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0일 금요일
서둘러 단목령 트래킹을 위해서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왔답니다
아침식사는 하지 않치만 오늘은 많이 걸어야하기때문에
아침 9시쯤 된장 찌게백반으로 아침을 먹고 오색리를 떠났어요
양양 시내버스의 오색리 종점
양양쪽으로 약 3km 가면 오색초등학교가 있는 마을이 나오더군요
늘 작고 아담한 시골 학교를 보면 물안개는 선생님이 되고싶답니다
때묻지 않은 아주 외진 시골학교 이이들과 함께
노후를 보내는것도 얼마나 낭만적인가요
물런 대장은 작은 기차역 역장이라도 하면
더욱더 금상첨화 (錦上添花)ㅎㅎㅎ
여기서 도로 건너편으로 작은 계곡이 보이는데,
이 계곡을 따라 오르면 단목령 가는 길 이라고 하는데
비가 많이와서 그 작은 계곡을 건너 갈수가 없었답니다
다시 올라가서 가야한다는 그곳 주민의 안내를 받았지요
동신교회 입구의 콘크리트 다리
학교 앞에서 다시 오색리쪽으로
백 미터쯤 거슬러 올라가면 좌측 계곡을 가로질러 콘크리트 다리 하나가 있는데
이 다리 건너편에 교회(동신교회)가 있고 이 교회 마당의 뒷쪽
산기슭에 작은길이 이어져 있다는데 한참을 헤메다 찾았는데
길은 아주 잘 되어 있더군요
약 400m쯤 들어서면
폐가가 된 듯한 오래된 농가 뒷쪽으로 새로 지은 듯한 커다란
양옥은 굳게 문이 잠겨있고 황소만한 개 두마리가 우리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댄니다
개를 좋아하는 물안개지만 정말 너무 무서웠지요
집 앞의 계곡을 건너면 옛날에 텃밭 이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넓직한 공터가 나오고 길은 이 공터를 가로질러 숲으로 이어지는데
비온 뒤에 물이 불어서일까. 폭은 3~4미터 밖에 안되는 데도 내를
건너기 위해 신을 벗어야 했고
여름인데도 냇물은 발이 시리도록 차가웠어요
바로 한기가 들 정도로
빈집 앞의 내를 건너 산길이 이어진다.
아무도 쉽게 가지않는곳 대장과 단둘이서 가는데
잡초가 가슴까지 우거져서 길이 또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잘 갈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생기드라구요
한참을 헤메다 사람키 만큼 자란 풀들을 헤치고
겨우 길을 찾을수가 있었지요
길을 헤치고 가다보니 잡초는 없고
키 큰 나무들 사이로 길이 뚜렸하게 보입니다
단목령을 넘는 동안 여기서 길을 찾는 게 유일한 어려움이었습니다
길을 찾아가는 동안 야생화 꽃이 많이 피어있는데
보라색 핑크색 노란색 흰색의꽃들 사이로
윙윙 날라 다니는 벌들이 물안개는 너무 무서워~~~~
한숨 돌려 잠시 숲을 걷다보면 좀처럼 보기 힘든 원시림이 전개되네요
다른 곳에도 이와 비슷한 원시림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처럼 인적이 드문 완전히
끊긴 채 태고의 정적속에 숨겨져 있는 숲은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이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오직 대장과 물안개뿐
산을 오를수록 고목들이 빽빽히 하늘을 가려
한낮인데도 어두워서 카메라를 삼각대 없이 손에 들고는 사진을 찍기가
불가능 하다고 대장은 연신 그 무거운 삼각대를 카메라에 키우고
어깨에 메고 사진을 찍는데 그 무게가 대단하지요
단목령의 원시림. 한낮에도 어두워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
지금도 인적이 전무한 채 원시의 숲으로 남아 있는데 옛날에는 얼마나 골이 깊었을까?
