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문화 대전서 찻잔·그림 등 200여점 전시
6월 학술심포지엄도 개최
경기도박물관이 올해의 첫 기획 전시로 '한국 차(茶)문화 대전-차향에 스민 치유의 미학'을 8월 24일까지 연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전국의 주요 박물관이 출품한 차 문화 관련 유물로 그림, 전적, 도자기, 금속공예품 등 200여 점을 모았다. 차를 마시며 마음을 쉬던 옛사람들의 풍취를 살필 수 있다.
한국의 차문화는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들어왔다. 9세기 신라 왕실이 지리산 자락에 차밭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된 차 문화는 고려 시대에 가장 융성했다. 왕실과 사찰, 상류층이 주 소비자였다. 차의 생산과 공급 등 차에 관한 정책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다방(茶房)이 있었다. 지금의 검찰 격인 사헌부 관리들은 중요한 송사를 처결하기에 앞서 차를 마시며 사안을 검토하는 다시(茶時)를 가졌다. 야외 티파티인 다정(茶亭), 사찰이 운영한 숙박시설 다원(茶院), 차를 생산하는 마을인 다소(茶所)도 있었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하면서 쇠퇴했던 차 문화는 17, 18세기 청나라의 신문물이 대거 들어오면서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해 선비들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데 차를 즐겼다.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 추사 김정희가 차를 매개로 교유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 송광사 응진당 십육나한도 중 7·9존자. 오른쪽 하단에 차를 끓여 공양하는 모습이 보인다. 조선 1725년(영조1), 보물 제1367호, 송광사 성보박물관
전시 유물은 주로 찻잔 등 차 도구와 차에 관련된 고서, 편지, 그림이다. 차 도구로는 말린 찻잎을 가루 내는 데 썼던 백제의 돌절구,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9세기 통일신라의 찻잔, 고려시대 청자 찻잔과 찻주전자, 조선의 백자와 분청사기 찻그릇, 대한제국의 은제 찻잔 등을 볼 수 있다. 전적류와 그림은 대부분 조선시대 것이다. 초의선사의 <동다송>, 황윤석의 <이재난고> 같은 책과 정약용, 초의, 김정희의 편지 등에서 차를 사랑한 선조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옛그림으로 보는 차문화는 부처와 성인에게 차를 올리는 모습이 그려진 절집의 불화부터 민화, 문인화와 산수화 등에서 살필 수 있다. 신선들의 잔치인 요지연 그림이나 흥겨운 잔치를 그린 민화에도 차가 등장한다. 사대부들의 차문화는 김홍도의 '군현도(群賢圖)', 이경윤의 '탄금관월(彈琴觀月)', 심사정의 '송하음다(松下飮茶)' 등 명품만 따로 모아 소개한다. 산중 초옥의 작은 방에서, 달 밝은 밤 냇가에서, 볕 좋은 날 들에서 혼자 또는 여러 선비가 모여 차를 즐기는 풍경에는 아취가 있다. 6월 20일에는 우리나라 차 문화 전반에 관한 학술심포지엄도 연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다도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다실…'나만의 다실 만들기' (0) | 2014.05.26 |
---|---|
딤섬과 함께 즐기기 좋은 반산화 차(茶), 수이셴 (0) | 2014.05.21 |
차를 아는 사람들의 다실 (0) | 2014.05.09 |
"차 제대로 마시면 절로 수행" (0) | 2014.04.29 |
[김규의 나무기행] 우리나라의 차나무 2 - 도심다원 차나무 수령 1,000년은 과장된 듯 (0) | 2014.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