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각 명인 오희숙
오희숙 명인은… 파평 윤씨 집안으로 시집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부각 만들기 비법을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았다. 1994년 인삼 부각을 옛 문헌 그대로 고증해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부각 명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현재 ㈜하늘바이오 대표로,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세계 7개국에 대한민국을 대표해 부각을 수출하고 있다.
최고의 갈무리 음식
부각은 튀각과 혼동하기 쉬운데 튀각은 채소나 해조류 등의 원재료를 썰어 말린 후 기름에 튀겨 소금과 설탕으로 간한 것이라면, 부각은 원재료를 썰어 찹쌀풀을 입혀 말린 뒤 튀겨낸 것을 말한다. 튀각은 원재료 자체의 맛만 느껴지지만, 부각은 찹쌀풀이 어우러져 원재료 고유의 영양은 그대로 보존하고 고소한 맛과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훨씬 고소한 맛이 난다.
“내륙 분지인 거창에는 갈무리 음식이 많아요. 내륙인지라 주로 채소류를 많이 갈무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부각을 만들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전통을 이어가는 집이 많아요.” 파평 윤씨 가문으로 시집와 부각을 만드는 것을 본격적으로 배웠다는 오희숙 명인의 설명이다. 전라도가 고향인 명인의 친정 어머니 역시 깻잎이나 고추로 부각을 만들곤 하였다. 하지만 거창으로 시집오니 그 종류가 더욱 다양해졌고 양도 어마어마해 놀랐다고 한다.
“여섯 형제 중 셋째 며느리였지만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각 만들기를 배울 수 있었죠. 시어머니는 요리 솜씨가 무척 좋으시고, 또 종갓집이다 보니 집에 손님이 자주 찾아오셨어요. 때문에 제철 채소나 과일 갈무리를 중요하게 여기셨는데, 부각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하게 여기시는 음식 중 하나였어요.”
장독대에는 자신의 키보다 조금 작은 큰 항아리가 하나 있었는데, 어머니는 그 항아리 가득 부각을 만들어 쟁여놓고 손님이 오실 때마다 꺼내어 굽곤 하셨다. “밀폐용기나 지퍼백이 없던 옛날에는 한지에 부각을 싼 뒤 항아리에 보관하곤 했는데요, 항아리의 특성상 숨을 쉬다 보니 장마철에는 보관해놓은 부각이 행여 눅눅해져 상할까 봐 잠깐이라도 해가 드는 시간이 있으면 재빨리 꺼내 마루에 널어놓곤 했어요. 마르면 다시 싸 차곡차곡 항아리에 담아놓고요.
게다가 지금은 부각을 기름에 튀겨 먹지만 그때 당시에는 솔잎으로 들기름을 발라 석쇠에 올린 뒤 장작불에 부각을 굽곤 했어요. 젖은행주를 감고 구어도 어찌나 손이 뜨거운지 몰라요. 부각을 만든다는 것이 참 고되지만, 그때는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고 그저 ‘내 일이구나’라고만 생각했어요.”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간직한 건강식품
부각의 매력에 빠지게 된 오희숙 명인은 2004년, 고증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재현해낸 인삼부각을 통해 농림수산식품부의 식품명인으로 인정받게 됐다. “명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그 누구보다 어머니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고생스러운 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선조들의 훌륭한 유산을 이어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머니의 반응은 의외였어요.
‘야야, 그 힘든 걸 뭐할라고 하노’라고 하시더라고요. 누구보다도 그 일이 힘들고 고되다는 걸 잘 아셨던 거죠.” 채소를 말려서 기름에 튀기는 것이 부각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부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천천히 발효를 시켜야 한다고 오희숙 명인은 설명한다.
“부각은 튀겼을 때 찹쌀 부분이 꽃처럼 하얗게 부풀어 올라야 해요. 부각의 대량생산을 시도했을 때, 기름에 넣으니 부각이 갈색으로 변하고 부풀어 오르질 않는 거예요. 특히 고추 부각의 경우 다양한 방법을 써봐도 갈변만 될 뿐 흰색으로 부풀어 오르지 않아 포기하려고 했죠. 포기할 무렵 서늘한 창고에 두었던 고추 부각을 마지막으로 시험해보려고 기름에 넣어보니 눈처럼 하얗게 피어나지 뭐예요.
그래서 깨닫게 되었죠. 고추장과 된장이 발효되는 것처럼 부각 역시 발효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부각 역시 적지만 4~8% 정도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요. 때문에 완성된 제품을 서늘한 곳에 보관해가며 마른 발효 과정을 거쳐야 튀겼을 때 팝콘처럼 하얗게 피어나지요. 또한 튀긴 후에는 탈유를 해 기름기를 빼야 산패는 막고 고소한 맛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오희숙 명인이 가지고 있는 부각 특허만 해도 무려 14가지나 된다. 오랜 시간 경험과 연구를 통해 획득해낸 것들로 김,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부터 고추, 우엉, 연근, 당근, 호박, 감자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 20여 년간의 연구와 노력 끝에 인삼과 도라지, 생강 등을 부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부각은 원재료의 성분과 성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인삼 같은 경우 건조되는 온도와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기름에 튀겼을 때 갈변되기 때문에 상품이 될 수 없다. 또한 특유의 맛과 향을 적당히 빼내지 않으면 스낵처럼 먹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도라지나 생강도 마찬가지다.
“사실 소량의 부각은 쉽게 만들 수 있지만 대량생산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균일한 맛을 내기도 어렵고 갈변 없이 모양을 만들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잘 부서지는 부각의 특성 때문에 대량생산을 해 상품화하기가 쉽지 않아요. 인삼의 경우 20여 년 동안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어 이제야 상품으로 낼 수 있게 되었지요. 인삼 특유의 향과 맛을 적당히 제거해 젊은 분이나 외국인들도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희숙 명인은 현재 영농협동조합 ‘하늘바이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종류의 부각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7개국으로 부각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교포가 아닌 본토인들에게 김부각이 웰빙 식품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미국에서는 반찬이 아닌 스낵으로 먹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입맛에 알맞은 시즈닝을 뿌려 입맛에 맞췄다.
올 하반기와 내년에는 유럽시장에도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부각을 홍보할 생각이다. “부각의 특성상 잘 깨지다 보니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을 때도 종종 있어요. 하지만 역시 오희숙 부각이라며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에 우리 전통식품 부각이 알려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정직하고 소신 있게 만든다면 외국에서도 그 진심은 통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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