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사우나' 하는 것처럼 설정해서 스튜디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재밌긴 한데, 꽃게한데 못할 짓
한 것 같아 미안하네요. 영면하시길. 양 집게발 집게가 하나씩 없는 건 잘라냈기 때문입니다.
꽃게를 잡아서 저장고에 넣을 때 어부가 자릅니다. 서로 싸우다 다칠까봐서요. 사진=유창우 기자
배가 석양에 물든 바다를 가르며 안흥항 부두로 다가왔다. 선주 조재수·김희숙씨 부부가 갑판 아래 저장고에서 꽃게를 잔뜩 퍼냈다. 부부의 두 딸이 달려와 꽃게를 암수·크기로 분류해 상자에 담았다. 이날 부부가 잡아온 꽃게는 약 70㎏. 꽃게를 들어보니 묵직하다. 살이 찌다 못해 ‘갑옷’이 터질 지경이다.
부두에 닿은 꽃게잡이배에서 꽃게를 크기별로 성별로 분류합니다.
충남 태안 안흥항은 지금 꽃게가 한창이다. 사실 좀 늦었다. 안흥항에서는 지난 8월 중순부터 꽃게잡이가 시작됐다. 11월 중순이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안흥항 ‘뉴영진수산’ 조재수씨는 “꽃게는 추워지면 깊은 바다로 들어간다”면서 “앞으로 길면 한 달 정도 꽃게를 더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꽃게철은 가을에 시작해 봄에 끝난다는 게 ‘서울 촌놈’의 상식이었다. 조재수씨는 “그건 깊은 바다에서 잡는 꽃게 이야기”라고 했다. “꽃게는 추워지면 깊은 바다로 이동하죠. 연안에선 11월 지나면 꽃게가 안 나죠. 11월 지나도 먼바다에선 꽃게를 잡아요. 그러다 3월 말에서 4월쯤 되면 다시 꽃게가 연안에서도 나오죠. 금어기인 6월 중순까지 잡죠. 봄에는 암게가 주로에요.”
안흥항은 오래전부터 꽃게로 유명했다. 조재수씨는 “안흥에서 잡힌 꽃게는 다른 지역보다 ㎏당 1000원에서 2000원은 더 쳐준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맛있으니까 그렇지요. 살이 다르고 향이 달라요.” 안흥항이 있는 태안반도에서 가까운 바다에서 잡힌 꽃게를 먼바다에서 잡힌 꽃게보다 쳐준다. “먼바다보다 연안이 꽃게가 먹을 게 많은데다, 물살이 빨라 육질이 탄탄하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다.
갓 잡은 꽃게. 살이 꽉 찼는지 묵직합니다.
안흥항은 작고 아늑한 항구이다. 그래서인지 꽃게잡이배가 별로 없다. 바다낚시 하려는 강태공들을 실어나르는 낚싯배가 대부분이다. 덩치 큰 꽃게잡이배들은 신진항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있다. 신진항은 안흥항 옆 신진대교를 건너면 바로다. ‘안흥꽃게’ 대부분이 여기서 유통된다. 안흥수협도 안흥항이 아닌 신진항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 꽃게잡이배들은 대개 안흥항에서 2~3시간 나가 근해(近海)에서 꽃게를 잡는다. 멀리 연평도까지 가는 배도 있다. 아무래도 꽃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재수씨처럼 일부 어부는 옛날처럼 30분 떨어진 태안 앞바다에서 꽃게를 잡는다.
안흥항에는 게 금어기가 풀리는 지난 8월 15일부터 꽃게를 잡기 시작했다. 8~9월에는 수게를 주로 잡았다. 요즘은 수게는 보기 힘들고 암게가 주로 잡힌다. 11월 3일 기준 꽃게 가격은 1㎏당 1만5000~6000원. 가격은 암게 기준이다. 수게는 이보다 5000원쯤 덜 쳐준다. 가격은 날씨나 물때, 어획량 등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고 차이도 크다. 지난달 30일 안흥항을 찾았을 땐 꽃게 암컷 1㎏에 2만~2만2000원쯤 했다.
1㎏이면 꽃게 암컷 서너 마리이다. 덩치가 큰 꽃게 수컷은 2마리쯤 된다. 암컷과 수컷은 뒤집어 보면 간단히 구분할 수 있다. 배 아래쪽은 껍질이 2중으로 돼 있는데, 이 부분을 ‘제(臍)’ 즉 배꼽이라 한다. 암컷은 배꼽이 둥글고 수컷은 뾰족하다. 꽃게는 껍질이 푸르스름한 녹청색을 띠는데, 발 안쪽만 울긋불긋 붉은색이 난다.
뉴영진수산에서 아버지를 돕는 딸 조은주씨는 “암게는 이 발끝 붉은색이 선명하면서 몸집이 너무 크지 않으면서 만져봐서 단단한 놈을 고르라”고 알려줬다. 달 밝은 보름에 잡은 꽃게도 맛이 떨어진다. 꽃게는 어두운 밤에 활동한다. 달빛이 밝으면 먹지 않고 엎드려 있는다. 그믐께 잡은 꽃게가 살이 많다.
된장 풀어 구수하게 끓인 꽃게탕. 꽃게향이 짙습니다.
안흥꽃게를 맛보려 40년 넘게 꽃게를 해온 ‘안흥하우스’에서 꽃게탕을 시켰다. 끓는 물에 된장에 고추장을 푼다. 다진 마늘과 생강 따위를 넣고 먹기 좋게 토막 낸 꽃게를 넣고 끓이면서 거품을 걷어낸다. 게 껍데기를 두 손가락으로 누르자 흰 게살이 쑥 올라온다. 어떻게 이렇게 살이 들어 있었나 신기할 정도다.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 글리신과 아르기닌, 베타닌, 타우린 등 꽃게의 맛 성분이 설탕처럼 국물에 녹아들었다. 꽃게 특유의 발랄한 감칠맛이 구수한 된장, 칼칼한 고춧가루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맛의 상승작용을 끌어낸다.
게 향기가 어찌나 강한지, 쪽쪽 빨고 또 빨아도 여전히 손가락에 남아있다. 꽃게 향이 태안을 떠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혀끝과 손가락 끝에 남았다.
꽃게 사려면_꽃게 가격은 그날그날 다르다. 11월 2일 현재 1㎏ 소매가 1만5000~1만6000원. 신진항 안흥수협(041-675-0553)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뉴영진수산 등 안흥항과 신진항에 밀집한 수산물가게 어디서건 살 수 있다. 전화하면 부쳐주기도 한다. 택배비 4000~5000원은 별도 부담해야 한다. 뉴영진수산 (041)674-6011, 8732
꽃게 맛보려면_안흥항과 신진항에 꽃게 내는 식당이 널렸다. 특히 신진항에 몰렸다. 대개 꽃게탕(1냄비) 4만원, 꽃게찜(1㎏) 4만원 받는다. 둘이서 모자라지 않게 먹을 양이다.
안흥하우스 (041)675-1021
가는 길_서해안고속도로-서산IC(또는 해미IC)-태안-근흥-안흥항-신진대교-신진항
문의_태안군 문화관광과 (041)670-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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