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요리시간

얼큰한 멸치국물에 쑥갓 ‘옛날우동’

아기 달맞이 2009. 11. 23. 07:39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 국물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바로 우동이다. 술 한잔 걸친 후 집 앞 포장마차에서 후후 불면서 먹는 뜨거운 국물에 속이 시원해진다.

면과 국물의 단촐한 구성으로 늦은 밤에 젓가락이 더 가는 간식 메뉴이기도 하다. 지금은 일본식 우동이 대세라지만 멸치국물에 납작한 면발, 그리고 김가루와 쑥갓이 고명으로 올라간 우리네 옛날 우동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옛날 우동을 따라 추억 여행을 떠나봤다.


▲옛날 우동의 추억은 훈훈하다.

"1980년대 서울에서 대학 다니던 시절, 가끔 대구 집으로 내려갈 때 먹었던 대전역의 가락국수는 잊을 수 없다. 기차가 정차하자 마자 뛰어가 1~2분 만에 후다닥 먹었는데….

우동하면 그때가 생각난다. 대전역이 가까워오면 얼른 뛰어내려 먹을 채비를 하던 기억까지 새록새록 되살아 난다. 강렬한 맛도 아니었는데, 왜 그때는 그걸 꼭 먹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대전역 우동은 추억이 서린 음식이다."(회사원 이장수씨·47)


"술 한잔 먹고 집에 갈 때는 꼭 집 근처 포장마차에 들러 우동 한그릇을 먹고 들어갔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쓰린 속을 달래고, 허기를 숨기기위해서 들른 것 같다. 후후 불면서 먹던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요즘도 그때를 생각하며 가끔 포장마차에 들러 한그릇을 먹고 갈 때도 있다. 역시 우동은 포장마차에서 먹어야 제맛인 것 같다."(회사원 이동호씨·36)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있어 옛날 납작 우동은 추억인 동시에 공감의 음식이다. 이장수 씨처럼 누구나 한번쯤 먹어봤을 대전역의 그때 그 우동, 늦은 밤 친구와 마지막으로 딱 한잔하자면서 들른 포장마차에서 안주 삼아 먹던 우동 등. 공감하는 추억은 있는 아쉽게도 현대화된 오늘의 기차역에서는 그런 맛은 느낄 수 없다. 포장마차에서도 그런 운치가 많이 사라졌다.

▲옛날 우동은 일본 우동과 다르다.

옛날 우동의 면발은 동그랗지 않다. 칼국수 면발처럼 납작하다. 국물은 멸치나 뒤포리로 진하게 우려낸다. 반찬도 단촐하다. 그 흔한 김치나 깍둑이도 없다. 단무지가 유일하다.

고명으로는 유부·어묵·김가루·쑥갓 등이 올라간다. 90년대 들어와서야 게맛살이 하나 추가됐다. 또 우동하면 떠오르는 것이 중국집 우동이다. 지금은 짬뽕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오징어·조개 등 해물로 낸 육수가 부드러워 해장으로 많이 찾았다.

요즘 20대 젊은 세대들의 머릿속엔 옛날 우동이 없다. 대신 그 자리에 탄탄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우동은 이렇다. 동그란 면과 가다랑이포로 국물을 낸, 다소 달작지근한 우동이다. 워낙 대중화 되어 있어 우리 우동이라고 착각할 정도지만 사실 일본식 우동이다.


▲옛날 우동이 반갑게 되돌아왔다.

면과 소스 전문기업인 오뚜기 면사랑(www.noodlelovers.com)이 최근 ‘얼큰한 옛날 우동’(508g·2인분)을 내놓았다. 기차역이나 포장마차 등에서 즐겨 먹었던 바로 옛날 그 맛을 재현, 집에서 쉽게 끓여먹을 수 있도록 한 우동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동을 먹을 때 면보다는 국물 맛을 우선으로 친다. 그러나 ‘얼큰한 옛날 우동’은 멸치를 기본으로 한 국물 맛과 쫄깃쫄깃한 면의 식감 등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얼큰한' 단어에서 알 수 있듯 국물 맛은 '얼큰' 그 자체다. 술 많이 마신 뒤 속풀이에 그만이란 얘기다. 면은 물을 듬뿍 넣고 마치 손으로 치대듯 뽑았단다. 그래서 그런지 생생하고 부드러워 식감이 무척 편안하다. 붉은 고추와 청양고추를 건조시킨 고명과 고춧가루는 얼큰한 맛을 더해준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는 “현재 가쓰오부시로 맛을 낸 일본식 우동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옛날 역전과 포장마차에서 즐겨먹던 우동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칼칼하고 얼큰한 옛날 우동을 선보이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스타일의 전문점 우동을 가정에서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제품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