칠맛이나 향기는 말린 것에 비해 떨어져요. 똑같이 말린 것이라도 말리는 방식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대량 생산하기 위해 열풍이나 증기, 냉동 동결로 건조한 것은 햇볕과 바람에 말린 것에 비해 향과 맛, 색, 에너지가 많이 떨어져요. 자연에 말린 게 아니라면 차라리 생것을 쓰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위와 장의 기운을 북돋는 마 또는 참마로 죽을 쑬 때에도 햇볕에 말린 마를 가루로 내어 넣으면 고소하고 흡수도 잘 되지만, 상큼하고 깨끗한 맛은 참마를 강판에 갈아서 넣은 것이 더 나아요. 먹을 사람에게 말린 것이 좋을지 생것이 좋을지 생각해보고 선택하면 됩니다. 생마를 말릴 때는 볕이 잘 드는 창가나 베란다에서 말리면 잘 마릅니다. 바람이 통하면 더욱 좋아요. 되도록 얇게 썰고, 처음 펼칠 때 겹치지 않게 펼친다는 것만 주의하면 됩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처음에 그렇게 신경을 써주세요. 반나절쯤 지나 꾸덕꾸덕 마른 다음에는 살짝 겹쳐 널어도 괜찮아요. 얇게 썬 재료를 한 장 한 장 펴서 말리는 작업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숨 쉬기도 지루하더냐?” 하고 묻곤 했어요. 아무리 지루한 일도 시간은 흐르게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면 변화합니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에요. 얇게 썬 마를 한 장 한 장 펼치며 그 순간 순간에 몰입하다보면 작은 일을 하면서도 큰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가장 작은 일에 세상 전부가 들어 있는 거지요. 그래서 나는 바느질하기, 잡초 뽑기, 돌멩이 줍기, 필사하기, 재료를 잘게 썰기, 썬 재료를 한 장 한장 펼치기가 숨 쉬는 일과 똑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바쁘다 바빠!” 하며 정신없이 하루를 허둥지둥 보내게 되는 날이 있지요? 그러다 보면 심신이 지치고, 스트레스가 쌓여 살짝 술 생각이 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가볍게 한잔 걸치려던 술자리가 자신도 모르게 길어져서 몸도 지치고 위장도 편치 않은 날도 있을 테고요. 그런 날이면 뽀얗게 빻은 쌀로 죽을 끓여 죽이 어우러질 때쯤 생으로 간 참마를 넣어서 드셔보세요. 시원한 맛이 속을 아주 편하게 해줍니다. 마를 그대로 썰어서 양념장을 곁들여도 아삭하고 시원한 감촉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지요. 죽상에 어울리는 반찬이 고민된다면 매콤하고 개운한 겨자 무침과 고소한 들깨나물을권해봅니다. 그리고 집간장에 현미식초와 잘게 썬 고수를 넣은 양념장으로 버무린 새콤하고 향긋한 참마 샐러드를 곁들이면 축 처져 있던 위장이 바로 생기를 되찾습니다. <참마죽>
1 불린 쌀을 도기 절구에 넣고 나무 방망이로 빻는다.
1 무를 5~6cm 정도의 길이로 굵게 채 썬다.
1 무, 배, 밤, 대추는 채 썰어두고, 미나리는 숙주 길이로 썰어 숙주와 함께 살짝 데쳐둔다. - 문성희의《평화가 깃든 밥상》중 ‘몸과 마음이 편안한 일곱 죽상’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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