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시어미 죽은 넋이라는 골무 / 퍼옴

아기 달맞이 2009. 2. 5. 22:00

골무

 

 나도 종종 바느질을 한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바느질을 하는 것은 아니고, 자주 사용하는 등산 용품이나 사진 촬영 용품이 실 밥이 터져 더 이상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은 경우에는 바느질을 한다. 요즘 중국제품이 많아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늘이 쉽게 들어가지 않아 손가락이 몹시 아파, 이럴 때에 이 골무란 친구가 있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다 성장한 여자라도 골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이 나의 의견에 “ 무슨 소릴 하세요, 골무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어요.” 하면 나도 할 말은 없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요즘 사람들이 도대체 바느질을 하여 고쳐 다시 사용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헤어지면, 조금 낡으면 그냥 버리는 것이 다반사 아니던가.

우리가 어릴 적에는 어머니께서 이불이나 요나 베개의 호청을 빨아 다시 끼우실 때에 이 골무를 끼시고 듬성듬성 무명실을 시침질 하듯이 바느질 하시는 모습이 기억난다.

 

 

 

 

우리 조상들은 참 지혜로운 민족이었음을 나이를 먹음에 따라 더욱더 자주 생각하게 된다.

골무란 바느질할 때 바늘이 손가락 끝을 찌르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작은 종처럼 생긴 도구이다. 최초의 골무는 BC 79년 이전에 청동으로 만든 골무로서 화산폭발로 매몰된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의 유적지에서 발견되었다.

거의 모든 재료로 만들 수 있으나 오늘날에는 주로 고무 가죽 플라스틱이나 연금속을 쓰고 있으며 사무용이나 공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BC 1세기 낙랑고분에서 출토되어 이때부터 사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골무의 기본 모양은 반달형이며, 그 재료는 가죽·헝겊 등이다. 골무에 태극·연꽃·나비·길상문(吉祥文)자·새 무늬 등의 수를 놓기도 하였다. 부녀자들의 침선필수품의 하나로 지금까지도 가정에서 사용되고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인용)

조선 후기에 어느 규중(閨中)여자 분이 이런 재미있는 고대 수필을 지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옛날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참 재미있게 배웠던 기억이 난다. 내간체의 글로 아주 의미 있는 우수한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침문(弔針文)과 함께 쌍벽(雙璧)을 이루는 귀한 작품이다. 그 작자는 정확히 알 수 없고 . 이런 제목의 수필 문학이다.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이른바 옛날 선비들이 즐겨 사용하는 네 가지 물목이 있는데, 필묵(筆墨)즉 붓과 먹, 종이, 벼루를 문방사우(文房四友)라고 한다.

그러면 아녀자들이 규중에서 침선(針線)즉 바느질하는 데 즐겨 사용하는 일곱 벗이 없겠는가, 그것을 칠우(七友)라 칭하고 각각에 별호, 별명을 정하고 마치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의인화하여 , 서로 자기가 더 긴요한 물건이라고 다투며 쟁론하여 조금 풍자적으로 쓴 작품이다.

그 일곱 친구들을 보면

바늘은 세요(細腰)각시, 부인이라 하고, 가위는 교두(咬頭), 인두는 인화(引火), 다리미는 물낭자, 자는 척(尺)부인(婦人), 실은 청홍흑백각시, 골무는 감투할미라고 이름을 붙였다.

오늘 날 이 시대의 우리 인간들은 얼마나 이기적이며, 남을 깎아내리기 좋아하는가!

우리 인간의 그 좋지 않은 그 습속(習俗)을 해학적이며 위트(wit)즉 기지,

재치있게 아녀자들 사용하는 쉬운 말들로 서술한 글이다.

 

 

 

 

 

나는 오늘 이 글에서 그 일곱 중에 골무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해 볼까한다.

