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들은 여행 가서 뭘 먹을까?
여행 갈 때 가장 먼저 챙기는 정보의 50퍼센트 이상이 음식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아름다운 것도 배부른 뒤라야 눈에 들어오는 법. 국내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회 27인이 찾아낸 전국의 숨은 맛집과 음식에 대한 각자의 추억 및 맛에 대한 철학을 엿본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속까지 뜨끈해지는 음식 총집합!
1회) 돼지국밥: 이보소,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묵고 가소
그 지역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들이 있다. 부산과 경상남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돼지국밥이 그렇다. 각 지방의 토속음식들이 전 국으로 진출하는 동안에도 돼지국밥은 여전히 경상남도에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유별나다. 이곳에 가야 제대로 된 돼지국밥을 맛볼 수 있으니 그 맛이 궁금해서 먹고 싶고, 먹어본 사람들은 그리 워서 다시 찾게 된다.
지금은 돼지국밥의 원조라고 알려진 밀양보다 부산의 돼지국밥이 더 유명해졌다. 아마도 부산 사람의 정서와 향토색이 육수 속에서 진하게 우러나와야 제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40년간 변함없이 대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진주비봉식당
부산 조방 앞에 돼지국밥의 원조라고 하는 국밥집들이 있지만, 부산대학교 앞에 있는 돼지국밥 골목의 돼지국밥 맛도 이에 못지않다. 이 골목 안에서 입소문 난 곳이 진주비봉식당이다. 진주비봉식당이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40여 년 전. 할머니가 가게를 운영하다가 20년 전부터 조카가 물려받았다. 주인장이 주문을 받은 지 5분 만에 둥근 양은쟁반 위에 국밥을 내온다. 국밥 한 그릇과 마늘, 고추, 양파, 된장, 새우젓, 소면, 부추무침이 쟁반에 꽉 차니 그냥 쟁반 채 놓고 먹는다. 국물이 진하고 고소하다. 돼지 냄새는 당연히 나지 않는다. 다대기는 주방장이 알아서 국밥 위에 올려놨다. 그 양이 적당해서 덜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 덕에 국물이 얼큰하고 칼칼해서 끝맛이 시원하다. 소주를 부르는 맛이다. 부 추무침을 듬뿍 올리고, 새우젓으로 간을 갖춘다. 양도 푸짐해서 아침식사로는 과 할 정도다. 국밥 값은 단돈 4,000원.
▲ 양은쟁반에 가득한 푸짐한 한 상
▲ 부추무침을 듬뿍 얹어 먹어야 제맛인 돼지국밥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 동부식육식당
돼지국밥의 원조라고 하는 최 씨 3형제가 70년 전에 무안면에 각각 무안식육식당, 제일식육식당, 동부식육식당을 차렸다. 지금은 그의 자손들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안에는 정육 코너도 갖췄다. 신선한 고기를 즉석에서 공급하니 고기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돼지국밥을 주문하자 밑반찬이 한 상 차려져 나온다. 국물을 한술 떠먹어 보니 '이게 무슨 맛인가?' 싶을 정도로 심심하다. 국물 빛깔도 뽀얗지 않고 희멀건 하다. 주방장에게 물었다. "육수가 다른 지방 돼지국밥과 다른데 어떤 재료를 쓰나요?" "우리는 돼지 뼈는 냄새가 나서 안 쓰고 암소의 사골과 양지로 국물을 내요. 그래서 육수가 맑고 담백한 거예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부추무침을 담뿍 담고, 다대기와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 다시 맛을 보니 그제야 맛이 살아난다.
국밥에 올리는 고기는 돼지 목살과 뒷다리살을 쓴다. 꼭꼭 씹어도 고기에서 비린 맛이 나지 않는다. 동부식육식당의 돼지국밥은 진한 곰국 같은 국물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물 탄 듯 느껴질 것이고, 서울식 설렁탕처럼 맑고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맛에는 맞을 것 같다. 이 식당은 돼지국밥이 주메뉴이지만, 사실 돼지국밥보다는 수육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수육은 비계가 적당히 있으면서 육질이 투명하고 연하면서도 탱글탱글 탄력이 있다. 상추쌈에 마늘을 얹고 새우젓을 얹어 한입 넣으면 버터처럼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감돈다.
▲ 동부식육식당의 돼지국밥 상차림
▲ 수육 한 젓가락
서울에서 부산 돼지국밥의 맛을 고수하고 있는 돈수백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돼지국밥집. 돈수백의 이강일 사장은 부산 출장 중에 돼지국밥을 맛본 후 식당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돈수백은 '돼지국밥' 대신 '돈탕반'이란 이름을 사용한다. 돈수백정식(돼지수육백반)을 주문하면 수육이 함께 나온다. 돼지국밥과 수육을 따로 주문하기엔 양이 벅찬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메뉴다. 뚝배기에 돼지육수와 밥이 따로 나오고, 부추무침, 새우젓, 깍두기, 다대기, 소면을 비롯한 밑반찬과 수육(삼겹살, 목살, 항정살) 한 접시, 수육용 보쌈속과 상추쌈, 돼지고기를 찍어 먹을 간장스 등이 한 상 차려진다. 수육을 먹는 내내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접시를 워머 위에 올려준다. 깔끔한 테이블 세팅이 식욕을 더욱 북돋운다.
▲ 깔끔한 돈수백 실내
▲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돈수백정식
< 맛집 정보 >
★ 진주비봉식당
● 주소: 부산광역시 금정구 장전3동 421-7
● 전화번호: 051-518-1146
● 홈페이지: 없음
● 주차공간: 식당 맞은편에 유료주차장 있음
● 테이블 규모: 28석 정도
● 곁들이면 좋은 서브메뉴: 내장국밥, 순대국밥, 시락국밥, 선짓국밥, 짬뽕국밥, 수육, 순대
● 휴무일: 첫째주 일요일
● 영업시간: 09:00~23:00
|주변 볼거리| 부산대학교 앞 쇼핑거리, 금정산성, 산성마을, 범어사
★ 동부식육식당
● 주소: 경상남도 밀양시 무안면 무안리 825-8
● 전화번호: 055-352-0023
● 홈페이지: 없음
● 주차공간: 식당 옆에 주차장(10대 정도 가능) 있음
● 테이블 규모: 140석
● 곁들이면 좋은 서브메뉴: 소국밥, 소곰탕, 소육회, 소수육, 소불고기, 돼지수육, 삼겹살
● 휴무일: 연중무휴
● 영업시간: 09:30~21:00
|주변 볼거리| 표충비, 표충사, 영남루, 호박소계곡, 얼음골, 만어사
★ 돈수백
●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동 164-24(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4번출구)
● 전화번호: 02-324-3131
● 홈페이지: www.donsoobaek.com
● 주차공간: 3~4대 주차 가능
● 테이블 규모: 40석
● 곁들이면 좋은 서브메뉴: 수육, 수제 만둣국
● 휴무일: 일요일 20:00~월요일 09:00
● 영업시간: 24시간
|주변 볼거리| 홍대쇼핑거리, 홍대앞 소극장, 홍대프리마켓, 절두산성지, 선유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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