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흔적 찾아 레디~ 고!
[ 김명상 기자 ] 촬영지 섭외는 영화 제작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요소 중 하나다. 한 장면을 위해 전국을 다 찾아가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공을 들인 만큼 영화 속에는 독특하고 멋진 장소도 여럿 등장하기 마련. 영화가 주는 감흥이 클수록 촬영지는 단순한 여행지 이상의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꽃잎 흩날리는 따뜻한 봄, 인기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떠나보자.
관상
전라북도 고창읍성
"사람의 관상만 보았지 시대를 보지 못했다.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이건만…."
관객 913만명을 동원한 흥행작 '관상'. 조선시대 최고의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이 수양대군, 김종서, 한명회 등 역사 속 인물들과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에서 내경과 처남 팽헌(조정석 분)은 알 수 없는 무리에게 납치당한다. 검에 목이 잘리기 직전, 깊은 우물에 빠지는 장면은 전북 고창군 고창읍 읍내리에 있는 고창읍성 안의 맹종죽림에서 촬영했다. 김종서(백윤식 분)가 집 밖에 수십 개의 화살이 박힌 호랑이가 걸린 것을 보며 노여워하는 장면도 고창읍성에서 찍었다.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불리는 고창읍성은 1453년 조선 단종 원년에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자연석 성곽이다. 재미있는 것은 답성놀이다. 손바닥 크기의 돌을 머리에 이고 성곽을 도는 것으로,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063)560-2710
변호인
부산 흰여울길
"바위는 죽은 것이지만 계란은 살아서 바위를 넘는다."
지난해 말 개봉한 '변호인'은 113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8위까지 오른 인기작이다. 사건의 주요 무대가 부산인 만큼 많은 장면이 부산에서 촬영됐다.
그중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이, 자주 찾던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 분)를 졸면서 기다리던 곳이 영도구 영선동 4가 절영산책로에 있는 흰여울길이다. 부산지하철 1호선 남포역 6번 출구로 나와 508번 등의 버스를 타고 이송도곡각지 정류장에서 내리면 도보로 5분 거리다.
달라붙은 듯 모여 있는 집들 앞에 난 폭 1m 정도의 길을 걸으며 부산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점이 매력 포인트. 골목길 담장 곳곳이 벽화로 단장돼 있는데 콧노래를 연상케 하는 음표, 초원에서 뛰노는 오리, 하늘을 나는 요정 등 각양각색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신세계
부산 삼광사
"약속했잖습니까. 이번이 진짜 끝이라고!"
어느 날 국내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의 회장이 사망하면서 벌어지는 후계자들의 암투를 그린 작품 '신세계'.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468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야기 초반에 골드문 회장의 장례식이 촬영된 장소가 부산진구 초읍동에 있는 삼광사다. 삼광사는 대한불교 천태종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 삼광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3만개에 달하는 연등이 장관을 이루는 연등축제다.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로 100만명에 달하는 신자와 관광객이 절을 찾는데 단일 사찰로는 전국 최대 수준이다.
삼광사의 연등축제는 2012년에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관광명소 50선'에 포함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얻었다. 연등이 사찰 입구에서 경내까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머리 위를 뒤덮는 모습이 압권이다. (051)808-7111~5
남자가 사랑할때
군산철길 마을
"눈앞에 아른거리고 자꾸 생각나면 그게 사랑 아니냐?"
올해 개봉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친구의 사채업체에서 일하는 삼류 건달 함태일(황정민 분)이 호정(한혜진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렸다.
이 영화는 90% 이상의 장면을 전북 군산에서 촬영했다. 경암동 철길마을, 군산교도소, 해망동 공판장, 새만금 방조제 등 군산지역 곳곳이 스크린에 등장한다. 그중 군산의 중심에 자리한 월명공원은 호정이 태일에게 사채 일을 그만두고 자신과 작은 치킨 집을 내자고 제안한 곳. 공원 내에 있는 점방산 정상에 올라서면 금강과 서해, 장항제련소, 군산 시가지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철길은 신문용지 제조업체의 생산품을 실어 나르기 위해 1944년 개통됐다. 총 구간 2.5㎞ 중 약 1.1㎞의 철길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마을이 경암동 철길마을이다. 무너질 듯한 판잣집이 길게 늘어서 있다.
창수
인천 차이나타운
"단 한 번만이라도 내 인생 살다가 죽고 싶다고!"
촬영지라고 해서 반드시 멀고 특별한 곳만 찾지는 않는다. 징역살이 대행업을 하는 삼류 건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창수'의 주 무대는 바로 인천이다.
주인공 창수의 집은 인천 선린동 차이나타운(ichinatown.or.kr) 근처에 있다. 1882년 인천항이 개항하고 나서 정착한 중국인들의 생활공간으로 형성된 곳이 차이나타운이다. 주말마다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차이나타운 여행은 '패루(牌樓)'로부터 시작된다. 패루는 중국에서 큰 거리에 세우던 것으로 일종의 대문 역할을 한다. 우뚝 솟은 패루를 지나 경사진 길을 300m 정도 걸으면 주변은 순식간에 중국의 거리로 돌변한다. 붉은색 간판과 홍등이 내걸려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중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인천근대박물관에는 개화기의 생활용품이 전시돼 있다.
7번방의 선물
익산 세트장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맙습니다."
6살 수준의 지능을 가진 용구가 살인 혐의로 수감된 교도소 생활 등을 담은 '7번방의 선물'은 1300만명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영화의 주요 촬영지는 전북 익산시 성당면 함낭로 익산교도소세트장. 국내 유일의 교도소세트장이다 보니 교도소 장면이 등장하는 75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여기서 촬영됐다.
색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세트장은 두꺼운 철문, 싸늘한 벽과 철조망, 감시초소까지 재현해 실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내부는 면회장, 취조실, 수감시설 등으로 구성됐는데 1층 독방과 2층 수감실 일부는 안까지 둘러볼 수 있다. 영화 흥행에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총 방문객은 1만5000명에 달했다. 교도소세트장은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영화 촬영이 많은 만큼 사전 문의는 필수.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입장료는 무료다. 매주 월·화요일 휴관. (063)859-3836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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