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갑시다” 하며 일행을 안으로 인도하는 스님의 손에 복사꽃 대여섯 송이가 들려 있다. 물을 끓여 차를 만든 스님은 잔에 차를 따르고 복사꽃을 하나씩 얹었다. 차를 우리는 과정이 복잡한 것 없이 단정하고 간결하다. 다관에 우린 차를 거름망을 얹은 숙우에 따른 후 각자의 잔에 따라낸다.
그리고 정성스레 꽃잎을 가지런히 띄운다. “초봄에는 매화를 띄우고, 지금 같은 때에는 복사꽃을 띄우고, 가을에는 국화를 띄우면 1년 내내 화차花茶를 낼 수 있습니다.” 따뜻한 남쪽에 절이 자리한 덕에 대방사의 찻잔은 화려함을 잃지 않는다. 잔을 들어 입술에 대고 살짝 숨을 들이마시니 꽃향이 들어왔다. 이렇다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데 한 모금 머금은 차는 그 맛과 향이 부드럽고 깊다.
찻잎은 독초라고 한다. 상록수여서 1년 내내 푸른 잎을 볼 수 있지만 차나무의 잎은 억세고 뻣뻣하다. 풀 중에 못 먹는 풀이 없는 것이 염소인데, 이런 염소도 어떻게 알았는지 차나무 잎에는 독이 있음을 알고 먹지 않는다고. 봄에 따서 차를 만드는 여린 새잎도 마찬가지다. 차를 법제하는 것은 이 독을 제하는 작업이라는 것이 도안 스님의 설명이다. 스님이 만드는 차는 반발효차인데, 덖음차나 홍차 같은 완전 발효차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반발효차는 중국에서 많이 마시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예전 우리나라 스님들이 즐겨 드시던 차도 반발효차다. 간혹 시중에서 차를 마시면 혀가 마르고 목이 뻣뻣하게 당기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것은 차를 법제하는 방법이 올바르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발효를 제대로 하면 마시고 난 뒤 목이 마르지 않는 좋은 차가 된다.
대방사에는 차밭이 따로 없어서 스님은 하동 지방에서 야생으로 자란 찻잎을 구해와 차를 만든다. 차를 만든 지 벌써 20여 년이 되어가지만 본인이 쓰는 것 이외에는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부탁받은 만큼만 만든다. 찻잎을 구해오면 만들어줄 뿐이라고. 차를 따오면 그날 저녁에라도 물에 슬쩍 데쳐낸다. 물에 잎을 데친다는 것은 찻잎에 붙은 황사며 공해 물질을 씻어내기 위해서다. 데친 찻잎은 덕석에 펼쳐 말리고 아침부터 아홉 번 솥에 덖고, 아홉 번 방에 널어 발효를 한다. 그 중간에 두 번 정도는 덕석에 잘 비벼야 한다. 이렇게 만든 차는 우려내면 은은한 노란 빛깔의 차가 된다. 그 물의 색이 금빛이어서 이 차의 이름도 ‘황차黃茶’다. 스님의 반발효법은 ‘황차’라는 이름으로 얼마 전 특허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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