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scTitle/물안개 사는 이야기

불꽃이 요즈음 관심있는여인 남난희

아기 달맞이 2009. 4. 17. 07:15

 

몇일전 이책을 읽었습니다

작년인가 인간극장에서도 남남희 이여인이 소개가 되었지요

 

 

책소개

이 책에는 한 때 독보적인 산악인이었던 중년여성이 시골 삶의 텃밭에서 일군 다정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저, 자연과 이웃과 아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일상이 몸을 낮게 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실감’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봄이면 찻잎을 따고 덖고, 산에서 나물을 캐고, 가을이면 장을 담그는 그녀의 일상이 더 이루고, 더 가지려는 욕망에 놓쳐온 삶의 ‘실감’이 무엇인지, 과연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저절로 깨닫게 한다. 낮아서 높아지는 삶, 가진 것 없어도 풍요로워지는 삶, 그 ‘행복한 역설’을 여기 청정채소 같은 저자의 글이 증명하고 있다.

저자 소개

저자 : 난남희

1957년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나 1981년 한국등산학교를 수료한 후, 1984년 1월 1일부터 76일 동안 백두대간 단독종주에 성공하였다. 1986년에는 여성으로서 세계 최초로 해발 7455미터 높이의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봉에 올랐고, 1989년에는 남자도 어렵다는 설악산 토왕성 빙벽 폭포를 두 차례나 등반하였다. 1991강원도 정선에서 일반인을 위한 자연생태학습장인 ‘정선자연학교’ 교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4년 현재는 아들과 함께 지리산 화개골에서 살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백두대간 단독 종주의 기록을 담은 『하얀 능선에 서면』이 있다.

목차

입산(入山)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
따고 덖고 비비고 말리고/고무신으로 길어 올린 추억/지붕에 올라간 호랑이 한 마리/시흥 아줌마 김순덕/아이들은 믿는 만큼 해낸다/한증막 혹은 빨래 건조실/물고기도 강물을 뜨는구나/쑥이 웃을 소리

세 남자 이야기
이제 준비가 되었다/남편이란 이름으로 잠시 머문 인연/산을 돌아서 내게로 온 생명/자연이 공짜로 키워 준 아이/애인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인/일주일간 함께 지낼 남자

자연에서 깨우친 인생
아이고 선생님! 모두가 선생님!/머리카락마저 벗어 버리고/너무 많이 받고 살았다/거부하기 힘든 침묵의 유혹/세상의 시계가 사람보다 많다/나이가 든다는 것은/나무처럼 늙고 싶다/무덤 주인이 부러운 이유

허술해서 식구가 많은 우리집
허술해서 식구가 많은 우리집/다음 생에는 좋은 몸 받아라/열 남자 안 부러운 수탉 새벽이/ 어찌 총 든 사람 편을 들까/노란 꽃 타고 느리게 오는 봄/생명을 살리는 땅 힘의 놀라움/ 세상에, 지붕이 날아가다니/그 많은 물은 다 어디서 왔을까/미물도 제 갈 길을 재촉하는데

하산(下山)

책속으로

네팔에 갔을 때는 그동안 신었던 고무신 뒤꿈치가 찢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뒤꿈치를 바늘로 꿰매어서 신고 다니기도 하였다. 하긴 가장 빨리 찢어지는 곳이 거기여서 평소에도 그렇게 해서 신었다. 포카라의 포근한 호숫가에서 거룩한 히말라야와 호수에 비치는 눈 덮인 산을 바라보며, ‘내가 오르지 않고 이렇게 바라만 봐도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함께 여행 온 박완서 선생님께서 뒤꿈치를 꿰맨 내 고무신을 보시더니 발이 몇이냐고 물었다. 다 헤어진 고무신을 꿰매어 신고 외국에까지 나온 내가 가난해보였을까. “나중에 흰 고무신 하나 사줄게.” 하셨다.
--- p. 28-29


자연에 살면서 생활은 점점 더 단순해지고, 가능하면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어진다. 결국은 머리카락까지 번거로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삭발한 머리에도 다시 싹이 자란다. 맨 머리의 홀가분함이 좋아서 또 어느 날 아침 즉흥적으로 삭발을 해버릴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짧은 머리도 그냥 저냥 괜찮다. 아무런 꾸밈도 없고, 어떻게 보여질지 따위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참 홀가분한 일이다.

--- p.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