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청도 전통찻집 ‘아자방’

아기 달맞이 2009. 6. 2. 07:18

오래된 정원에서 자연을 벗하며

 

청도 각북면 남산1리에 위치한 전통찻집 아자방(054-371-2144)은 세가지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가는 길에 펼쳐진 풍경, 널찍하게 꾸며진 정원, 자연을 벗삼아 마시는 차가 그것이다.

 

아자방에 들어서면 작은 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800여평의 널찍한 정원에는 야생화 석부작과 조각

작품들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찻집과 정자, 연못, 분재를 키우는 온실, 주인이 거주하는 기와집도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강상윤`박주하 부부가 1997년 전원 생활을 위해 터를 구입한 뒤 성토하고 정원을 조성해 10년 이상 공들인 것들이다.

 

“남편은 분재, 저는 야생화를 취미로 키웠습니다. 재미삼아 했기 때문에 이만큼 가꾼 것 같습니다. 일로 했으면 어려웠을 것 같아요. 한동안 바빠서 야생화 키우는 일을 중단했는데 내년 봄부터 다시 야생화를 키울 계획입니다.” 박씨는 자랑할만한 것이 못된다며 겸손의 말을 건넸다.  

 

아자방(亞字房)은 ‘亞자 모양으로 방고래를 만들고 구들을 놓은 방’이라는 의미로 경남 하동 칠불사에 있는 신라시대 온돌방을 지칭하는 말. 청도로 오기 전 남편과 창원에서 고가구점을 운영했다는 박씨는 “칠불사 온돌방은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우리 것을 공부하자는 의미로 시인이 지어준 것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넓은 곳을 꾸미려면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아 실례를 무릅쓰고 물었다. 박씨는 “많이 받아온 질문입니다. 야생화, 분재를 팔아서 번 돈 모두를 투자했습니다. 은행에 잔고가 거의 없어요”라며 웃었다.

 

처음부터 아자방에 찻집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야생화`분재를 보러 오는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2년6개월 전 기와를 올려 찻집을 지었다. 찻집 안에 발을 들이면 박씨의 예사롭지 않은 안목을 느낄 수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곳곳에 놓인 고가구와 도자기, 조각품들이 찻집의 분위기를 한층 고급스럽게 만들고

있다. 박씨는 “편한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집에서 사용하던 물건으로 실내를 꾸몄습니다. 부담없이

와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우전`세작`중작`메밀차`국화차`쌍화차`대추차 등 대중적인 차만 판매한다”고 말했다.

 

찻집에 앉아 널찍한 정원과 코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앞산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은 속세의 시름을 잊기에 충분하다. 정자나 연못 가에서 마시는 차 맛도 일품이다.

 

아자방을 찾는 사람들은 입소문을 듣고 온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없고 특별히 홍보 하지 않아도 발보다 빠른 것이 소문이다. 손님들은 “편안하고 안락해서 걱정이 없어지는 것 같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반응들이다. 주말에는 나들이객들로 붐비지만 평일에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찻집 문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연다. “영업시간이 너무 짧다”는 단골들의 원성에도 돈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서 시간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한다.

 

대구~각북 길은 대구를 대표하는 드라이브길로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다. 가창댐으로 접어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게 불타고 있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이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거리를 뒹굴고 있는 낙엽에서는 만추(晩秋)의 감흥이 묻어있다. 동제미술전시관`대구미술광장`갤러리전에 들러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헐티재~용천사~풍각 방면 우회전 해서 각북면사무소를 지나 남산교 건너기 전 우측에 있다. 월요일 휴무.

 

이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