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방

가연차인회 전소연 회장의 <가연차실>

아기 달맞이 2009. 11. 29. 23:21

가연차인회 전소연 회장의 <가연차실>

생활에 충실한 봉사하는 차인, 사는 모습 그대로 밝고 행복한 생활공간

강남 YMCA 옆 골목 안 100M 정도에 위치한 대리석 5층 건물. 5층 베란다에 연못을 만들고 둘레에 소나무를 심어 건물 안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만치 고요한 분위기. 본 연합회 부회장인 가연차회 전소연 회장의 <가연차실>이다.

연륜이 배어나는 편안한 생활공간
넓은 창 밖으로 하늘이 보이고 밝은 햇살이 들어와 산중에 온 듯하다. 때마침 연못에는 수련이 피어 수줍은 듯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10여 평 정도 되는 차실에는 인간문화재가 수놓은 색 고운 목단 자수 병풍과 벽면 가득한 감사패와 수료패, 20년이 넘는 차생활을 대변하는 갖가지 다구가 눈길을 끈다. 넓은 한쪽 벽면을 장으로 짜서 다기를 정리해놓고 화로들은 창가 쪽에 나란히 자연스럽게 진열해 놓았다. 80년대 초 신정희 선생의 다기와 백담, 신현철, 우송 다기와 은다기, 중국산 옥다기까지 각양각색의 다구와 다로가 있다.

분홍빛 한복 차림에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전소연 회장은 71세라고는 믿기지 않는 피부와 눈웃음이 사랑스러운 화려함이 잘 어울리는 차인이다. 차실도 갖가지 색다른 기물이 함께 하지만 서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차실다운 무게와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차교육 전문 차실이지만 여염의 사랑방 같은 편안함과 느긋함이 묻어나는, 켜켜로 재여진 연륜과 경륜이 배어나는, 사는 사람의 모습 그대로이다.

전 회장은 1983년도에 학교동창모임에서 설옥자 선생에게서 차 강의를 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차생활을 시작했고, 그때 리라국교 4학년이던 외동딸 주영과 함께 차를 배우고 바로 연합회에 입회하였다고 했다. 딸 주영과 크고 작은 차행사를 함께 했는데 그 사이 20년의 세월이 흘러가 버렸다고 아쉬워한다.

1983년 낙선제에서 이방자 여사에게 차를 올리는 등 국내 차행사는 물론이고 독일, 대만, 일본, 미국, 중국을 수없이 오가며 외국과 차문화교류회를 가지며 그때마다 아염이나 당의 등 특유의 차림으로 주목받았는데 외국에 우리문화를 알린다는 자부심으로 우리전통의상을 입어왔다.

가연차인회 전소연 회장의 <가연차실>생활 속의 자연스런 차생활
전 회장은 생활 속의 자연스러운 차생활을 강조한다. 무대에서 행다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를 마시며 차를 생활화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했다. 실제로 아침마다 차를 마셨더니 남편의 신경통이 낫고 다이어트 효과가 있으며 변비가 사라졌다고 한다. 본인의 건강도 좋아져 가족과 친지는 물론 만나는 사람 누구나 이 차실로 초대해 차를 권한다.
그렇게 이 차실을 스쳐간 사람들이 아주 많은데 그 중에서도 사회 각층의 전문인들이 이 분위기를 좋아해서 바쁜 시간을 내어 차를 배우고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가진차회 최순자 회장을 비롯한 동생 전순주 씨와 한국다도대학원을 졸업한 김옥진, 정경자, 강명희, 김정녀, 이은주, 권숙자 회원 등 100여 명의 정회원이 있지만 그들도 스승처럼 대부분 집에서 차를 즐기는 편이다.

“차는 인생살이와 똑같습니다. 인생도 자기가 사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듯이 차도 어떤 마음이나 자세로 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집니다. 물 온도를 맞추고 다법에 맞추다보면 저절로 좋아지지만 무엇보다 인성이 중요하므로 사람들에게 먼저 마음의 자세를 가르칩니다. 언행이 착해야지 차만 마신다고 되는 것이 아니므로 자기를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매사에 인내하라고 합니다. 참는 것을 배우는 것이 차생활 아닙니까?”

그리고 회원들에게 꼭 당부한다. “첫째 가정이 행복해야 하므로 가족을 우선시 하라. 둘째 먼저 정을 주라. 셋째 자기관리를 잘해라. 남편이나 자식에게도 자기의 약점을보이지 말라. 그래야 대접받는다.”

그래서 주영에게도 집안 일에 관한 한 모든 것에 우선하도록 가르친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다 상주하는 도우미가 있지만 아직도 남편의 밥상은 일일이 직접 챙긴다는 전회장. 이것이 집안 식구들이 전 회장의 말이라면 절대 신임하는, 사랑 받는 아내의 비결이란다. 요즘도 새벽시장에 나가 찬거리를 마련하는데 봄에는 쑥, 냉이, 완두콩 등을 숨만 죽게 데쳐 일년치를 냉동저장하며 김치도 직접 담근다고 한다. 3년 묵은지, 산더덕장아찌는 이 집안의 전통먹거리다. 오후 6시 이후에는 개인 행사는 하지 않는 등 남편이 원하지 않는 일이나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살고 있다.

끊임없이 배우고 가진 것을 나누는 행복한 삶
전 회장은 골프, 서예, 꽃꽂이 수준이 취미 이상이다. 꽃꽂이회 이사, 연세대 고위 경영자과정, 이화여대정보통신대학원, 경제인연합회여성고위과정 수료 등 끊임없이 배우고 또 배우며 그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이 차실로 불러들여 차문화를 전한다.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그래서 현재의 흐름을 알 수 있어서이다. 특히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다. 그의 사람들에 대한 정은 각별하여 10년 적금을 털어 모교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크고 작은 불사 동참은 물론이고 형무소 봉사와 노인정에 나가 동네 어른들에게 정을 나누기도 한다. 뽀빠이 이상용 씨가 주관하는 어린이보호회 창립 이사이며 프란체스카 여사 후원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좀더 바른 가치관을 갖고 살았으면 해서 그들을 위한 차문화 활동에 봉사하는 것. 특히 나약하여 자살하거나 구타가 난무하는 군인장병들의 심신의 건강을 위해 그들에게 차를 전하고 싶어했다.

차로 가정과 심신의 건강을 지키며 보시행을 실천하고 사는 차인, 겉보기의 화려함아래에 있는 철저한 생활인의 자세에서 차인의 향기를 맡으며 문득 불가에서 말하는 ‘무재칠보시(無財七布施)’를 떠올리게 된다.
밝고 환한 얼굴, 고운 말씨, 부드러운 눈길, 남을 배려하는 마음, 몸으로 봉사하고, 자리를 양보하며 없는 이를 돌보는, 생활에 충실한 차인, 그래서 이 차실이 이렇게 밝고 그녀는 항상 행복한가보다.

글·사진 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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