바위에 이끼가 많이 끼어 있었고 다람쥐도 사람이 가까히 가도 피할 생각을 하지않고
무엇을 열심히 먹고있는 모습을 한참을 보았지요
길과 계곡이 어우러져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다투어 절경을 만들어 냅니다
길이 계곡을 건너는가 하면 계곡이 길을 품기도 하면서
길이 냇물에 잠겨 건널때마다 신을 벗어야 했는데
단목령을 넘는 동안 일곱 번이나 신었다 벗었다를 되풀이 해야했는데
짜중이 났지만 이것도 여행중에 경험 할수있는 재미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자며 또 신을 벗었습니다
계곡을 건너기 위해 일곱 번이나 등산화를 벗어야 했어요
단목령 넘는 길은 대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해서 걷기에 편했는데
다만 령(嶺)의 마지막 1킬로 쯤을 남기고 부터 경사가 좀 가파라 지는데
한쪽은 높은산 한쪽은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계곡 물속으로
빠질것 같은 좁고 가파른길을 걸으면서 심장이 오그라지는
느낌이들면서 정상을 향에 걸어가는데
잘 익은 다래가 떨어진것을 발견합니다 주어서 맛을 보니 닷맛이 무척 나네요
처음 먹어보았어요 아주 신기합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지요
잠시 그곳에 멈추어서 다래를 주어서 비닐봉지에 담고 야생화꽃을 보면서 걷는데
깊은 산속이라서 인지 취나물이 가득한데 철이 지났지만 아주 부드럽더군요
물안개는 정말 아쉬웠지요 그 취나물을 케지못함을 ....
취나물 케서 소라파 주면 얼마나 좋아할텐데 ㅎㅎㅎ
현지 주민들은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천천히 걸어서 넘기로 했지요
집에서 나올 때부터 이번 여행은 일정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현지 사정에 맞춰 무리하지 않게 다녀오기로 했답니다
경사가 가파라짐에 따라 계곡의 물소리도 커집니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그리고 때이른 풀벌레 소리
아~~~~~~~~~또 언제 다시 올수가 있을까
여행을 다니면서 너무 좋아서 꼭 다시오자고 말을 하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드라구요
이 모든 풍경 을 가슴에 머리에 담고 가리라
길과 계곡이 함께 어우러져 곳곳에 절경을 만든다
두시간이면 충분히 오른다고 했었는데 우리는 세시간이나 소요되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사진을 찍어가며 천천히 걸었기 때문이지요
드디어 단목령정상 그곳에서 안도의숨을 쉬고
미리 준비해 온 빵과 우유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운 후
몇장의사진을 더 찍고 진동리쪽의 하산합니다
단목령 마루턱에서
하산하는길은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단목령은 박달령이라고도 하며 백두대간의 중간 경로랍니다
[한계령-구룡령] 구간의 한 나들목인데, 영마루에서 북으로 점봉산을
넘으면 한계령에 이르고 남으로는 조침령을 지나 구룡령으로 이어진답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꾼들이 많은 탓인지 이곳에도 마치 당나무처럼
나뭇가지 여기저기에 처럼 울긋불긋한 리본들이 흉물스럽게 걸려있더군요
길을 잃어 조난을 당할 위험이 있는 곳에는 안전한 등산로를 표시하기
위해 수단으로 리본으로 표시를 해 두하는 경우가 있지만 뻔한
등산로에 왜 그렇게 다투어 리본을 매달아 놓았는지
참으로 한심하다고 대장은 또 한마디 합니다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산악회 리본
산풀꽃(야생화)을 보면서 숲길을 걷고 산을 오르다 보니 진동리에 도착을 했어요
진동리에 들어서니 작은계곡 밑에서 소풍나온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먼저 말을 걸어옵니다
어디서 오셨나고
오색약수에서 단목령을 넘어 왔다고 하니
대단들 하다면서 맛있게 구은 삼겹살과 소주를
권하면서 점심식사는 했냐면서 깁밥 한덩이를 건내줍니다
그곳에서도 따듯한 그곳 주민들 마음을 느낄수가 있었지요
정말 멋지게 여행들 사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ㅎㅎㅎ
