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위의 말차(抹茶) 전문점, 나카지마 찻집’으로의 산책
우리나라의 테헤란로처럼 오피스 스트리트로 뜨고 있다는 도쿄 한복판의 시오도메에 훌륭한 경관을 자랑하는 호수 위 찻집이 있다니 안 가보고 배길 수가 있나. 시오도메의 랜드마크라고 불린다는 콘라드 호텔에서 보면 마치 멀찍한 뒷마당처럼 훤히 내려다보이는 ‘하마리큐 정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국가 지정 문화재라는 ‘하마리큐 정원’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비교적 큰 규모의 공원이었다. 시야가 탁 트인 공원을 가로지르면 해수를 끌어와 만들었다는 호수가 나오고, 그 한가운데 떠 있는(?) 말차(가루 녹차) 전문점 ‘나카지마 찻집’을 만날 수 있다. 찻집 내부는 일본식 다다미방으로 꾸며져 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야말로 그림이다. 옛날 일본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계절을 즐기며 말차를 마셨을 테다. 이런 의미에서 하마리큐 공원은 일본의 역사이자 전통이다. 그래서 아무리 멋진 고층 빌딩이 들어서도 밀어내지 못할 만큼의 파워를 가지게 됐으리라. 같은 맥락에서 일본의 차 문화를 전통과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킨 퓨전이라고 표현하자면, 우리나라의 차 문화는 녹차, 홍차, 커피 등이 뒤섞여 어느 것 하나 특별히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한 깍두기 문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항상 이전 것과는 확실히 작별하고 마니 이전 것을 다시 찾고자 할 땐 불편할 수밖에. 입지 않던 한복을 갑자기 전통 운운하며 입으려고 하니 불편한 건 당연한 일 아닐까. 차도 마찬가지다. 커피 믹스 타 마시다가 갑자기 찻잎을 우려먹으려고 하면 그게 편할 리가 있는가 이 말이다. 이렇듯 어딜 가도 차 문화가 발달해 있는 일본이란 나라를 경험하니 더 나은 민족인 우리가 더 모자란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보여 은근 시샘이 났다.

1 그림 같은 풍경 속 여유 한 잔 나카지마 찻집에서 마신 말차의 부드러운 맛과 신선한 향은 문득문득 기억날 만큼 훌륭했다. 창밖 풍경이 잔에 담겨 더욱 맛있었던 것 같다.
2 나카지마 세트 부드러운 거품의 녹차 카푸치노 같은 말차(그야말로 양도 말로 준다)와 계절 과자가 함께 나온다. 가격은 500엔(약 4000원).


집집마다 녹차 밭이 있는 풍경 일본 최고의 녹차 산지, 시즈오카에 가다
‘세계 차 페스티벌 2007’이 열린 시즈오카 현은 일본 차 밭의 40% 이상이 모여 있는 유명 차 재배지다. 800년 전 한 고승이 송나라에서 차나무 종자를 가져온 후부터 녹차 재배를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곳의 녹차는 교토 ‘우지차’, 사이타마 현의 ‘차야마차’와 함께 일본 3대 명차로 꼽힐 정도로 우수하다. 이곳의 녹차는 저렴한 가격, 부드러운 향, 깊고 맑은 맛 등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차를 이용한 비스킷, 아이스크림, 음료 등도 개발되고 있다. 며칠 동안 시즈오카를 훑어보며 금산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재배되고 있는 종류야 다르지만, 금산 전체가 다 삼 밭인 듯 보이는 것처럼 시즈오카 전체가 푸른 녹차 밭인 듯 보였다. 산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 같은, 특히 산으로 병풍 친 녹차 밭이 많았는데, 이곳 녹차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해가 일찍 지고 일교차가 극심하기 때문에 녹차 잎들은 해가 나 있는 그 짧은 낮 동안 온몸으로 해를 원한다. 자기 필요에 의해 춥고 따뜻한 과정을 반복하는 사이 녹차 잎들은 최고의 초록빛과 최고의 맛을 갖게 된다.

시즈오카에서 만난 사람&머문 장소

7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모리다 세작
시즈오카의 와라시나강 근처에 위치한 녹차 전문 회사. 현재 7대 손이 맡아서 하고 있는 장수 브랜드로 녹차 중에서도 프리미엄급 녹차가 유명하다. 모리다 세작이 위치한 와라시나강 주변은 아침엔 강안개가 피어오르며 녹차 밭 아래로는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강물 덕분에 차 생산지로는 최적인 곳이다. 그 깊은 숲 속에서 강안개의 습기를 이겨내며 조금씩 조금씩 솟아 오른 녹차 잎으로 만드는 녹차는 맛있을 수밖에. 모리다 세작의 녹차 밭은 일본 제1의 농림수산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차 맛이 상당히 고급스럽다. 문의_81-054-270-1131

녹차밭이 있는 쿠리타케 료칸
시즈오카 시에서 30분가량 떨어진 한적한 료칸. 가족이 함께 경영하는 일본식 전통 료칸이라 그야말로 손님까지 가족처럼 지내다 올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근처에 유명한 녹차 밭이 많고, 료칸 옆으로는 강이 흐르는 시즈오카의 대자연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일식 만찬을 대접받으며, 밤에는 숯으로 물을 끓여 몸에 더욱 좋다는 노천탕에서 피곤한 몸을 풀 수가 있는 그야말로 몸이 행복해지는 공간이다. 이곳 옆 마당에도 역시 16.5㎡ 남짓한 녹차 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