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미

96% 복구 ‘미리 보는 숭례문’

아기 달맞이 2013. 2. 15. 07:12

오는 4월까지 완전 복구돼 국민 품으로 돌아올 서울 숭례문이 96%의 공정을 마무리하고 14일 언론 공개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미리 선보였다.

문화재청은 이날 김찬 청장과 여러 장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복구 현장에서 현장 설명회를 가졌다. 공사를 위해 건축물 위로 덧씌웠던 가설 덧집이 걷히자 숭례문은 고풍스런 자태를 드러냈다. 화재가 나기 전에는 없었던 서편과 동편 성곽이 길게 복원돼 숭례문이 조선의 도읍 한양 도성을 둘러쌌던 성곽의 남문이었다는 사실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2008년 2월 10일 화마로 흉물스럽게 변했던 숭례문. 5년간의 복구 작업을 통해 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을까. 무엇보다 과거 일제시대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왜곡됐던 원형을 가급적 살리도록 애썼다고 김 청장은 설명했다.

홍예문을 거쳐 문루로 올라가는 동측 계단 폭은 일제시대 때 좁아진 것을 예전처럼 넓혔다. 과거 분홍, 노랑 등으로 화려하게 치장했던 단청은 조선 초기 색조에 가깝도록 청아한 뇌록(잿빛을 띤 녹색)과 삼청(하늘빛 같은 푸른색)을 주색으로 했다. 단청은 예전의 인공안료가 아닌 돌가루 흙가루 등을 재료로 한 전통안료를 사용했다.

홍상원 단청장은 "화학안료의 경우 1㎏에 1만5000원 정도지만 석청 등 전통안료는 비싼 것은 1㎏에 350만원 든 것도 있다"고 말했다. 누각 1층 마루도 우물 정자(#) 모양의 우물마루에서 조선시대의 장마루로 바꿨다. 뒤틀림이 심한 소나무를 길게 잘라 이어붙이는 장마루의 경우 고급기술이 필요해 왕의 침전 등에 주로 사용한 기술이다. 1층 처마에 옹기종기 동물을 배치한 잡상(雜像)도 고증을 거쳐 8개에서 7개로 줄였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당시 화재로 심하게 손상됐던 누각이다. 화재는 상·하층으로 된 문루 중 상층의 고주(상하층을 관통하는 기둥) 한 곳에서 발화됐다. 지붕은 전소됐고 2층도 90%가 불에 타 목재를 교체해야 했다. 하지만 1층은 화재 피해가 적어 90%를 기존 나무로 사용했다. 불탄 부분을 긁어내 보존처리하는 식으로 가급적 옛 재료를 살렸다.

흥미 있는 것은 기둥과 기둥을 가로지르는 창방·평방 일부의 경우 불에 그을린 흔적을 그대로 일반에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화재 사실을 각인시킴으로써 문화재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선형 열감지기, 불꽃 감지기, 스프링클러 등 방재설비는 이번 복구 작업의 핵심 요소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잔디와 수목 식재, 박석 깔기, 광장 조성 등 주변 정비작업과 관리동 건립을 마치고 5월 중 적당한 시점을 택해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