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나물은 여러가지 섞어야 제 맛이죠"
하장에서 시작된 행복한 산행
함 선옥 씨 . 산나물 채취 43년, 참나물·곤드레 등 소개
사진 왼쪽이 함선옥 씨
강원도 태백의 5월, 산야는 그야말로 나물밭이다.
일정한 일교차로 인해 여느 지역 나물보다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
산나물 채취에 일가견이 있는 함선옥(60)씨가 살고 있는
황지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6시30분.
그의 집앞에는 전날 채취하여 삶거나 데쳐서 말린 묵나물이 가득하다.
"묵나물은 여러 가지 섞어서 말려야 음식을 해도 맛있어요.
올해는 가뭄 때문에 나물이 올라오면서 바로 빠등빠등(뻣뻣)한 것들이 많습니다.
친척들에게 보내는 것과 파는 물건들은 좋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5월 한달이 나물 채취하는 적기인 만큼 김 씨의 마음도 바쁘다.
산등성이를 몇 개 넘는 것은 기본.
아침 일찍 출발하면 집에 오는 시간은 보통 오후 4시.
10시간 정도 산을 타는 셈이다.
오늘 목적지는 하장. 그의 동반자겸 길동무인 남편 박명동(63) 씨가 동행했다.
"주로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오늘은 호강합니다.
전날 눈을 다친 관계로 멀리는 못갈것 같아요."
이동하는 차 안에서 그의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진다.
17살 때 정선에서 시집올때 가마탔던 이야기며
43년간 산나물 채취하면서 담긴 추억들을 하나 둘 풀어냈다.
맛깔스런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삼심바산이 있는 하장에 도착했다.
산 초입에서 내려 산을 오르자 마자
그는 나물 이름을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기 위해 푸른 빛을 띤 나물을 들어 보인다.
"이것은 최고의 나물로 알아주는 은어리이고요.
은어리는 어릴때 모양이 이쁩니다. 이것은 참나물입니다.
둘다 쌈으로 먹거나 겉저리를 해 먹으면 맛있어요."
은어리, 참나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생소하기만 하다.
물론 맛본 적도 없다. 그의 말에 그저 수긍할 뿐이다.
그런 사이 그는 남편과 함께 이미 능선을 오르고 있었다.
힘들게 쫓아 가니 그가 발길을 멈추고 손짓을 했다.
"저기 작은 나무 밑을 봐요.
나물밥을 해 먹는 곤드레입니다. 묵나물로 해 먹으면 맛이 일품입니다."
곤드레
고려엉겅퀴라 불리는 곤드레는 한번쯤 맛본 나물이라 관심이 갔다.
그는 한발자국 옮길 때마다 우산나물, 이밥취, 기름나물, 미역취, 모싯대,
나물취에 대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의 오랜 노하우가 묻어나는 장면이다.
"채취한 산나물은 배낭에 넣거나 어깨에 맨 보자기에 넣어 집에 옵니다.
그런 후 티만 골라내고 그냥 먹을 것은 남겨두고 나머지는 삶아 묵나물로 만듭니다.
겨울에 볶아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어요"
그의 '맛있다'는 이야기가 유달시리 군침을 돌게 했다.
이외에도 나물 사진 찍을랴,
인터뷰하랴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하산할 시간이 됐다.
"다음 해에는 시간을 많이 내어 오면 좋은 나물을 채취할수 있어요.
다음 해에 꼭 다시 오세요."
그의 정겨움은 시골 인심 그대로여서 마음이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