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에 고급스러운 우리 것을 담고싶어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보자기로 싸는 것은 제게 수양이예요. 보자기에 마음을 담아 선물하면서, 감싸안아주고 덮어주면서 수양이 되는 것이죠"
몇 십년 전쯤엔 시골 사람들 손에나 들려있던 보따리였고, 요즘에는 백화점에서 선물 세트를 싸는데 일회용으로 쓰고 마는 보자기가 이효재(50)씨 손에서는 수양이고 예술이 된다.
한복 디자이너인 이씨에게 한복과 보자기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다. 혼례복을 짓고 혼수, 예단을 보자기로 싼다. 또 보자기 크기가 다르고 자꾸 싸다보니 새로운 포장법이 생겨났다.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면서도 모두 보자기로 포장해 건넸고 감동하는 그들의 모습에 또 다른 포장법을 고민했다.
그가 새 책 '효재처럼 보자기 선물'(중앙m&b 펴냄)에 직접 고안해 낸 보자기 포장법 50가지를 담았다. 모두 기본 묶음에서 시작한 응용 방법들이다. 책 자체로 특허 신청을 냈고 '보자기 아트'로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요즘 우스개로 '보자기 신이 내렸다'고 해요. 밤만 되면 아이디어가 막 생각나거든요. 보자기로 기쁨, 슬픔을 표현하고 꽃밭도 만들고, 사계절도 만들 수 있고 매듭은 장미꽃도 됐다가 상투도 되고…"
고급스러운 보자기가 사치스러워 보일 법도 하다. 하지만 이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백화점 포장 코너에서 포장을 하면 2만원에서 5만원씩 해요. 종이와 리본, 인건비, 자릿세인데, 한 번 뜯어내면 그만이잖아요. 같은 돈으로 보자기를 사면 재활용 할 수 있어요"
이씨의 보자기는 실용성과 단순함에 그 가치가 있다. 비싼 비단천처럼 보이지만 다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섬유 소재다.
"다양하게 재활용하려고 합성섬유를 썼어요. 비단으로 만들면 물 한 방울만 묻어도 드라이클리닝 해야 하잖아요. 구슬이나 금박을 해도 편하게 사용할 수 없고"그저 고운 색의 단순한 보자기로 녹차나 다기, 와인은 물론 반찬거리와 옥수수, 수박, 참기름에 예쁘게 옷을 입혀 선물하면 상대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나눌 수 있는 것은 성공한 인생이죠. 또 내가 귀하게 대접하면 그 사람도 나를 귀하게 대접해요. 결국 나를 대접하는 거예요. 빈 보자기에 무언가를 싸서 줄 수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2006년 낸 살림책 '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효재처럼'으로 '한국의 타샤 튜더',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라는 별명을 얻은 이씨는 요즘 어느때보다도 바쁘다.
기생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서 의상과 소품, 음식을 맡았고, 또 다른 현대물 드라마도 함께 한다. 음식과 인테리어, 소품, 옷 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이씨의 눈과 손을 거친다.
"대중문화에 고급스러운 우리 것을 담고 싶어요. 한복 하는 사람이 왜 음식하고 인테리어 하냐고 하는데 의식주는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거든요"
살림책 시리즈로 보자기에 이어 음식, 집꾸미기, 그릇을 다룬 책은 이미 구상해 놓았고 한복을 주제로 쓴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도 곧 낼 예정이다.
"아파트를 고향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음식 등을 알려 주는 이야기를 더 쓰려고요. 특히 먹을거리는 정말 중요합니다.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볶음밥이다 피자다 해서 재료를 숨기고 이것 저것 섞어 먹이면 미식가가 될 수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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