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숨겨진 팔공산 올레 코스 아시나요

아기 달맞이 2009. 12. 11. 13:36

녹색소비자연대, 시민과 답사하며 5개 코스 개발

 

# 2코스. 한실골 가는 길.

팔공산 올레 2코스 한실골 가는 길. 신숭겸 장군 유적지에서 한실골로 넘어가는 임도다. 이 코스는 복숭아가 익는 7월이 제격이라고 한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제공]
팔공산 올레꾼 김여진 양이 지어 준 이름은 ‘팔랑팔랑 나뭇잎 맞는 길’이다.

콘크리트 건물 가득한 지묘동 한편에 옛 건물이 숨은 듯 자리해 있다. 바로 ‘신숭겸 장군 유적지’다. 이 일대는 927년 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이 맞붙은 공산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당시 신숭겸 장군은 수세에 몰린 왕건을 구하려고 왕의 옷을 입고 싸우다 전사한다. 유적지의 표충단이 장군이 죽음을 맞은 곳이다.

이 코스는 팔공산의 산세가 훤히 내다보이는 것이 일품이다. 그늘이 없어 봄과 가을에 걷기 좋다. 101번 버스를 타고 지묘동에 하차하면 된다. 10㎞에 3시간이 걸린다.

# 4코스. 평광동네길.

팔공산 올레꾼 박윤희씨가 붙인 이름은 ‘몰래 따먹는 능금길’이다. 산을 굽이굽이 돌아 들어가는 길. 이런 곳에 마을이 있나 의심이 들 때쯤 산모롱이를 돌면 갑자기 시야기 트이며 소담한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단양 우씨 집성촌인 평광동이다. 대구 사과의 명맥을 이어 오는 곳이기도 하다. 평광종점에 내려 걷다 보면 마당 중앙에 자리한 위풍당당한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나게 된다. 1945년 민초들이 심은 ‘광복소나무’다. 이 코스에서 챙겨 볼 것은 나무들에 얽힌 사연이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올 한해 시민들과 답사를 통해 재발견한 팔공산 올레 코스를 소개한 내용이다. 올레란 제주 방언으로 ‘거리에서 대문까지 집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 즉 느리게 걷는 여행이다.

녹색소비자연대 팔공산 체험문화 프로그램 운영센터(www.dgcn.org, 센터장 이창원)는 10일 팔공산 5개 올레 코스를 정리해 소책자『팔공산 올레 갈래?』를 펴냈다. 여기에는 길 이름과 챙겨 볼 곳, 코스 지도와 안내, 교통편, 코스에 얽힌 이야기, 사진 찍기 좋은 곳 등을 코스별로 실었다. 책자는 11일부터 불로동 센터 등지에서 무료 배포한다.

이창원(30) 센터장은 “제주 다음으로 올레라는 걷기 여행을 도입한 곳이 대구”라며 “팔공산 올레는 등산로나 차도가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답고 정겨운 길을 찾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또 누구나 혼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코스는 대중교통이 닿는 곳에서 시작과 끝을 맺었다. 문화재와 고목도 코스에 추가해 팔공산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게 했다.

지난 9월 평광동네길 답사 때는 가을비가 내리는 데도 주부 등 시민 15명이 참가했다. 이날 답사한 한 올레꾼은 “군데군데 소도 있고 백구도 있고 코스모스랑 사과나무가 어찌나 많던지 대구에 이런 데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고 홈페이지에 소감을 남겼다. 팔공산에서는 동화사·파계사·부인사 등 고찰과 화가·문인·공예인 등 60명이 넘는 예술인도 만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팔공산은 약사여래사상이 깃든 도시인이 치유받을 수 있는 산”이라며 “내년에는 칠곡·군위·경산·영천 등 경북쪽 팔공산 올레 코스를 다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대구쪽도 숨겨진 곳을 더 찾아내 올레 코스를 보완할 예정이다.

송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