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논산 시골장터 시골 인심 살아있는 백반집

아기 달맞이 2014. 8. 20. 19:3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충남 논산시 <대한식당>

수익성만 지나치게 추구하는 유명 식당들

올 초 소고기 내장 부위에 관심이 있어서 서울 강북의 몇몇 식당을 순회했다. 대체로 오래 된 내력 있는 식당들이고 어떤 곳은 아주 유명하다. 그 식당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가격이 비싸고 오래 된 노포식당(老鋪食堂)일수록 생각보다 수입산 육류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수입육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필자는 가급적 식당들에게 국내산 한우나 한돈을 사용하라고 권하지만 국내산 육류는 대체로 가격이 비싸다.

그런데 내력 있는 식당일수록 원가에 아주 민감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내력 있는 집들은 현금 장사에다 이문도 높았던 과거 ‘좋았던 시절’부터 음식점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영업 환경이 나빠진 지금, 원가에 대해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20~30년 전에는 식당의 수익성이 정말 좋았다. 그 당시에 ‘식당 하면 최소 밥은 먹고 산다’는 이야기가 정설이었다. 많이 못 팔아도 수익성이 워낙 양호해서 최소한 생계는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얼마 전 사무실 인근에 유명 평양냉면집이 지점을 오픈했다. 그 식당의 원조는 서울 강북에 있다. 장안의 유명 평양냉면을 대표하는 곳이다. 이 지점 역시 평양냉면 전문점답게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냉면은 1만 1000원이지만 육수와 고명은 한우보다 저렴한 육우를 사용한다. 만두와 만둣국도 1만 1000원으로 참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콩국수로 유명한 강북의 모 식당도 950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받는다. 이 식당 콩국수는 정말 맛있지만 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산콩 가격이 요즘 상당히 하락했다. 그래도 가격은 요지부동 혹은 인상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사업자의 수익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건전한 수익성으로 손님에게 봉사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얼마 전 서울 문래동 한우식당에서 곰탕을 먹었다. 그 한우식당은 실비형 식당으로 필자가 아는 곳이다. 작은 규모지만 점심 때 푸짐한 갈비탕이 많이 팔린다.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필자는 갈비탕 대신 곰탕을 주문했다. 워낙 갈비탕 위세에 밀려 곰탕은 전체 탕 매출의 10% 정도지만 이 곰탕이 아주 괜찮았다. 8,000원으로 가격도 좋고 무엇보다 고명이 아주 풍성하다. 오죽했으면 필자가 유명한 명동의 곰탕 명가보다 더 낫다고 평가했을까.

사실 그 곰탕이 유명 곰탕집보다 맛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 곰탕집에서 파는 보통 곰탕은 가격은 1만원이지만 양이 참으로 빈약하다. 최소 ‘특’은 먹어줘야 한다. 그런 야박한 양에 비해서 문래동 한우식당 곰탕은 푸짐함 그 자체였다. 그 운영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한 것이다. 전언한 유명 곰탕집은 판매량이 아주 많아서 구매력에 강점이 있지만 우리 같은 건장한 남자들은 그 곰탕집에서 ‘보통’을 주문해선 한 끼 식사가 안 된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오래되고 유명한 식당들은 대체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래서 요즘 같은 시기에는 손님에게 좀 봉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렇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다 손님들의 성원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대한식당 내외부
대한식당 내외부

시골 장터의 2,000원짜리 백반

지난 주 비가 오는 일요일 방문했던 경기 수원의 초대박 만두 분식집도 마찬가지다. 더욱 유명해지고 분점도 늘어났는데 가격은 올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식재료는 좀 부실하다. 여러 번 방문했던 식당이지만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 될 것 같다. 가게 운영에서 너무 수익성만 추구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섰다.

