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우리 전통 의학과 건축물에 자부심을 느끼다

아기 달맞이 2012. 12. 17. 07:10

경상남도 산청 남사예담촌

 

 

명의 허준의 발자취 따라가기

여름철,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타고 산청을 지나다 보면 고속도로와 나란히 흐르는 경호강을 따라 빨간 고무보트에 의지해 신나게 래프팅을 즐기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산청은 물 맑고 산 깊은 고장이다. 게다가 산청은 한의학 테마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리산 동쪽 언저리에 붙어 있는 마을답게 예부터 약초의 보고로 알려졌지만 이미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의술을 자랑하던 마을이었다.

general_image

조선 중기의 명의(名醫)였던 류의태 선생이 그의 제자 허준에게 자신이 죽으면 배를 갈라서 해부학을 공부하도록 했다는 유명한 실화에 힘입어 우리나라 의학이 크게 발전했는데, 류의태 선생의 고향이 바로 산청이다. 지금은 류의태 선생의 묘소가 있는 산청군 금서면 일대에 '동의보감촌'을 만들고 종합적인 한방테마 체험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동의보감》은 류의태 선생의 제자이자 어의(御醫)을 지낸 허준이 일생을 걸고 저술한 의학도서로 17세기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하여 지금까지 의학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1613년 허준이 간행에 직접 관여한 초판 완질본(보물 제1,085호)은 우리나라의 7번째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고 당시 중국과 일본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다. 동의보감촌은 한의학의 기초인 음양오행설과 인체형상(신형장부도)을 토대로 하여 꾸며진 한방 테마 체험공원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호랑이와 곰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모습이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인간이 되기 위해 쑥과 마늘을 먹어야 한다고 했던 단군신화 속 동물을 캐릭터로 선정한 것이다.

general_image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남사예담촌

산청의 남사리에는 동의보감촌 못지않게 아름다운 전통한옥마을 예담촌이 있다. 마을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예스러운 담장(등록문화재 제281호)이 온 마을을 휘어 감는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버린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은 초가집이 주를 이루는 반면 예담촌은 대부분 양반들이 기거했던 만큼 기와집이 많다. 규모 면으로 본다면 안동 하회마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아담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로 지정되었을 만큼 그 매력은 이미 세상이 인정했다.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의 삼지천마을보다 조금 더 크며 마을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약 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에는 왕비를 배출하였고 고려 말에는 강회백(姜淮伯, 고려 말~조선 초기의 문신), 조선시대의 세종 당시 영의정을 지낸 하연(河演, 조선 전기의 문신) 등이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이씨 고가(문화재자료 제118호)로 들어가는 돌담길 중간에는 커다란 회화나무 두 그루가 X자를 만들며 교차하는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남녀가 손을 잡고 그 아래를 지나가면 백년해로한다는 말도 있다. 선명당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연일 정씨 문중의 재실인 사양정사로 갈 수 있다. 으리으리한 분위기의 재실을 빠져나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가 서 있다. 수령이 무려 700년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열리는 감은 어떤 맛일지 궁금해진다. 이어지는 돌담길 끝의 하씨 고가 마당에는 봄철에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650년 된 매화나무가 서 있다. 햇살이 담장 위로 쏟아져 내리면 흙담 사이의 강돌에서 부드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마을에는 '예담촌 맛집'이라는 특별한 식당이 있다. 반드시 하루 전에는 예약을 해야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약선 선비 상차림'을 받아 들면 마을 여행이 몇 배는 즐거워진다.

general_image

남사예담촌을 둘러본 뒤에는 산청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취암에 올라 보자. 대성산 꼭대기 절벽 끝에 지어진 이 절은 신라 신문왕 6년(686)에 처음 지어졌다고 하니 무려 1,300년이나 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원통보전이 주 전각인 정취암에 서면 굽이굽이 이어지는 도로와 산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으로 가슴이 시원해진다. 한의학의 본향인 산청 여행을 통해 《동의보감》의 자부심을 느껴 보자.

[여행정보]

● 연계 교과: 한의학박물관 | 5-1 사회 / 예담촌 고가 | 3-1, 5-1 사회

체험 포인트 : 1. 한의학박물관 관람하기 2. 예담촌 고가와 골목길 걷기 3. 정취암에 오르기

● 주소: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남사마을

● 가는 길: 자가용=대진고속도로 → 단성 IC → 남사마을(예담촌) | 대중교통=서울 → 진주 시외/고속버스터미널 → 산청/단성행 시내버스

● 문의: 산청군 문화관광과 055-970-6421~3, 동의보감촌(055)970-6461, 남사예담촌 055-972-7107, 정취암 055-972-3339

● 먹을거리: 예담촌 맛집(약선 선비 상차림) 055-970-7932, 산촌(전통사찰요리) 055- 974-0320, 약초와 버섯골 055-973-4479

● 잠자리: 구름그늘펜션 055-973-9699, 산유화펜션 010-3237-5110, 우천정 011-838-4426, 남사예담촌 055-972-7107

● 이색 체험과 축제: 산청한방약초축제 5월, 황매산 철쭉제 5월,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2013년 9월 6일~10월 20일

●주변 여행지: 진주, 바래봉, 남원, 해인사

● 추천 코스: 남사예담촌 최씨 고가 → 이씨 고가 → 하씨 고가 → 사양정사 → 이동서당 → 이사재 → 사효재 → 정취암

● 가족여행 팁: 예담촌의 골목길은 대부분 막다른 골목이므로 사전에 지도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이것만은 알고 가요!

허준(許浚, 1539~1615)

조선 중기의 의학자로 선조와 광해군 때에 어의를 지내며 우리나라 한의학 발전에 기여했다. 특히 1610년(광해군 2)에 《동의보감》을 지어 세계적으로 한의학의 위상을 드높이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동의보감》은 2009년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놓치면 안 될 체험거리

-한의학박물관 둘러보기

general_image

국내 유일의 한의학 관련 전문 박물관으로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 실제와 같은 마네킹 모습을 통해 친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 놓은 것에서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전문 해설사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면 몰랐던 상식들을 더 쉽고 자세하게 알 수 있다.

general_image

-예담촌의 골목길 따라 걷기

general_image

기와집과 돌담이 만들어 낸 골목길이 아름답다. 처음 이곳을 찾는다면 반드시 주차장 입구에 있는 마을 안내도를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마을의 골목길은 하나같이 그 끝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담장만 보고 이리저리 다니다 정작 중요한 볼거리를 놓치기보다는 정확하게 지리를 알아본 뒤,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general_image

general_image

또한 이곳에서는 전통놀이를 비롯해 일일 농부 체험, 서당 글공부와 천연 염색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남사예담촌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체험 신청을 해야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