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봉렬
올물 전통차문화연구원
이 작은 집의 개조 과정은 한 편의 동화 같다. 평소 한국문화와 다도에 조예가 깊은 집주인은 서울 북촌의 한옥들에 관심을 두다가 드디어 언덕 위 골목 모퉁이에 있는 아담한 집을 발견했다. 북촌에서도 작은 축에 드는 이 집을 전통 다도를 체험하는 곳으로 만들 작정을 한 것이다. 앞뒤 깊이가 좁은 대지에 ㄷ자 집을 앉히다보니 마당은 옆으로 긴 복도같이 되었다. 안채와 문간채가 너무 가까워 일반 주택으로는 불편하겠지만, 집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하는 다실茶室로서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이전에 주택으로 사용할 당시엔 이 마당에 폴리카보네이티드 판을 덮어 내부공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옥의 마당은 어떤 용도에 맞추기보다는 그저 비어 있는 상태,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그렇잖아도 비좁은 도시한옥의 경우, 마당까지 채워버리면 더 좁아진다. 좁을수록 비워야 넓어진다면 너무 역설일까? 그러나 비워야만 무엇이든지 채울 수 있는 미래형의 공간이 된다. 좁지만 비워진 마당이 있기 때문에 20평 남짓한 한옥에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크게 두 부분의 다실이 필요했다. 한 부분은 주인이 주로 머물며 소규모 인원과 다도를 익히는 작은 다실이며, 다른 한 부분은 대규모 인원이 다례茶禮를 체험할 수 있는 큰 공간이었다. 작은 다실은 문간채에, 큰 다례 공간은 안채에 마련하기로 했다. 안채는 안방과 건넌방 두 곳에 다실이 마련되며, 그 사이에는 대청이 있다. 물론 두 방에서 대청으로 난 분합문을 들어 올리면 안방-대청-건넌방이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되는 큰 공간을 이루게 된다. 30여 명의 인원이 동시에 다례를 행할 수 있는 규모이다.
다실은 단순히 차만 마시는 막힌 방이 아니다. 때로 창을 열어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며 자연의 멋과 맛을 음미하는 곳이기도 하다. 올물 전통차문화연구원의 좁은 안마당은 그래서 더 소중한 공간이 된다. 마사토를 바닥에 다져 소박한 마당을 꾸몄으며, 집주인이 다년간 모아온 작지 않은 돌확 등을 요소요소에 두고 꽃나무를 심어 강조했다. 사방을 흰 벽으로 발라 미니멀한 방 안에 꽃 한 송이를 장식하듯이, 소박한 마당에 한두 개의 큰 점을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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