얼마 전 휴가와 상담을 겸해 충남 논산을 다녀왔다. 상담을 의뢰한 식당 주인장에게서 우연히 저렴한 백반집 이야기를 들었다. 논산 연산시장 안에 1,000원짜리 백반집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백반집은 배춧국을 메인으로 백반을 제공한다고 했다. 상담 후 대전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지만 동행한 직원이 ‘1,000원짜리 백반이 과연 어떤지 궁금하다’고 했다. 사실 1,000원짜리 백반이라 좀 내키지 않았다. 너무 저렴한 음식 가격은 부실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식당을 찾아갔더니 외관이 허름했다. 상호는 대한식당. 배춧국이 아닌 콩나물국으로 제공했다. 그리고 식사비도 2,000원으로 올랐다. 그래도 백반이 2,000원이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식당에 들어서니 70대 노부부 두 분이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들 세 사람은 3인분을 주문했다.

생각보다 신속하게 2,000원짜리 백반이 나왔다. 반찬이 8가지 정도 되었다. 식대를 작년 9월까지는 1,000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 가격은 정말 말도 안 된다. 반찬은 모두 나물 중심으로 어찌 보면 철저한 웰빙 반찬이다. 주인아주머니 고향이 서울 정릉이다. 시집을 충청도로 와서 오래 살아서인지 이제는 서울 말씨가 아니다. 잘 익은 충청도 김치가 맛있었다. 사실 시중 식당에서 제공하는 김치는 대부분 하향평준화 됐다. 그런 면에서 이 식당 김치는 오히려 기본 이상의 맛을 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식재료가 국내산이라고 한다. 서울의 유명하고 비싼 내력 있는 음식점들이 수입산을 많이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참 인간적으로 영업을 한다.

입맛에 착착 감기는 재래고추장의 묵힌 맛

된장과 고추장도 직접 담근 것이다. 오래 묵은 고추장이 참 맛깔스럽다. 고추장 맛 하나는 일품이다. 오래 묵어서 색은 진하지만 밥에 비벼서 먹으니 제대로 된 재래 고추장의 풍미가 돈다. 비싼 한정식 집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시골 고추장의 묵힌 맛이 정겹기만 하다.

	대한식당 백반
대한식당 백반

필자가 좋아하는 배춧국은 주로 겨울에 제공한다고. 동행한 직원 어머니 고향이 충남이라 이 식당 음식이 입에 맞는다고 촌평을 했다. 반찬 중에서는 파김치가 잘 익었다. 파김치는 육류와 탕반 뿐 아니라 밥과도 잘 맞는 입맛을 당기는 반찬이다. 시장통 상인들이 식재료를 아주 저렴하게 팔기 때문에 2000원에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동인이기도 했다.

이 식당 주인장께서 전에 중국집을 운영하다가 접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연산 5일장에서 겨울철 장꾼들이 차가운 도시락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것을 보고 이 식당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식당의 출발은 측은지심이었다.

가게 안에 소주병이 있어서 물어보았더니 소주 가격은 2,000원으로 별다른 안주도 없다. 손님들이 백반을 안주 삼아 소주를 가끔 반주로 먹는다. 하여튼 장사 속은 없는 소탈한 식당이다. 또한 이런 가격에 식당을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에 중국집 운영했을 때 어느 정도 돈벌이가 된 것의 보답이라고 한다. 수십 년에 걸쳐 돈을 많이 번 유명 식당들이 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이 시골장터에서 중국집을 해서 얼마나 벌었을까?

식당 내부에서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GOLD STAR’ 비디오 촬영기, 영화를 좋아하는 필자는 젊었을 때 이런 비디오를 무척 갖고 싶었다. 마치 70~80년대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계산을 했더니 3명이서 6,000원이다. 다른 식당 1인분 가격이다. 음식 맛이 담백해서 조미료 여부를 물었더니 어떻게 조미료를 안 넣고 식당음식을 만들 수 있냐고 쿨하고 솔직하게 아주머니가 반문을 한다. 그러나 조미료 사용도 거의 최소화했을 것이다.

최고가의 비싼 가격에도 영업이 잘되는 럭셔리식당도 있고 이렇게 20년 전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봉사형 식당도 있다. 시장에서 여주를 1만 원어치 구매하고 대전 유성온천으로 발길을 돌렸다. 출장을 겸한 단 하루의 휴가를 위해. 속도 마음도 편안한 저녁식사였다.
지출 (3인 기준) 백반 2000원 x 3인 = 6000원
<대한식당> 충남 논산시 연산면 연산리 340   (041)735-0127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음식점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