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가 살고 있는 집은 지은 지 1백 년 된 농가를 개조한 것. 건축가인 남편 윤태서씨가 사진 촬영을 왔다가 풍경에 반해 주인 할머니에게 들고 있던 카메라를 계약금 삼아 단박에 구입했다고 한다. 집은 겉으로 보기엔 소박한 농가 같지만 안은 리모델링 작업을 거치면서 카페 같은 독특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본래 외양간이었던 곳부터 대문까지 사각뿔 모양의 지붕을 얹고, 석회와 흙을 반죽해 안마당을 덮고, 벽에는 흙을 발라 손질해 마당을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지붕 삼면에는 창을 달아 햇살이 오랫동안 집안에 머문다. 대문을 활짝 열면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음악을 틀고 차 한잔 마시며 풍경을 바라볼 때가 그에게는 가장 호사스러운 시간이라고 한다.
옛 향기가 자연스레 묻어나는 주방
주방도 마찬가지로 지붕을 덮고 나무 바닥을 깔아 공간을 넓혔다. 일하기 편하도록 입식으로 디자인한 덕에 조리도구들은 천장에 조르르 매달려 있다. 못 없이 나무를 서로 끼워 만든 서랍장, 나뭇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원목 식탁은 비죽비죽 걸려 있는 조리기구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부엌 한 켠에 놓인 벽난로는 ‘코쿨’을 응용해 만든 것. 코쿨은 전기가 들어오기 이전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사용하던 우리나라 전통 벽난로로 생김새가 사람의 콧구멍과 비슷하다고 해 ‘코굴’이라 부르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밤이 길고 추운 겨울에는 난방과 조명의 역할을 하고 여름에는 습기를 없애는 역할을 맡는다. 바짝 마른 참나무나 소나무를 때면 황토와 나무 향이 섞여 아로마향 부럽지 않은 향긋한 냄새가 난다고. 여기에 고구마나 밤을 구워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은은하고 향이 그윽한 우리 꽃차
▲외국산 허브는 향이 강하지만 우리 꽃으로 만든 차는 은은하고 그윽해 많이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커다란 도자기에 물을 붓고 목련, 황매화 등의 꽃잎을 섞어 띄우면 여러 사람이 함께 마시기 좋은 파티 음료가 된다. 도자기는 민씨가 직접 만든 것.
서울에서 찻집을 운영하던 민씨는 적당한 나이가 되면 전원 생활을 하리라 꿈꿔왔던 터라 남편이 시골에서 살 것을 제안했을 때 별 고민 없이 모든 것을 툭툭 털어버리고 따라 내려올 수 있었다고 한다. 자연이 주는 여유를 만끽하며 살던 그가 꽃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년 전,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어느 날 보니 집 앞 찔레나무에 꽃이 너무도 탐스럽게 피었더란다. 향도 그윽하고 깊어 꽃을 따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봤더니 외국산 허브 차는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맛이 좋더라고. 그렇게 관심을 갖기 시작해 꽃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욕심에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을 보아가며 공부하다 보니 지금은 1백여 종이나 되는 꽃차를 만드는 전문가가 되었다. 외국산 허브는 향이 강하지만 우리 꽃으로 만든 차는 은은하고 그윽해 많이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꽃차를 타두고 물 대신 수시로 마시고 있다고.
자연이 키운 모든 꽃은 차로 만들어 마실 수 있지만 무작정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꽃은 비타민, 단백질 등 다양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영양 덩어리예요. 반면, 독의 집합체이기도 하지요. 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독을 가지고 있거든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런 독을 빼내야 하지요.” 때문에 꽃차로 태어나기 까지는 꽃을 깨끗이 씻어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이나 반복하는 긴 여정을 거쳐야 한다. 횟수를 더하거나 덜하면 차 맛이 크게 달라지므로 꼭 아홉 번을 지켜야 한다고. 잘 말린 꽃은 바로 우려 마실 수 있는데 그해 만든 차가 가장 맛있다. 밥도 여러 곡식을 넣어 잡곡밥으로 만들어야 건강에 좋듯, 꽃차 역시 여러 꽃을 섞어 마셔야 영양 균형이 맞고 맛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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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_ 국화과에 속하는 뚱딴지는 해열작용이 있고 출혈을 멈추게 한다.
02_ 따뜻한 성질을 지닌 벌개미취는 기침을 멈추고 가래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03_ 국화과에 속하는 엉겅퀴는 정력제로 주로 쓰인다. 신경통에도 효과가 있고 이뇨작용, 항 바이러스, 항 염증 작용을 돕는다. 산후 자궁수축에도 좋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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