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이효재의 광목 예찬

아기 달맞이 2009. 3. 23. 01:13

광목은 어진 옷감입니다. 저고리도 만들고 버선도 만들고 도시락 싸 갖고 다닐 작은 보자기도 만들었을 광목. 기름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정갈하고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 번 삶아 빨아 뽀얗고 하얀 바탕에 길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민들레며 앵초, 나팔꽃 한 송이만 살짝 수놓아 치장하면 은은한 아름다움이 배어나옵니다. 서늘하게 닿는 감촉과 눈부시게 하얀 빛깔. 모든 더러움을 닦아낸 후 삶아 빨아 말리면 또 다시 제 빛깔을 되찾는 광목은 여자로 하여금 살림하는 재미를 새록새록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보물이지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광목의 서늘한 아름다움을 한복 연구가 이효재 씨를 통해 다시 만났습니다. 요리하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앞치마, 주방 속 보기 싫은 아이템들을 감춰주는 세제 덮개와 커피포트 덮개, 설거지를 마친 후 꼭 짜놓은 행주 등에 이르기까지 온통 광목 일색이랍니다.
 
색실로 수를 놓고 한땀 한땀 손으로 감쳐 완성했다는 행주는 선뜻 물에 담그기 아까울 만큼 곱습니다. 손이건 그릇이건 쉬운 대로 종이 냅킨을 뽑아 쓰고 물휴지로 쓱쓱 닦으며 사는 것과 광목으로 만든 행주를 마련해두고 정성껏 손질해 사는 것에는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지요. 내 손으로 빨아 쓰니 위생적이고 수십 통의 휴지와 종이 냅킨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환경 친화적인 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줄 것이 분명하니 아이들의 품성 교육에도 더 없이 좋은 셈입니다. 또한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기다리는 이들의 눈이 고귀하고 깨끗한 광목 앞치마에 빠져들어 식사시간 내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보기 싫은 주방 속 애물단지인 주방 세제와 뽀얀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는 티 포트를 감추어줄 덮개, 화장실을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만들어줄 변기 커버까지 깔끔하고 보기 좋게 보관합니다. 모두 실제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 서정적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효재 스타일’이야말로 집안을 빛나게 하는 일등 공신이 아닐까요?
   
옷이며 가구를 사는 데는 아낌없이 투자해 온갖 명품으로 치장하면서 정작 자신만의 공간인 부엌에서 사용하는 행주에는 공을 들이지 못하는 주부를 보면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는 이효재 씨. 그녀가 정성스레 만든 작은 소품 하나의 연출이 집안의 분위기를 얼마나 바꾸어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만든 이의 정성이 오롯이 담겨 있는 아이템. 주부의 입장에서 주부들을 위해 만든 주부들만의 것입니다. 혹시 고마운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눈 여겨 보세요. 받는 이의 품격을 높여주고 주는 이의 감각을 살려줄 고마운 소품들이니까요. 집안 살림의 진정한 재미를 광목과 함께 지금부터 느껴보세요.

'효재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갈한 천상여자 효재   (0) 2009.03.23
아름다운 집--경복궁 담벼락 옆 한복지 `효재`   (0) 2009.03.23
디자이너 이효재씨의 집이   (0) 2009.03.23
효재처럼....   (0) 2009.03.19
효재, 이사 가는 날   (0) 200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