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임진강 보이는 전망 좋은 절집

아기 달맞이 2013. 5. 14. 08:47

↑ 절집 마당에 서면 탁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 검단사 법화전

↑ 법당 안의 부처님과 탱화

↑ 법당 앞에 놓인 용문양의 기와

↑ 산행길에 소원을 담아서...

↑ 살래길을 따라가면 숲길과 임진강이 보이는 능선길이 나온다

↑ 야생화가 핀 장독대와 연못

↑ 장승과 목공예 조각이 있는 살래길 입구

↑ 절마당의 300년 된 미류나무도 천년세월 앞에선 봄날의 한때이리라

- 파주 검단사

잦은 봄비에 만개한 봄꽃송이들이 제 발 밑을 하얗게 물들이며 지고 있다. 난분분 날리는 벚꽃 잎에 마음이 아릿해진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아직 풍성한 꽃송이를 단 봄날 풍경이 더러 남아 있다. 자유로를 타고 문산 방면으로 달리다 만나는 오두산통일전망대도 그 중 한 곳이다. 우리의 안보현실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이곳은 최근의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아랑곳없이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봄날 풍경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고적한 봄날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가까운 검단사가 더 어울린다. 작은 절집인 검단사는 통일전망대에서 불과 1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외지인들은 이곳에 절집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지만, 인근 주민들에겐 주말 나들이코스로 사랑받는 곳이다.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에 위치한 검단사는 외양만 놓고 볼 땐 그리 눈길을 끄는 절집은 아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비탈길을 올라가면 법화전과 요사채가 달랑 자리하고 있고, 위쪽으로 보이는 무량수전과 명부전은 시멘트 기단 위에 금방 올린 건물이 '천년고찰'이란 이정표가 면구스러울 정도다.

처음 찾아온 방문객들은 이리저리 절집을 둘러보며 천년의 그 흔적을 찾으려 하지만 쉬 보이지 않는다. 법화전 건물 앞에 붙은 작은 안내판이 그나마 절의 이력을 보여 준다. 신라 때(847년) 진감 혜소가 창건한 절인 검단사는 그 이름이 붙은 유래가 재미있다. 혜소는 얼굴이 검어 흑두타(黑頭陀) 또 검단(黔丹)이라고 불렸는데, 그의 이런 별명을 따 절 이름을 검단사라 했다고 한다.

조선 중기까지의 연혁은 전해지지 않으나 1731년(조선 영조 7) 인조와 인조의 비인 인열왕후 한씨의 능인 장릉을 탄현면 갈현리로 옮길 때 이 절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한다(원래는 파주군 문산읍 운천리에 있던 절이다). 이후 장릉에 제사를 지낼 때면 이곳에서 두부를 만들었다고 해서 한때는 두구사(豆拘寺)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현재의 절집에서는 그 흔적들을 찾기 어렵고, 유물로는 아미타불탱화와 신중탱화·검단선사영정 등이 전해진다. 탱화는 19세기말에 제작된 것이고, 검단선사영정은 고려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원본을 토대로 조선 후기에 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절 입구에 붙은 '천년고찰' 이란 타이틀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이들은 이런 절집의 규모에 적이 실망감을 안고 돌아서게 되는데, 그 순간 발길을 꽉 잡는 것이 있다. 바로 검단사 절 마당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다. 서울의 젖줄인 한강과 북쪽에서 흘러 온 임진강이 서로 만나 도도한 물길을 이어가고 있다. 한 번도 쉼 없이 이어져왔을 물줄기는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자유로를 달리는 차들의 질주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이것이었던가. 천 년 전의 세월에도 저 강줄기와 햇살과 하늘은 변함없이 저렇게 자리하고 있었으리라. 어쩌면 절집 마당에 자리한 300년 수령의 늙은 느티나무도 깊이를 모를 그 세월 앞에선 봄날의 한때에 지나지 않으리라.

절집 마당에서 느끼는 이 고적한 분위기를 더욱 느끼고 싶다면 절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살래길을 걷도록 한다. 살래길은 파주 탄현면 통일동산 중앙공원에 조성된 산책로로, 몸의 한 부분을 가볍게 가로 흔들며 구불구불한 길을 걷는다는 의미의 '살래살래'에서 따왔다. 탄현면 성동리 유승아파트단지~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고려역사관~금단사~통일동산 중앙공원 4.2㎞ 구간으로, 걸어서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나지막한 산 중턱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살래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걸을 수 있다. 밤나무, 전나무, 소나무 등이 펼쳐지는 숲길이 나타나고, 시야가 탁 트이는 곳에선 오두산전망대, 임진강과 자유로가 한눈에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북한 땅인 송악산도 볼 수 있다. 어디서 출발하든 원점산행이 가능하다.

*맛집
근처 통일동산 내 조성된 파주 맛고을은 경기도 음식문화 시범거리로 지정된 곳. 다양한 메뉴와 빼어난 분위기의 식당들이 줄 잇는다. 퓨전 한식과 양식을 선보이는 산다화, 메기매운탕으로 유명한 메기와 산천어, 닭백숙과 매운탕을 선보이는 개성집 등등이 기다린다.

*찾아가는 길
자유로를 따라 달리다가 성동 IC에서 오두산통일전망대 · 금촌 · 축구트레이닝센터 · 통일동산 방면으로 향한다. 성동사거리에서 검단사 · 통일동산 · 오두산통일전망대 방면으로 우회전해 필승로를 따라 3km 남짓 가다가 좌회전해 200여 m 더 가면 검단사 입구이다.

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