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정갈한 천상여자 효재

아기 달맞이 2009. 3. 23. 01:23

정갈한 천상여자 효재 나도 효재처럼

 
한참 전에 인간극장에서 본 이효재 라는 한복연구가는
참 신기하게 살림을 사는 여자였다.
집안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를 어루만지고 포장을 덮어주고 때깔나게 닦아내서
각각 제 모양을 뽐내게 하고,
깨진 기와, 버려진 페트병, 쓸모가 없어진 못자리에게 제 할 노릇을 찾아주는가 하면
지나다가 구경하러 들어온 손님에게 정갈한 찻상 하나를 힘 하나 안들이고
냉큼 내오는 여자, 이효재.
그런 그녀의 근황이 어제밤 수요기획에서 방영되어 반갑게 찾아 보았다.
 
그녀는 여전하다.
바지런하고 정갈한 살림솜씨에 속없이 퍼주는 정은 그로부터 더해진 것 같았다.
삼청동에 있던 그녀의 한복작업공간인 효재를 성북동 한옥집으로 옮기면서
일일히 손품을 들여 새집을 꾸미는 그녀의 일상이 이번 방송의 주요 얘깃거리다.
 
 
삼청동 효재


효재 앞마당 수돗가 풍경


찻방의 개수대


소풍 도시락. 삶은 계란 싸기


소풍도시락. 청국장


소풍도시락


소풍도시락 주먹밥


성북동의 새집 효재의 마당 - 텃밭을 일궜다


올라오는 길목에 제비꽃을 옮겨 심고.


마당 한켠에 자리잡은 장독대


마당을 파서 만든 연못. 여기서 자란 연?잎으로 1년 내내 연밥을 해먹는단다


새집에 만든 찻방


손님 맞이 거실.


그릇 욕심이 유난해도 주방은 정갈하기만 하다.


한복 작업실
 
언젠가 가까운 친척 어른 한분이
살림이나 요리를 잘하면 평생 하게 되기 마련이라  자신은 딸에게 일부러 요리는 물론
설겆이조차 시키지 않는다는 얘기를 자랑삼아 떠들어 댄 적이 있었다.
평소에 그 어른은 아쉬울 거 없는 사람들에게는 눈에 띄게 박절하게 대하거나 무시하고
조금이라도 얻어낼 게 있으면 나이와 자리를 상관치 않고 민망스러울 정도로 친한 척을
하던 터라,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 못된 됨됨이는 저렇게 세습되는군" 하고
혀를 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효재의 어머니도 딸이 살림에 그토록 몰두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나가 놀기보다 조각천을 모아 보자기를 깁는 걸 더 좋아했던 딸이 
자라서도 내내 그 살림살이의 고역스런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봐 걱정스러웠던가 보다.
그러나 이효재의 살림이 멋스러운 건 그녀의 능수능란한 손놀림과 감각 덕분이 아니라
보잘것 없고 버려진 것들에도 숨을 불어넣어 상생하는 존재로 만들어 놓기 때문이란 걸
이해했더라면 딸을 좀더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을까 싶다.
이효재 살림솜씨의 진실은, 깨진 기왓장 하나도 바지런히 어루만져서 때깔을 내고
저 할 노릇을 찾아주어 버려지거나 천덕꾸러기로 존재하지 않게끔
정성스럽게 보듬어내는 기술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물건도 저렇게 중하게 살피는데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정성을 다할까.
제 딸을 저 혼자 고상한 척하는 밉살꾸러기 모양새로 키워 놓고도
그것을 자랑스럽게 떠벌이고 다니는 사람은 평생토록 절대 주지도 받지도 못할 정성이다. 
결국 자업자득인 셈이다.
 
이효재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는 그런 살림을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내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향긋한 차 한잔에 슴슴한 떡 한접시 내주고
어느 방에서도 달고 포근한 잠을 잘 수 있게 구석구석 정갈하고 아늑한 공간을 꾸며내는
그 정도의 정성과 솜씨를 가진 사람이고 싶은 것이다.
-_-a ......................................
게으른 것만 고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 쿨럭.
 
 
                                                   어느 웹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