오늘저녁 어디서 묵을거냐고
우리가 예정한곳은 선녀와나무꾼이라는 숙소였는데
그곳은 너무 멀다고 하면서 숙소도 안내를 해주더군요
설피민국 추장 이상곤씨(가운데)
<만난사람> 원시인처럼 살아가는 곰배령 약초꾼 이상곤씨(47). 자칭 설피민국 추장 이상곤씨는 본래 고향이 경주다. 80년대 초에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다가 실패한 후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후 어찌어찌해서 도봉산에서 등산객들을 상대로 노점상을 했었는데 어느날 친구에게 등산장비를 빌려 곰배령을 찾았다가 이곳의 때묻지 않은 원시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어 그만 주저앉아 버렸답니다 일 주일만 머물다 가려던 것이 어언 올해로 9년째, 이제는 곰배골의 명물이 돼 버렸다고합니다 지금 살고있는 집은 그의 집이 아니고 당시에 집주인이 죽을 때까지 살라고 했다는데, 최근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차츰 잦아지자 마음이 변했는지 이제는 집을 비워 달라고해서 걱정이라고 합니다 이상곤씨 집에서 5백미터 쯤 내려오면 단목령길과 곰배령길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상곤씨는 이곳에 콘테이너박스를 하나 갖다놓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각종 약초발효액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있는데 이곳에다 조그맣게 구멍가게라도 한 칸 지었으면 하는게 그의 소망이랍니다 (033)463-4289, (033)463-1424)
삼거리에서 인제로 나가는 버스를 타려면 약 2십킬로, 5십릿길을 걸어 내려가야 하는데 시간은 오후 5시. 넉넉히 잡아 11시경이 되어야 버스종점에 도착할 것 같은데 그 시간이면 막차는 이미 끊어졌을테고 어쩌면 잠자리 구하기조차 만만치 않을 것 같았어요 물안개는 먼저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무작정 걸어 내려가자고 하면서 걷다가 민가를 만나면 하룻밤 잠자리를 부탁해 보기로 하고. 대장과진동계곡을 걸어가는데 피곤이 밀려옵니다 설피밥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전화를 하니 방이 없다고하네요 그런데 다행히 30분 쯤 더 걸어 내려가다가 길가에 [웰빙하우스]라는 간판이 붙은 민박집의 방 한칸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은 작고 아궁이에 군불을 때워야하는 곳이였지요
민박집 아궁이에 군불을 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여행중에 웬만해서는 민박집을 이용하지 않지요 방값은 여관보다 더 비싸면서도 시설이나 서비스가 억망인 경우가 많아서요 대장은 늦게 잠자리에 드는 습관 때문에 11시가 지나야 자리에 눕는데,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산골의 민박집에는 방에 냉장고는 물론이고 TV가 없는 집이 대부분인데다가 샤워시설이나 화장실도 공동으로 쓰는 집이 많고 대개는 방도 작고 협소하기 때문에 그러나 어차피 내일 곰배령에 오르려면 방금 내려왔던 길을 되짚어서 다시 삼거리까지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마을까지 내려가서 자면 내일 올라오기가 여간 불편지 않을 것 같은데다가 또 온종일 땀에 젖은 옷도 좀 갈아 입어야겠기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그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습니다 대장은 오늘 파라과이와의 올림픽 축구경기 중계방송을 못보게 되었다면 아쉬워합니다
일부러 그러자고 한 건 아니고 그저 장난삼아 한 장 찍은 사진인데 현상해 보니 어디서 많이 본듯한 사진이 이 빠진 할망구 같아요ㅎㅎㅎㅎ
다시 한번 장난 죽는것은 싫어 ㅎㅎㅎㅎㅎㅎ
'♣ 물안개 국내 여행기 ♣ > 2004년 여름인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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