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야 집이 사는 법이다. 살아 있는 고택(古宅)에서 아침을 맞아본다. 강변에 물안개가 끼면 대충 옷 갈아입고서 강으로 내려가본다. 그 옛날 선비들이 했던 그대로 아침을 맞아본다. 이른바 고택 체험이다.
경북 영주와 안동에는 그 살아 있는 고택이 있다. 영주에 있는 무섬마을이 첫 번째다. 그리고 1974년 댐 건설로 수몰 직전에 2km 언덕 위로 옮겨온 안동 군자마을이 두 번째이자 숨은 보석이다. 안동 하회마을과 입은 물론 몸도 즐거운 고급 시골 밥상은 금상첨화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에 석양이 깔렸다. 단짝인 듯한 두 젊은 여행객이 다리 위에서 낙조를 즐기고 있었다. 그림 같았다.
광산 김씨 집성촌 안동 군자마을
1974년 안동댐이 생기면서 안동시 와룡면으로 옮겨온 옛 마을이다. 여유가 있다면 군자마을은 하루를 묵어야 한다. 고려 후기부터 대한제국에 이르기까지 광산 김씨 예안파 종가 고문서(보물 1018호)를 비롯해 종택 별당인 후조당(後彫堂·중요민속자료 제227호), 탁청정(濯淸亭·중요민속자료 제226호) 같은 문화재들이 즐비하다.
이 근사한 후조당과 탁청정에서 묵으며 수시로 열리는 문화행사도 구경할 수 있다. 차 한잔과 함께 김방식 관장이 풀어내는 마을 역사와 선비의 삶 강연도 재미있다. 앞에 흐르는 강, 뒤를 에워싼 산에 만든 산책로는 무더운 이 계절을 떠나보낼 마음 채비를 하게 만든다.
반남 박씨 집성촌 영주 무섬마을
군자마을에서 서쪽으로 무섬마을이 있다. 1666년 반남 박씨 일족이 들어와 자리를 튼 마을이다. 사행천(蛇行川)인 낙동강 주변 마을답게, 무섬마을도 하회마을처럼 사방이 강에 둘러싸인 물돌이동이다.
기와집, 초가집에 사는 주민들은 집을 찻집, 민박집으로 개방했다. 마을 앞 강변에는 1983년 콘크리트 다리가 생길 때까지 주민들이 쓰던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이 마을 또한 하루를 묵으면 골목을 걷고 별을 보고 아침 강변을 쏘다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선비의 삶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하회마을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낙동강 주변에서 가장 큰 물돌이동이다. 교회까지 있을 정도로 살아 있는 마을이다. 강 건너 절벽까지 나룻배가 오가고, 마을 입구에는 제법 큰 백련지가 있다.
하회마을에서 인근 병산서원까지 오솔길이 나 있다. 병산서원은 건축학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이다.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배롱나무 꽃이 가득하고, 강 건너에는 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다.
회룡포, 부석사, 그리고 맛집 화련
무섬마을, 병산서원과 함께 낙동강의 3대 물돌이동인 예천 회룡포도 들러본다. 조금은 가파른 짧은 산길을 오르면, 한눈에 다 들어오는 거대한 물돌이동이 나타난다. 백 사장에 둘러싸인 섬 같은 마을이 '물돌이동'의 진수를 보여준다.
영주 부석사 역시 군말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절이다. 무량수전 앞에서 석양을 맞는 소백산맥 줄기는 반드시 직접 봐야 한다. 일주문에서 무량수전에 이르는 거대한 석축들과 돌계단도 근사하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안동과 의성 경계에 있는 농가 맛집 화련으로 간다. 농민도 밥상을 세련되고 우아하게 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식당이다. 사과로 만든 동치미, 연잎으로 쪄낸 고등어와 예뻐서 숟갈을 대기가 아까운 구절판을 눈과 입으로 맛볼 수 있다. 선비의 아침을 체험하고 선비의 공간을 목격하고 농민 식문화의 미학을 온몸으로 느끼는 코스, 경북 영주와 안동 여행이다.
1. 추천 코스 : 무섬마을~회룡포~하회마을~군자마을~부석사
①무섬마을: 중앙고속도로 풍기IC 영주 방향→폴리텍대학 지나 자동차 전용도로→다리 건너 수도리 방면 좌회전
②회룡포: 무섬마을 좌회전→조제로, 문수로 이어 예천·보문 방면 보문로→동예천교차로에서 회룡포 방면
③하회마을: 회룡포에서 나와 동예천교차로에서 직진→안교사거리 하회마을 방면.
④군자마을: 안교사거리에서 서안동IC 방면→영덕·중앙고속도로 방면→34번·35번 국도로 안동터미널 지나 천리고가교 북단 도산서원·시청 방면→퇴계로 따라 16km
⑤안동 화련: 안동시내 천리고가교 남단에서 대구 방면→어가골교차로 남안동IC 방면→다리 건너 남안동IC 방면→11km 전방 점곡·고운사 방면.
⑥부석사: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풍기IC 순흥·부석사 방면.
2. 맛집 :
①안동 화련: 보석 같은 밥집.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효소로 간했다. 연근 죽, 구절판, 두부선, 연근 잡채, 연잎밥, 연잎 간고등어찜, 산야초 장아찌 등 화련 정식 2만원. (054)858-0135, lotusapple.com. 안동시 일직면 귀미리 678-2
②황토골인삼불고기식당: 양념한 돼지고기와 인삼을 구워 낸 인삼불고기. 1인분 8000원. 풍기읍 동부1리 498-5. (054)635-6088
3. 고택 체험 : ①군자마을: 안동댐 건설로 광산 김씨 예안파 집성촌을 2㎞ 이건해 만든 마을. 고택 체험 비용은 집 규모에 따라 9만~25만원. 아침상 별도. 방문 입장료는 2000원. www.gunjari.net, (054)852-5414, 안동시 와룡면 오천1리 산28-1 ②무섬마을: www.무섬마을.com에서 예약 가능. ③하회마을도 민박 및 고택 프로그램 운영. www.hahoe.or.kr
4. 기타 : 경상북도와 롯데관광이 공동으로 안동-영주 고택 및 별미 체험 1박2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4만 5000원(주중)~16만9000원(주말). 군자마을, 하회마을 중 택일. 1577-3700. 조선일보 독자 1명에게 여행권 2매 증정. 문의 morningplu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