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월 설사∼복통 장염환자 70% ↑
무조건 끓이고 씻어 먹어야 안전…냉장고 속 음식 맹신하단 큰탈
40대 초반 김명국 씨는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도시락을 준비해 가까운 산을 찾았다. 점심 식사 후 4시간쯤 지나 복통과 함께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해 화장실을 찾았다. 하지만 한번 찾아온 증상은 멈추지 않았고 화장실과 가족 사이를 오가다 오랜만의 외출을 망치고 말았다. 고온다습한 날씨와 함께 장마철이 시작되면 설사와 복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6~8월에는 잦은 설사로 장염을 호소하는 사람이 70%가량 늘어난다. 설사는 오염된 음식물을 먹은 뒤 4~6시간쯤 지나면 발생한다. 음식물이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을 거쳐 대장균이 살고 있는 대장에 4~6시간 뒤 도달하기 때문이다.
설사는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한 데 따른 식중독으로 장이 자극받아 연동운동이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대장이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몸 안에 있는 감염 미생물을 배출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같은 신경성 설사는 신경계가 장벽을 자극해 설사를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배가 아프다'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의 30~50%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면역력이 약화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위장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 증식이 활발해진다"며 "특히 가열되지 않은 음료수나 식품을 섭취할 경우 식중독을 비롯해 장염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무라타 히로시 박사('장이 살아야 내 몸이 산다' 저자)는 "대장에는 100여 종, 개체 수로는 100조개 이상 세균이 살고 있다"며 "대장 속은 거의 세균으로 꽉 들어차 있으며 그 모습은 마치 광대한 꽃밭처럼 보인다"고 했다. 장내 세균은 일부 개인 차이가 있지만 중간균이 약 70%, 유익균과 유해균이 각각 15%씩 차지한다. 유익균이 우세하면 바람직한 장내 환경이 조성된다.
장은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직장을 합쳐 약 9m에 달한다.
소장은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 속에 함유된 영양분을 거의 100% 흡수한다. 남은 음식물은 대장으로 흘러가 물, 염분 등이 흡수되면서 바나나 모양의 딱딱한 변으로 변하게 된다. 장은 음식물을 흡수하고 찌꺼기(배설물)를 밖으로 내보내는 중요한 일을 한다.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의 성분을 순식간에 분석해 췌장, 간장, 담낭 등에 지령을 보내 가장 적합한 분해효소를 분비시킨다. 혹시라도 유독한 물질이 들어오면 재빨리 다량의 장액을 분비해 배설물 형태로 신속하게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것이 바로 설사다.
식중독은 대부분 치료 없이 자연 회복된다. 따뜻한 꿀물, 설탕물, 이온음료 등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식중독 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유아나 노인, 병약자는 경미한 설사, 구토에 의해서도 탈수가 되면서 전해질 균형이 깨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설사가 3일 이상 지속되고 고열이 나타나면서 변에 혈액이 섞여 나올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무턱대고 설사를 멈추는 약을 복용하는 것은 식중독에 잘못 대처하는 것"이라며 "세균이나 독소 때문에 발생한 설사는 나쁜 것을 빨리 몸 밖으로 내보내려는 우리 몸의 정상적 반응이기 때문에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은 자칫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름철 장질환을 예방하려면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 식중독은 냉장고가 안전하다고 맹신하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음식이나 음식 재료가 요리 중이나 이동 중에 오염이 됐다면 냉장고에 넣어두더라도 음식물 속에 균이 그대로 살아 있고 냉장고 속에서도 균이 자랄 수 있다. 음식물은 바깥 온도에 10분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는 "일부 식중독은 음식물을 끓여 먹더라도 발생할 수 있지만 여름철 음식은 무조건 끓여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채소나 과일은 수돗물과 같이 흐르는 물에 씻어 먹어야 한다. 생선이나 고기를 자르고 다듬는 칼과 도마는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음식물을 다뤄야 한다. 행주는 매일 깨끗이 빨고 바짝 말려 사용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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