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scTitle/물안개 사는 이야기

2005/04/28 (목) 00:32 /이런 삶은 어떨까요?

아기 달맞이 2009. 1. 13. 20:13


이런 삶은 어떨까요?   
뜨거운 사랑은 아니라도
아내가 끓이고 있는 
된장찌개 냄새를 좋아하고
간혹 그릇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아름답게 들리는 삶은 어떨까요.

간혹 다투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마주 앉아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함께 있는 자체를 감사하는 삶은 어떨까요.
날마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생일날 한 번, 속옷을 내놓으면 마냥 기뻐하여 다음 생일 때까지는 선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어떨까요.
이사 갈 것 같지는 않지만 간혹'우리 시골집으로 이사갈까'하면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꿈꿔 보는 삶은 어떨까요.
복권이 당첨되어 형편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아끼고 모아 작은 오디오라도 장만하여 그 소리에 일 년 동안 감탄하는 삶은 어떨까요.
종일 햇볕이 드는 건 아니지만 한낮에 잠시라도 햇볕이 들면 '아! 햇볕이 좋다'하며 창문을 열고 이부자리 말리며 행복해 하는 삶은 어떨까요.
전화 통화를 다 듣는 건 아니지만, 옆에 있다 간간이 들리는 말을 듣고 누군지를 물어보고,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함께 기뻐하고, 같이 걱정하는 삶은 어떨까요.
먼 나라 찾아가는 여행은 아니지만 귤 네 개, 커피 두 잔, 물 한 병 배낭에 넣고 가까운 산에라도 올랐다 내려오면서 '욕심 버리고 살아야 한다'고 다짐해 보는 삶은 어떨까요.
요렇게 살수 있는 삶이라면 더 욕심 부리지 않고 살수 있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