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종길 기자]
▲농가레스토랑 비비정과 카페 비비낙안
ⓒ 김종길
5월 5일 어린이날에서부터 석가탄신일로 이어지던 연휴 때, 지난해 들렀던 시골레스토랑을 다시 찾았다.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삼례리 비비정마을. 먼 곳에 있는 레스토랑을 다시 찾은 이유는 뭘까? 레스토랑이야 전국 어디에도 있지만 이곳이 주목 받을 만한 이유는 따로 있다.
농가레스토랑의 로컬푸드
시골마을 한쪽에 있는 레스토랑은 의외로 깔끔하다. 정도순 대표를 중심으로 비비정마을 부녀회 60~70대 어머니들이 만든 농가레스토랑이다. 어머니들은 우스갯소리로 자신들을 '건달할머니'라고 불렀다.
이른 점심시간인데도 레스토랑에는 빈자리가 없다. 10여 분 남짓 기다려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가 나오는 동안 마을 신문을 본다. < 비비정 마을신문 > 은 매월 무료로 배포되는 월간지다.
겉보기에는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는 음식. 마을 어머니들이 늘 만들어온 그런 맛이지만,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식자재에다 마을에서 직접 재배했거나 가까운 곳에서 조달하는 로컬 푸드라는 게 장점이다.
▲농가레스토랑은 주말이면 찾는 이들로 붐빈다.
ⓒ 김종길
▲농가레스토랑의 차림상, 직접 재배했거나 가까운 곳에서 조달하는 로컬 푸드이다.
ⓒ 김종길
우리가 주문한 것은 1만5000원짜리 차림상이다. 1만2000원짜리 기본상과는 달리 홍어무침과 꽃게탕이 추가된다. 이 차림상은 입맛을 확 사로잡을 정도로 강렬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은근하게 씹히는 맛에는 건강함이 넘친다.
살이 잔뜩 오른 조기 살은 부드럽다. 홍어무침은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없어 마니아들에게는 아쉽겠지만 누구나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다. 김치에 싸먹는 수육도 건강하다. 특히 꽃게탕은 속이 꽉 차 있어 국물이 진할 뿐더러 겨우 두서너 조각만 넣고 꽃게탕이라고 생색을 내는 여느 탕과는 달리 푸짐하다.
식사를 마친 뒤 레스토랑 주위를 둘러본다. 분리수거를 잘하고 있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씀씀이가 곳곳에서 보인다. 마을 한 쪽의 한갓진 곳에 있는 레스토랑의 너른 마당을 느긋하게 거니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비비정마을에 있는 농가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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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레스토랑 앞 삼례양수장(등록문화재 제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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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앞에는 등록문화재(제221호) 삼례양수장이 있다. 이 양수장은 삼례와 익산 지역의 상수원을 목적으로 지어졌단다. 차곡차곡 포개어 쌓은 붉은 벽돌이 인상적이다. 창에는 주방도구들을 걸어 놓아 눈길을 끈다. 양수장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한 구성이지만 일제강점기 치수 사업의 상황과 기술을 엿볼 수 있는 문화재다.
레스토랑 옆 밭에는 자두나무 과수원이 있다. '추희'라고 불리는 가을자두다. '추희'는 비비정의 명물로 완주군 로컬 푸드 사업단에 납품하기도 한단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함께 작업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공동으로 경작하는 텃밭도 있다. 마을에는 이외에도 마을 청년들이 '비비락주'라는 건강한 술을 빚는 작은 양조장과 '비비낙안'이라는 카페도 있다.
▲마을 뒤 언덕에 있는 카페 '비비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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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비비낙안 옆 정수탑 전망대에서 본 만경강과 호남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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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계를 올라 카페 비비낙안으로 간다. 낡은 정수탑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전망대가 있다. 야외공연장은 물을 저장하던 저장고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이곳에선 옛것을 버리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늘에 맞게 다듬고 바꿔서 사용하고 있다. 만경강과 일대의 너른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야트막한 언덕임에도 사방이 탁 트여 눈 맛이 시원하다. 카페 안에서 차 한 잔을 마신다. 열어 둔 창문으로 넘나드는 봄바람, 잔잔한 음악의 선율, 시큼한 차 한 잔…. 이곳에서 보내는 봄날의 오후는 느긋하다.
완주팔경 중의 하나, 비비낙안 비비정
이제 마을로 내려간다. 비비낙안이라는 말이 나온 비비정으로 갔다. 낙조가 일품이라는 정자 비비정은 완산팔경 중의 하나로 예부터 많은 이들이 찾던 곳이다. 만경강이 휘감아 돌고 멀리 드넓은 호남평야가 펼쳐지는 이곳의 풍광은 가히 으뜸이다.
정자에 오르면 옛 만경철교가 오른쪽으로 보이고 새로 지은 허연 콘크리트의 철교가 마주하고 있다. 비비정은 1573년(선조 6)에 무인 최영길이 지었다가 1752년(영조 28)에 관찰사 서명구가 중건했다고 한다. 지금의 정자는 1998년에 복원됐다.
우암 송시열이 최영길의 손자 최양의 부탁으로 쓴 < 비비정기 > 에는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도 정자를 보수한 최양의 효심을 칭찬하고 있다. '비록 비비정이라는 이름이 지명에서 온 것이라고 하나 옛날 장비와 악비의 충절과 효심을 본뜬다면 정자는 비록 작을지언정 그 뜻은 큰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다.
▲완산팔경 중의 하나인 비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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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정마을을 지나던 옛 호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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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정 아래로는 물이 유난히 차갑다는 '한내'가 흐른다. 한내는 예전 군산과 부안에서 오는 소금과 젓갈을 실은 배가 쉴 새 없이 오르내리던 곳이다. 지금은 풀이 무성하지만 40~50년 전만 해도 은빛 모래밭이 햇빛에 빛나던 곳이었다. 한내 하얀 모래밭에 기러기가 내려앉은 한가로운 풍경이 바로 완산팔경 중의 하나인 '비비낙안'이다.
비비정에서 가까운 삼례읍에는 삼례문화예술촌이 있다. 일제강점기 양곡 수탈의 중심에 있었던 삼례양곡창고가 지역재생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삼례문화예술촌 안에는 책 박물관, 비주얼미디어아트미술관, 문화카페, 책공방북아트센터, 디자인 뮤지엄, 목공소 등의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다. 또한 옛 삼례역의 막사발 미술관도 들러볼 만하다.
▲양곡창고에서 지역재생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삼례문화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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