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방

봄의 생명력이 고스란히 담긴 명차

아기 달맞이 2014. 5. 30. 07:20

40년 가까이 우직하게 차 농사를 지으며 오직 우리 차를 공부하고 연구한 김동곤 명인. 곡우(穀雨) 전에 처음 피는 차의 어린 눈과 잎을 이용해 그가 만든 우전차는 희소성만큼이나 향과 맛이 뛰어나다.


	우전차 김동곤 명인과 김민지 셰프


차의 시배지
하동군 화개면

우리나라 차 문화에서는 경남 하동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하동군 화개면은 중국 당나라에서 들여온 차를 한반도에서 최초로 재배한 곳이다. 섬진강 하구에 위치한 화개면은 우리나라에서 비가 많이 오는 곳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게다가 겨울에는 눈 속에서 꽃이 필 만큼 따뜻한 분지여서 차를 재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실 하동군의 녹차는 재배라기보다는 야생의 차를 채취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삼국시대에 심어놓은 차들이 자연적으로 씨앗을 퍼트려 차밭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다른 지방의 개량종과는 달리 수확량이 적고 맛과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타지방의 드넓고 푸르른 차밭을 연상하고 화개를 찾은 관광객들은 열 맞추지 않고 비탈 밭에 비죽비죽 자생하고 있는 차의 모습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기간 차 문화를 간직한 곳이기에 화개면의 토박이들은 조금씩이라도 차밭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개에는 온 골짜기가 차밭이고, 곳곳에 차와 관련된 유적이 많다. 대표적인 유적지로는 쌍계사를 들 수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김대렴이 당나라 사신으로서 처음으로 차나무 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남쪽 줄기 쌍계사 일원에 심었다. 쌍계사에는 차시배추원비가 세워져 있으며 마을 차밭에도 차시배지 기념비(경상남도 기념물 제61호)가 있다.


	우전차 외에도 김동곤 명인은 죽로차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죽로차는 대밭 속에서 자란 차로, 대의 이슬을 먹고 자라 깊은 향과 풍미가 느껴진다.
우전차 외에도 김동곤 명인은 죽로차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죽로차는 대밭 속에서 자란 차로, 대의 이슬을 먹고 자라 깊은 향과 풍미가 느껴진다.

	봄의 에너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올해 첫 수확하는 우전차. 맛이 달고 향이 은은하다.
봄의 에너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올해 첫 수확하는 우전차. 맛이 달고 향이 은은하다.

차시배지인 하동군 화개면에서 13대를 이어 살고 있는 김동곤 명인의 인생은 차를 빼놓고는 이야깃거리가 없을 정도다.

그가 차 명인이 된 것은 고문헌 상에만 존재하는 우전차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지만, 차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그를 명인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5년부터 차 농사를 지으면서 동시에 차를 덖어온 그의 차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지금까지 차에 대한 십여 권의 서적을 출간하는가 하면 화개에 있는 차 기념물(조형물)에 있는 글 또한 모두 그가 쓴 것들이다.


자연과 사람의
정성이 만나 완성되는
화개 차

차는 곡우를 전후로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딴다. 그 옛날에는 절기에 의해서 차를 채취했지만, 기후의 변화가 일정치 않은 요즘은 찻잎의 크기로 차 따는 시기를 정한다. 요즘은 곡우라는 절기에 맞춰 딴 차가 아닌 그 해의 첫물 차인지와 잎의 크기에 따라 차의 이름을 달리 부른다.


	산에 자생하는 우전차를 수확하고 있는 농부들. 야생차를 따고 덖는 일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산에 자생하는 우전차를 수확하고 있는 농부들. 야생차를 따고 덖는 일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햇차를 정성스럽게 우리는 김동곤 명인.
햇차를 정성스럽게 우리는 김동곤 명인.

 

“차의 품질은 찻잎을 따는 시기와 찻잎의 모양, 크기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찻잎을 따는 시기에 대해 까다롭게 따지고 많은 이들이 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했지요. 사실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겨우내 비축했던 에너지를 모아 봄에 가장 먼저 핀 첫 잎으로 차를 만들면 쓴맛과 떫은맛이 덜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이에요. 이것이 우전차이지요. 우전차가 귀한 차이기는 하지만 그 이후의 차에도 각각 다른 향과 맛이 담겨 있습니다.”

차는 크게 찻잎을 발효시키지 않고 만든 녹차와 발효시킨 홍차로 나눈다. 차는 우리나라의 전통 제다법을 지켜 만든 것으로, 차나무의 어린잎을 더운물에 슬쩍 데쳐 말리기도 하고 적당히 달구어진 무쇠솥에 덖어 멍석에 비벼서 만들기도 하며 뜨거운 김에 쪄서 둥그렇게 뭉쳐 만들기도 하는데, 우리가 차라고 부르는 부류가 여기에 속한다.

김동곤 명인은 정말 좋은 차는 전통적인 제다법인 무쇠솥에 덖어 멍석에 비비는 일을 수차례 되풀이하여 만든 차라고 말한다.

“신선한 찻잎을 무쇠 가마솥에 장작불로 덖어내는데, 이때 솥의 온도 또한 차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너무 뜨거우면 찻잎이 눌어 차에서 탄내가 나고 온도가 낮으면 찻잎에서 풋내가 나지요. 오랫동안 손으로 차를 만들어온 제다인들은 생잎을 떨어뜨려 찻잎이 곧바로 오그라들 정도면 적당한 온도임을 아는데, 약 250℃ 정도가 됩니다. 또는 물을 뿌려 구슬처럼 구르고 튀면 알맞고요. 이러한 과정을 ‘차덖기’라고 하는데 장갑을 끼고 찻잎을 잘 뒤적여 물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을 만큼 덖는 것이 중요해요. 이렇게 덖은 찻잎을 멍석에서 손바닥으로 비빕니다. 그러면 어린 찻잎이 둘둘 말리면서 진득진득한 액이 나오지요. 이런 과정을 수차례 되풀이하면 찻잎이 완전히 건조됩니다. 건조된 찻잎은 잘 피운 백탄 숯불에서 끝덖음을 합니다. 끝덖음을 할 때 처음에는 낮은 온도에서 1시간 이상 차가 타지 않게 서서히 뒤적여줍니다. 이렇게 하면 찻잎의 렐롤로오스층이 먼지로 분해되면서 가열향이 풍기기 시작하며 차가 완성됩니다.


	김동곤 명인이 그 옛날 할머니 방식으로 무쇠솥에 우전차를 덖고 있다.
김동곤 명인이 그 옛날 할머니 방식으로 무쇠솥에 우전차를 덖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종주국인 중국과 일본에도 없는 특별한 차 문화가 있어요. 설과 추석에는 ‘차례(茶禮)’를 지낼 정도로 차로 제사를 지내기도 했죠. 차 문화가 번성하면서 다실 등이 발달하고 건축과 장식 그릇 문화가 발전돼왔을 만큼 우리 조상들의 문화의 정점에는 늘 ‘차’가 있었습니다. 다도에 의해 사람의 마음은 깨끗해지고 도와 가까워질 수 있답니다. 이렇게 좋은 차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생활에서 차를 즐길 때는 꼭 예의를 필요로 하지 않으니 가족들이 오순도순 차를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차는 ‘삼탕삼요’만 제대로 즐기면 됩니다. 차는 세 번까지 우려먹으며 색과 향, 그리고 맛만 제대로 즐길 수 있으면 누구나 쉽게 다도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 1 · 2
  •  

    //<![CDATA[ redefineLin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