이 골무를 요즘은 쉽게 볼 수 없고 사기도 힘든 것이다. 그래서 아마 지금은 옛날 도예나 공예작품처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옛날 바느질 할 때 사용하던 규중의 골무보다는 사무용 공업용 골무는 현재도 대량생산하고 판매되고 있는 모양이다.

진주에서 해 마다 열리는 개천 예술제의 일환으로 진주지역의 특산품인 명주 ( 인견 비단 silk )제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기획하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누에가 성장하여 비단 실을 뽑아내는 과정과, 그리고 비단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비단( silk )제품을 염색하여 여러 종류의 옷감으로 만들어져 나온 여러 다양한 제품들을 소개하는 전시회다. 진주 남강 변에 훌륭한 임시 전시장을 개설하고 있어서 한번 가 봄직한 좋은 전시를 하고 있다.

그 중에 골무를 직접 제작하고 계시는 어느 할머니와 그 할머니의 작품인 제품을 보게 되었고 그 귀한 사진도 찍어왔다.

나는 이 글의 서두에 말한 것처럼 그 어줍은 서툰 바느질을 할 때마다 골무의 긴요함을 느낀다. 이 골무란 친구가 얼마나 요긴한지는 조금 천이 굵은 옷감에 바늘을 눌러 꽂아보면 잘 들어가지 않아 애를 먹게 되는데 이 때 이 골무란 친구가 엄지나 인지(人指) 즉 집게손가락에 끼어 있어서 꾹 눌러주면 참 쉽게 들어간다. 이 경우는 손가락도 아프지 않고 하나도 고통스럽지 않게 이 골무가 그것을 다 감당한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요즘 누가 남의 고통을 이 처럼 서슴없이 맡아 해주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기 힘들다. 남의 고통을 들어 주기는 고사하고 어떻게 하면 남에게 자기가 져야할 짐을, 고통을 덤터기 씌울까 머리를 짜내는 세상 아닌가. 이 골무처럼 남의 아픔을 감당하는 그런 사람이 많아져야 우리사회가 살기 좋은 바람직한 사회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이야 죽든지 말든지 자기 기분에 , 마음에 맞지 않으면 한사코 자기 식으로 자기 고집과 독단으로 몰아가고 그것을 도저히 용납하려 않는다. 그나마 남이 더 유명해 지고 더 잘되면 어떻게 하든지 깎아내린다. 그리고 급기야는 남이 몰락하여 최후로 추락하는 경우까지 몰아간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엔 대개 선량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주 몇 몇 극히 소수의 무리들이 끝까지 훼방하고 방해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배우 최진실의 죽음을 보고 더 이상 이런 악질적이고 고질적인 사회 병리 현상을 단호히 치료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법을 만들려고 하는 모양이다. 세간에는 쉬운 말로 “최진실 법“이라고 하는 데 ” 싸이버 모욕죄“ 라고 할 모양이다. 그런데 이 입법을 하는데 야당에서는 반대를 하고 있다. 즉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너무 억압한다고, 국민의 자기표현의 자유에 굴레를 씌우고 재갈을 물리는 악법이라고 야단이다. 현재의 여러 법을 적용해도 된다는 이론인 모양이다. 법은 필요에 의하여 만들어 진다. 만약에 이런 제도나 장치가 없으면 자기 마음대로 엉터리 근거도 없는 말을 유포하여 그 당사자에게 얼마나 엄청난 피해를 주는가 말이다. 그 결과 너무나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여, 참 마음 아픈 경우를 우리는 요즘 들어 자주 접하게 되었다. 남의 아픔을 막아 줄 골무가 많이 필요하다.

이 골무가 요긴하게 쓰이도록 좋은 법이 만들어져 사회가 조금 정화되어야 한다.

 

( 옛날 우리 속담에 골무를 시어미 죽은 넋이라고 했다. 바느질 하다가 빼어 놓은 골무는 잘 찾아지지 않아 일어서서 하던 일감을 모두 들추고 부산을 떨어야 찾아졌다는 이야기를 비추어 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